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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원, 우리는 이곳에서 좀 더 쓸모없는 걸 해야 한다?
2018-08-19

“제로원 크리에이터들은 근본적으로 매체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경계를 가르는 허들도 없다. 넘어갔다가 아니면, 다시 돌아온다. 그만큼 유연하다. 무언가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매체, 기술, 물질 상관없이 일단 만들어본다. 불가능을 염두에 두지 않으며, 시각 이미지로부터도 자유롭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우연치 않게 모여 있었다. 서로 닮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이 점이 크리에이터로서 느끼는 제로원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제로원에는 하이드로겔, 일렉트로닉 세라믹 레진, 플루오르화케톤 등 이름도 생소한 물질을 가지고 노는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프로젝트 명은 ‘MR lab(Material Research Lab)’, 이름 그대로 직역하면 ‘재료 연구 실험실’이다. 물질의 경화도를 조절하는 게 만만치 않다고 토로하는 ‘MR lab’의 양숙현, 제로원에서 만나 프로젝트에 관해 물었다.

Q. 제로원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MR Lab(Material Research Lab)’을 짧게 소개한다면?
A. MR Lab은 확장되고 보편화된 기술을 활용하여 물질의 물성, 변화 등을 실험하고, 관찰 과정을 기록하는 리서치 프로젝트이다. 현재 양숙현, 이장원, 현박, 후니다 킴, 닥드정, 조호영, 최진훈, 김성백 크리에이터가 참여하고 있다.

Q. 8명의 크리에이터라니, 제법 규모가 있다. 어떻게 구성원들이 모이게 됐는지 궁금하다.
A. 3, 4월에 제로원 네트워킹을 진행하고 5월에 팀을 구성해 곧바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물질에 관심 있는 제로원 크리에이터들이 많았다. 오픈된 방식으로 팀을 구성하고자 스튜디오 게시판에 “매터리얼 리서치에 참여할 분들은 이름을 적어주세요”라고 썼는데, 이후 제로원에서 가장 거대한(?) 크리에이터 팀이 만들어졌다.

Q. MR Lab은 비(非) 예측적 과정과 실험적 행위에서 발견되는, 의도했거나 혹은 의도하지 않은 행위와 결과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색적인 실험에서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나 새로운 발견이 있었는가?
A. MR Lab은 설정된 목표를 위해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지 않는다. 비(非) 예측적 과정과 실험에서 발견되는, 의도했거나 혹은 의도하지 않은 행위와 결과가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얼마 전 최진훈 작가가 연구를 위해 '갈륨'을 사 왔다. 갈륨은 수은과 비슷하지만 인체에 무해한 금속으로 42도만 되도 액체화된다. 작업실에서 팀 회의를 하는데 현박 작가가 갈륨 통을 데우고 던지며 장난을 좀 쳤다. 그러자 고체 상태 갈륨이 액체로 변하며 통에서 터져 나왔고, 바닥과 테이블이 은색으로 도금이 되었다. 굳어진 갈륨은 알루미늄 포일로 긁어보고 열을 가해도 닦이지 않았다. 갈륨 제거법이 실린 논문까지 살펴봤지만 실패했다. 그때 우연히 닥드정 작가가 개인 작업용 초음파 세정제를 가져와 시도했는데 갈륨이 지워지는 게 아닌가. 우연한 시도가, 논문도 해결하지 못한 걸 해결했다.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다.

Q. 어떤 동기로 물질에 대해 실험을 하게 되었나?
A. 물리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물질이다. 물질은 오브젝트가 되기 이전 단계의 것들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바우하우스는 산업용 오브젝트를 만들기 위해 물질에 대한 학습을 선행했다. 이제는 오픈소스 시대다. 물질에 대한 정보 접근도, 이를 가공하는 것도 점점 쉬워진다. 예술가들도 새로운 물질을 연구하고 활용 지점을 모색할 때가 아닐까? MR Lab 구성원은 실험이라는 단어를 확장해서 사용한다. ‘예술적 실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양한 물질, 가령 일렉트로닉 세라믹레진, 초소수성코팅, 하이드로겔, 자외선, 프린트 가능한 잉크 입자, 실리콘, 플로오르화케톤 등 보통 기술 영역에서 다루는 물질을 두려움 없이 실험하고 연구한다.

Q.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무엇인가?
A. 신소재에 가까운, 주로 나노학 수준의 물질을 실험하고 있다. 물론 과학실험에 안정화가 검증된 물질들만 다룬다. 개별 혹은 소규모 팀으로 테스트 중이고, 구체적인 실험 내용은 제로원데이에 공유할 예정이다.

Q. MR Lab은 스타트업 M.O.P와 협업 중이다. 구체적으로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A. MR Lab 크리에이터들 중 일부는 모델링은 물론 3D 프린터기 까지 만들 수 있다. 덕분에 M.O.P로부터 3D 프린터 기술보다는 소재를 지원받았고, 나노화학 베이스의 자문이나 관련 회사 정보도 소개받을 수 있었다. 보통 3D 프린팅 소재 기업들은 사용 가능한 소재 리스트가 있다. 즉, 기본적인 3D 프린트 어플리케이션 소재에 제한이 있다는 뜻이다. 어플리케이션에 없는 소재를 크리에이터들은 연구한다. 이 접점에 주목한 M.O.P와 크리에이터들은 향후 지원 사업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고, 실제로 실행 중이다.

Q. 제로원 크리에이터로서 기술과 예술, 비즈니스의 융합을 바라보는 관점은 무엇인가?
A. 융합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하이브리드 자체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늘날 예술가의 과학적 실험, 혹은 과학자의 예술적 실험이 주목받고, 이것이 곧 기업가의 예술적 실험으로 확장되는 게 아닐까? 한편 예술 장르가 여전히 회화나 조각 같은 예술적 결과물로 한정 지어지는 게 아쉽긴 하다. 실험적 행위를 전제로 한 예술이 인정받을 때 비즈니스와 기술, 예술의 융합이 더 활성화될 것이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제로원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A. 예측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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