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햐흐로 언택트 시대, 미술은 어떠한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할 것인가?

2021.2.24

언택트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미술의 향유 양식을 찾다

프로젝트 <COOKBOOK>는 언택트 시대 미술의 양식을 고민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박관우와 안성환은 개념미술의 범주 안에서, 특히 수행성을 기반으로 하여 인간과 예술의 정체성을 성찰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온 개념미술가다. 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발로 인해 현장성을 상실해 버린 동시대 예술의 다양한 전개 방식을 탐구함으로써, 창작 주체인 예술가와 향유 주체인 관람객 사이의 새로운 관계 맺음의 방식을 고안하고자 한다.

자의식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을 위한 예술의 다양한 결합을 시도하다

박관우는 신체의 수행을 직접적으로 미적 매체로 활용하면서, 이를 통해 주체와 타자의 입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자의식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으로부터 출발한다. 자의식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는 원초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탐구하는 모습을 그 스스로가 바라볼 수 있게 하거나, 특수한 상황 설정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특정 행위를 하게 함으로써 순간적으로 그 자신의 정체성을 응시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연출을 활용한다. 이처럼 작가는 인식의 대상이기도 혹은 주체이기도 한 인간의 의식에 너와 내가 접속도록 하면서, 기존의 인간이 구성해 온 체계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리거나 그 구조를 다시금 구축하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물리적 인간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등장하기 시작한 비인간적 주체와 대상으로 확장해 일으켜지면서 포스트-휴먼이라는 미래의 사회 구성 개체들 사이의 관계를 모색하는 것으로 점진한다.

안성환의 경우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이를 자아라는 개념으로 확장하기 위해 작가 본인의 신체를 제삼자적인 입장에서 대상화하고, 다시 그 대상화된 신체를 오브제 혹은 설치라는 매체로 재생산한다. 그러한 과정은 결국 안성환 스스로를 하나의 대상이자 오브제로 인식하게 만들면서 자신의 신체를 통해 작가와 관람객 모두 신체로부터 규정 가능한 정체성의 형상과 지위 그리고 그 성립의 근거를 재고할 수 있는 순간을 마련한다. 그리고 안성환의 이러한 실험적 태도는 우리의 신체나 정체성을 특정한 조건에 맞추어 생성해 낼 수 있다는 작가의 디자인 공학적 사고에 기인한다.

팬데믹 상황 속, 현장에서의 소통을 전제하는 프로젝트 <COOKBOOK>

이렇듯 개념미술이라는 예술의 범주 안에서 인간 신체의 수행성을 증폭해 새롭게 정체성을 정립하고자 하는 박관우와 안성환은 <COOKBOOK>에서 동시대의 예술과 그로부터 발현하는 관계성에 주목한다. 이례 없는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 속에서 현장에서의 소통을 전제하는 작업을 해 온 이들이 그와 같은 관계성의 새로운 구축 방식을 찾으려는 노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본 프로젝트는 작품의 구현과 전시를 위해 제공된 장소라는 제한적 시공을 초월해서 작가와 관람객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종의 “작품 배송 서비스”를 제안한다. 작가들은 특정한 일상의 오브제를 관객들에게 배송하고, 참여에 합의한 관객들은 배송된 이 작업의 재료를 각자의 상상력에 따라 완성하며, 그 결과물은 작가들에 의해 다시금 전시라는 형식 또는 가상 공간의 플랫폼을 통해 재구성될 것이다. 박관우와 안성환이 디자인한 이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을 따름으로써 일방향적인 공급과 수용의 관계는 사라지고 그 주체와 대상의 지위마저 역전시킨다. 이로써 이에 참여한 작가와 관객 모두 각자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동시에 새로운 정체성을 자기 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언택트 시대가 요구하는 미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개념 미술가 안성환과 박관우는 동시대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해 맞이한 언택트 상황에 주목하여, 이들의 생계와 관련해 관람객을 언제나 필요로 하는 미술을 어떠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협업을 시작했다. 특히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마주하는 현장성을 중요하게 내재하는 미술이라는 장르는 이미 도래한 디지털 환경의 벡터를 당연하게 전제하면서, 미술과 관객 사이의 관계를 또 다른 차원으로 확장함으로써 이러한 사태를 극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안성환과 박관우는 <COOKBOOK>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본 프로젝트는 기존의 관람객과 작가의 역할을 역전한다. 이들은 관객이 직접 수행 가능한 설명을 담은 일종의 작업 레시피와, 각 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동봉한 “밀킷(Meal Kit)” 패키지를 구독 및 유통하는 매개체로서의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은 관람자이자 구독자이며, 또한 창작자로서의 확장된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 기능한다. 이로써 안성환과 박관우는 일상에 미술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미술에 대한 관객의 편견이나 선입견을 소거하기도 하며, 최종적으로는 팬데믹 시대가 요하는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관객과 함께 개척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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