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탐구] 최첨단 커피 한잔

2022.3.11

라운지랩은 버튼만 누르면 커피가 나오는 머신이 아닌 커피를 내리는 로봇 팔을 만든다. 이 카페에 있는 동안 잠시동안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를 경험한다.

 

로봇에 생명을 주입하는 과정
라운지랩이 운영하는 카페 ‘라운지엑스’에는 두 종류의 바리스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로봇이죠. 사람은 밝은 웃음과 함께 주문을 받습니다. 커피는 로봇이 만듭니다. 동시에 여러 잔의 커피를 만들 때도 균일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팔이 아프지 않으니까요. 사람이 내린 커피는 날씨, 그날의 기분, 체력에 의해 맛이 달라집니다. 이런 편차를 줄이기 위해 일반 커피 매장은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바리스타를 교육하는 매뉴얼을 만든 일에 투자합니다. 로봇은 이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용이합니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라운지엑스에는 분명 사람이 상주합니다.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이 있으니까요. 고객의 반응을 살펴 커피 레시피를 만들고, 매장을 운영하며, 따뜻한 태도로 손님을 응대하는 일은 로봇이 사람보다 잘할 수 없죠. 라운지랩은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수고스러운 일을 덜기 위해 로봇을 만듭니다. 라운지랩은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합니다. 드리퍼에 뜨거운 물을 따르고 잠시 추출을 기다리는 동안 로봇이 숨 쉬듯 들썩이도록 업데이트했습니다. 가만히 있었더니 작업이 끝난 줄 알고 손님들이 커피를 가져가버리는 일이 많았거든요. 주전자에 일정량 이상의 물이 담기면 작업을 멈춥니다. 뜨거운 물이 쏟아져 사고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무게 센서를 추가 탑재했습니다. 손님이 없을 땐 로봇 팔이 춤을 춥니다. 손님이 매장에 들어서면 인사를 하죠.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하나둘 입력된 프로그램이 모여 로봇에 생명이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무인 카페가 싫은 이유
라운지엑스를 찾는 이유는 로봇이 주는 새로운 느낌을 경험하기 위해서입니다. 커피머신만 가득 한 무인 카페에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줍니다. 무인 카페와 라운지엑스의 가장 큰 차이는 ‘외부 변수 차단’입니다. 요즘 즐비한 무인카페에 들어서면 삭막한 기분이 듭니다. 버튼만 누르면 나오는 커피는 우리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죠. 무인 카페가 운영될 수 있는 이유는 사람이 그 안에서 커피를 사고 마시는 일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도록 행동을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로봇 팔이 응대하는 라운지엑스는 색다른 경험을 줍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제약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고려해 로봇을 학습시키는 것이 라운지랩의 역할입니다.

<터미네이터> 같은 디스토피아 SF 영화를 보면 로봇이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공격합니다. 반면 로봇과 사람이 공생하는 모습을 그리는 영화도 있죠. 통제는 로봇과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반대로 로봇의 학습은 공생으로 향하는 방법이죠. 일상 속에 로봇을 스며들도록 만드는 것이 라운지랩의 목표입니다.

 

기술이 곧 경험
라운지랩은 다양한 자동화 서비스를 고려해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인 카페 ‘엑스 익스프레스’를 전기차 충전소 옆에 세우는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거죠. 자동차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최소 15분, 길게는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소비가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죠. 차에서 핸드폰만 할 게 아니라 엑스익스프레스를 통해 커피와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로봇 팔이 커피를 내리고 서빙 로봇이 빵을 배달합니다. 사람과 공존을 외치는 라운지랩이 왜 무인 카페를 만들까요?

가까운 미래에 전기차 충전소는 전국 각지에 생기겠죠.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곳에도 충전소는 필요합니다. 이렇게 외진 공간에 사람 혼자 고독하게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이곳에 사람이 필요할까요? 라운지랩은 여전히 사람을 위한 카페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배우고 성장하는 커피 로봇 팔: 바리스
라운지랩의 커피 로봇 팔 ‘바리스’는 오랜 경험을 쌓은 바리스타의 레시피를 입력받았습니다. 그리고 원두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레시피를 클라우드에 업데이트합니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알고리즘은 시간과 지역에 관계없이 동일한 맛을 낼 수 있도록 바리스를 업데이트합니다. 현재 바리스에게 렌즈를 탑재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눈을 달아주는 것이죠. 렌즈를 통해 바리스는 사람의 행동 패턴을 학습할 예정입니다. 스스로 학습하며 다양한 반응과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성장합니다.

 

Z축으로 움직이는 서빙 로봇
지금까지 서빙 로봇은 평지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죠. 하지만 로봇이 건물 안에서 엘리베이터와 통신한다면 어떨까요? 라운지랩이 개발 중인 서빙 로봇을 구비한 건물이라면 커피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원하는 곳에 이미 커피가 와 있을 테니까요. 카페 엑스익스프레스에서는 서빙 로봇을 운영하는 그림 또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라운지랩은 인공지능, 로보틱스 기술을 우리의 일상에 적용시키고 있는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회사의 가치보다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에 집중하고,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기술을 개발한다. ‘우리는 모두를 위한 일상의 기술’이라는 모토로 기술을 개발한다. 현재 로봇과 바리스타가 함께 일하는 ‘라운지엑스’, 국내 최초의 협동로봇 아이스크림 스토어 ‘브라운바나’ 등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