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스트 회르트너(Horst Hörtner) /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퓨처랩 대표이사
뉴미디어 기술과 예술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랩은 미디어 아트의 실험적 특징을 상징하면서, 최첨단 개발을 위한 인프라와 전문 지식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85년 MIT 미디어랩이 설립된 이후 또는 베를린 아트콤(Art+Com) 초창기 시절에(1988년) 뉴미디어는 한편으로는 예술과 창의성, 다른 한편으로는 공학과 과학의 만남 및 교류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1990년대 대학과 기업 R&D 부서 외에도 그랏츠에 있는 엑스 스페이스(x-space, 1990년) 및 오스트리아에 있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퓨처랩(Ars Electronica Futurelab, 1996년) 등 아티스트가 운영하는 랩에서도 이러한 개념을 일찍이 받아들였다.
오늘날 “랩(lab)”은 분명 멋진 단어이기는 하지만, 실험적인 것을 설명하기 위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패션랩, 푸드랩, 뷰티랩, 영감(inspiration)랩 등 랩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사용된다. 또한 유비쿼터스 기술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부엌, 거실, 차고에 팝업랩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랩의 유산은 무엇이며, 미래 연구소의 새로운 영역은 어디인가?
랩의 목적 중 하나는 가설을 검증하고, 개념을 증명하고 실증하기 위한 과학적 연구(실험적 과학연구)를 수행하는 장소라는 특성에서 출발한다.
곧 랩은 작업장에서 실제 연구가 수행되는 장소로 변모했다. 이러한 실습 기반의 연구 접근법으로 인해 예술적인 실습도 과학적 도구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실증적인 장소로 기능을 하던 초반에 랩은 아틀리에 역할을 했고, 아틀리에가 랩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작업 분야가 서로 다른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학문적 경계 보다는 특정 질문 또는 프로젝트가 더 중요하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며,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랩에서 수행되는 작업은 그 특성상 여러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팀에서 작업해야 한다는 최소 요구사항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연구 주제에 따라 여러 학문분야가 참여하는 학제간, 학제를 초월한 접근법을 요구하기도 했다. 랩에서의 작업은 칭찬을 받기 위한 컨셉으로서가 아니라, 여러 학문 분야간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일상적인 관행으로 만들었다. 이로써 다른 학문분야를 추가적으로 받아들이고 통합하는 것이 수월해졌으며, 이러한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학제를 초월하는 환경을 채택함으로써 랩은 접근성을 높였다. 적어도 과거에는 비용이 많이 들었던 기술 인프라에 대한 접근, 다른 방법을 이용하기 위한 전환, 직원들 간의 영감 및 직접 교류, 빠르고 변화하는 협업을 지원하기 위한 환경에 접근이 가능해졌다.
3D 프린팅과 같은 새로운 기술은 등장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관련 노하우도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술 인프라 접근성 제공업체의 역할은 점점 약화될 것이다. 사실 현재 많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퓨처랩의 직원들은 웹에서 찾은 유용한 신기술들을 랩으로 가져와 자신만의 툴을 구축하여 프로젝트 요건을 맞추거나, 아이디어를 전개해 나간다.
최근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퓨처랩은 새롭거나 변화하는 형태로 민간부문과의 협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인식했다. 산업계는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산업계와 미래 사회의 관계를 논의하는 프로젝트에 열린 태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퓨처랩은 다른 이들과 비교했을 때, 그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것만은 아니다. 차이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그들의 활동에 예술을 포함시키는 방식에 있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퓨처랩은 예술 프로젝트가 형성되고 시작되는 방식을 조사하고 있다. 다양한 접근법을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모든 다양성을 통합하는 모듈과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아트 씽킹(Art Thinking)”은 거의 자연스럽게 랩의 핵심 프로세스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찾고 특정 작업에 대한 특정 솔루션을 마련하는 반복적인 프로세스와 방법론인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과는 달리 아트 씽킹은 솔루션이 아닌 비전을 생성하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작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을 도출하고, 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솔루션을 찾는 것은 점점 팀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솔루션보다는 전략이 논의된다. 이를 통해 잠재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가 도출되기도 하며, 그 결과 비전에 대한 막연한 설명서나 질문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퓨처랩은 예술을 예술적인 결과물, 예술 작품 생성 과정, 아티스트를 핵심으로 언급하지 않고, 이 세 가지 모두 출발점으로 또는 목적지로 가치가 있음을 강조한다.
아트 씽킹(Art Thinking)
모든 예술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예술은 다양한 양과 품질로 형성된 예술에 존재하는 매우 구체적인 예술적 노하우를 의미한다. 이러한 노하우는 매우 구체적인 방식으로 무언가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청중(방문자, 사용자 등)은 경험을 통해 배우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계층 마스터 기술”은 특정 예술을 지칭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미디어 아트라는 용어의 하위 개념으로 사용되면서 최근까지 핵심 기술로 발전한 것으로 국한된다). 동시에 예술은 “모든 사람에게 열린 초대”라고 일컬어질 만큼 개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예술 작품은 연령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걸 뿐만 아니라”, 학력수준, 경력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을 초대한다.
예술은 “~을 만들기”라는 계층 보다는 “~의 의미”의 계층을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계층“은 예술을 과학적 개념 증명 또는 애플리케이션의 기술적 증명과 구분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를 몇 가지 예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이미지 출처 :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퓨처랩 (https://ars.electronica.art/futurelab/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