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탐구] 마음의 경계 허물기

2021.7.22

사람들은 어떤 도구로 마음을 전한다. 펜으로 편지를 쓰고,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만약 도구에 마음이 담긴다고 믿는다면, 신체 일부처럼 쓰이는 도구 역시 마음의 연장선에 있는 것은 아닐까? 김근욱 작가는 지금, 이 순간 마음의 범위를 다시 생각한다.

 

휴머노이드만 로봇인가요?
창조주가 되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요? 로봇은 사람을 닮았습니다. 굳이 마징가를 떠올리지 않아도 사람처럼 행동하는 휴먼노이드는 어느새 로봇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작가 김근욱은 로봇이 꼭 사람을 닮을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로봇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한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죠. 김근욱은 로봇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제안합니다. 2020년 발표한 프로젝트 는 간단하지만 기발한 식물 로봇입니다. 기본적으로 터치에 반응합니다. 줄기를 닮은 여러 가닥이 회전하며 꼬였다 풀리기를 반복합니다. 잔뜩 꼬여 있는 로봇이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때 위로하듯이 로봇을 한번 쓱 쓰다듬으면 스스로 꼬인 줄을 풀어냅니다. 물론, 와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단순한 소통의 힘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적어도 답답함을 유발하는 스마트 스피커보다는 확실히 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확장된 마음
흔히, 수학 문제는 손으로 푼다고 하죠? 실제로는 두뇌를 시작으로 신경계와 감각, 운동 기관 등의 총체적 활동의 결과라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곤 합니다. 미국의 철학가인 마크 롤랜즈(Mark Rowlands)는 예를 들어, 사람이 상황을 인식하고 감정을 표현할 때, 신체적 활동을 포함해 사용하는 도구까지 모두 마음의 일부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편지를 쓰는 펜마저 마음의 연장인 셈인 것이죠. 롤랜즈는 이 개념을 ‘확장된 마음(The extended mind)’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김근욱은 바로 ‘확장된 마음’의 개념을 바탕으로 <로봇의 사물화, 사물의 로봇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로봇을 단순히 인간를 돕는 기구가 아닌 인간 마음을 연장하는 도구로서 바라보는 것이죠.

 

새로운 문법을 만드는 도구
신체가 단지 마음을 담는 그릇만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김근욱의 프로젝트는 시작합니다. 신체와 마음은 무 자르듯 나눌 수 없고 심지어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람의 신체는 한계가 있습니다. 작은 소리는 들을 수 없고 밤에 잘 볼 수도 없죠.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은 제대로 기분을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만약, 마음 연장 도구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김근욱은 ‘마음 연장 도구’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합니다.

 

처음으로 선보일 마음 연장 도구는 헤드기어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입니다. 사람의 감정을 말이나 표정이 아닌 새로운 동작 또는 신호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어쩌면 이 도구는 또 하나의 신체 기관으로서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김근욱의 마음 연장 도구를 늘 착용하고 다니면 ‘감정 표현이 서툴다’는 표현은 아마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헤드기어 형태의 마음 연장 도구에는 카메라도 탑재됩니다. 마치, 드라마 <블랙미러> 중 모든 기억을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고 꺼내어 볼 수 있는 미래 사회를 그린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합니다. 24시간, 일거수일투족 녹화하고 저장하는 거죠. 그때는 ‘본다’라는 행위가 ‘기억하고 저장된다’라는 것 동의어로 쓰일 것입니다. SNS 형태도 달라지겠죠. 김근우의 프로젝트는 일상의 행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리고 의구심을 갖게 하죠.

 

두 번째 ‘마음 연장 도구’의 형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로봇(기존의 Post Plant와 같은)과 상호작용하거나, 순간 이동하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듯한 경험(Telepresence)을 주는 물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태도를 바꾸는: Note
김근욱은 최근 들어 노트를 자주 사용합니다. 이전에는 A4 용지 뭉텅이를 들고 다녔죠. 물론, 낱장과 노트의 기능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작가의 마음가짐에 영향을 끼칩니다. 왠지 노트를 사용하면, 뭔가 더 공들여야 할 것 같은 긍정적인 강박감이 작업에 도움이 됩니다. 김근욱은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물론 프로그래밍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합니다. 노트와 펜은 다양한 표현 방법을 제한 없이 구현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노트가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늘 함께합니다.

 

물성을 가진 무언가를 위한: Vernier Calipers
사람이라면 움직이는 것에 반응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움직임을 포착하고 대비하도록 진화했죠. 김근욱은 스스로 움직이며 물성이 있는 것에 주목합니다. 대표적으로 로봇이 있죠. 물성 있는 것이 움직이기 위해선 정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메이커(Maker)에게 버니어 캘리퍼스가 필요합니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계측 기기 중 가장 작은 단위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자연스러운 인식을 위해, 인지하지 못하도록: Insta 360 GO & Insta 360 ONE X2
김근욱은 인류가 가장 오래 사용할 도구는 카메라라고 믿습니다. 카메라를 사용하기 위해선 카메라를 들어 피사체에 겨누는 동작이 수반되죠. 김근욱은 이 행위를 생략해 자연스럽게 인식과 저장이 이뤄지도록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카메라가 목 위에 부착할 수 있을 만큼 가벼워야 하죠. 그래야 모든 것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김근욱은 관찰을 통해 물성을 가진 새로운 인터랙션을 발굴해내어 일상생활 또는 전시 공간에 풀어놓는 작업을 합니다. 지금까지 산업/인터랙션 디자인, 인터랙티브 아트, 인간-컴퓨터-상호작용 연구(HCI) 등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며 네이버 랩스, 현대로보틱스, 닛산, BMW에서 활동했습니다. 홍익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 디자인과 HCI를 공부하였고 University of Arts London에서 수학했습니다. 김근욱의 작업은 ACM CHI, DIS, IEEE HRI등의 학회와 Core77디자인 어워드에서 소개되었으며 런던, 테헤란, 서울에서 인터랙티브 아트 작업으로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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