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에 관한 대안의 실천을 꿈꾸는 <Plastic Currency> 프로젝트
프로젝트 <Plastic Currency>는 공간과 소재를 탐구하는 디자이너 신태호와 예술과 기술을 활용하는 뉴 미디어 예술가 원종국 그리고 사운드 아티스트 이강일이 함께하는 환경 연구 프로젝트이다. 이들은 사회를 구조하는 시스템과 그것의 성립에 가장 큰 상호작용의 대상으로서 인간의 삶을 고민하면서 지극히 상식적이고 이상적으로 다루어져 왔던 환경 문제의 논의를 실제 우리 일상과 생활 가운데서 어떻게 환기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대안과 실천 방법을 고민한다.
인간과 환경을 소재 연구와 디자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매개하다
신태호는 소재 중심 디자인 연구소 “랩.엠.제로(LAB.M.0)”의 운영자로, 지금껏 소재를 바탕으로 행해진 다양한 기존의 연구를 통해 다다른 현재 상황을 일종의 ‘제로 베이스’로 설정하고, 이로부터 실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수요 충족의 방식을 찾는다. 특히 이 소재 연구의 영역이 일반적으로 지향하는 ‘친환경성’의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환경 개선’이 가능한 소재의 개발을 모색하면서, 앞으로 도래할 미래의 산업이 새롭게 지향해야 할 목표와 그 방향성을 선도하고자 한다. <Plastic Currency>에서는 프로젝트가 목표하는 플라스틱 재활용의 활성화라는 과제를 소재 연구 및 디자인의 측면에서 시도하고자 한다.
원종국은 “언해피서킷(Unhappy Circuit)”이라는 이름의 정체성을 자신에게 부여하는데, 이는 그가 인공지능이나 전자 음악과 같이 첨단 기술에 기반하는 지극히 동시대의 매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창작 활동을 펼쳐 왔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미디어는 곧 원종국을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관해 관심을 두게 하는 한편, 동시에 인간의 감정과 컴퓨터의 처리 방식, 그 사이의 유사성을 표현하려는 융복합적인 시도로 그를 이끌었다. 그러한 시도는 이전의 매체 활용 방식이나 그것이 갖는 전통적인 의미 생산의 체계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현재의 시대정신과 맞물려 앞으로 맞닥뜨릴 우리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상상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끈다. <Plastic Currency>를 통해 원종국은 그가 행하는 융복합적 작업의 연장선 상에서 다시 한번 인간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고자 한다.
이강일은 정보를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콘텐츠의 향유 양식 중 하나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주요한 매체로 활용한 작업을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 그룹의 일원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는 알고리즘이나 코딩을 활용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법을 매체로 사용하면서, 그것이 획기적으로 변화해 낸 물리적 시공간의 개념에 따라 감각의 차원에서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듯 이강일은 그와 같은 기계적 방법론을 예술의 경험과 나란히 함으로써, 단지 서로 다른 맥락으로 일컬어졌던 무엇들 사이에 새로운 이해와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Plastic Currency> 프로젝트에서도 이렇듯 이강일은 인간과 환경 사이를 기술적으로 매개하면서 그 상호 작용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처럼 서로 각기 다른 관심을 갖는 신태호, 원종국, 이강일의 협업 프로젝트 <Plastic Currency>는 ‘플라스틱’이라는 공통의 소재, 구체적으로는 이 플라스틱의 사용이 낳은 환경 파괴의 측면을 어떠한 방식으로 다룰 것인지, 그 해결 방안을 고안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과정은 생산과 소비의 편리성에 초점을 둔 이 플라스틱의 소재를 올바르게 재활용하지 못하는 지금의 실정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그처럼 나의 삶과는 상관없이 쉽게 생산하고, 소비하며, 폐기하는 무엇으로서 플라스틱을 대하는 개인의 인식을 좀 더 생산적인 수준으로 이끌고자 한다. 이러한 의식적 구조 전환은 이 플라스틱을 하나의 소재로서, 다시 말해 버려지는 쓰레기가 아닌 내일을 위한 또 다른 ‘자원’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상황에서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는 이 의식적 구조 전환을 통해 이른바 비가시화한 폐기 구조와 멈추어 버린 재활용 구조가 야기한 이른바 ‘끊어진 시스템(Disconnected System)’을 이어 냄으로써,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효율 추구가 초래한 부작용으로서의 선형 경제 구조를 다시금 순환 경제의 형태로 되돌리고자 한다.
플라스틱 의존이 야기한 환경적 위기를 자본주의적 가치로 환원하는 데이터 시각화 시스템의 구축
소재와 공간, 인간과 정체성 그리고 감각을 향한 이들의 관심은 결국 데이터와 그것의 실제화 과정으로 귀결한다. 인간과 그를 아우르는 환경의 문제는 곧 우리 인간의 미래와 연관된 중요한 공적 논의점으로서, <Plastic Currency> 프로젝트는 인간의 플라스틱 사용이 불러온 환경적 위기를 실제 유용한 자본주의적 가치로 환원하는 데이터 시각화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이를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부터 일으키는 변화를 통해 극복하려 한다. 이러한 시도를 포괄하는 본 프로젝트는, 예술과 기술이라는 상호 대립적인 가치의 사이 공간에서 인간과 이를 아우르는 사회 이면의 구조를 소환하고 개인의 존재를 정의하는 근본적인 지표들을 수면 위로 떠 올리면서 작금의 사회를 관통하는 뒤틀린 가치 체계의 척도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정립한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환경 문제
공간과 제품을 디자인하는 신태호, 융복합 미디어 아티스트 언해피서킷(Unhappy Circuit) 그리고 사운드를 매체로 작업하는 이강일은 인류의 미래와 환경 문제의 해결을 주요한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이들은 사회라는 집단 구조의 성립과 상호작용하는 우리의 삶을 어떠한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플라스틱 소재와 그 재활용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대안을 상상한다. 신태호, 언해피서킷, 이강일의 협업 프로젝트 <Plastic Currency>는 그와 같은 문제의식으로부터 이들은 각자 플라스틱 재활용의 대안적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그 구조와 과정을 시각화하는 동시에, 실제 활용 가능한 제품 및 그 유통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인다. 이러한 실천은 플라스틱이라는 소재의 교환 가치를 사용 당사자에게 환기함으로써, 이를 단순히 버려지는 폐기물이 아닌 또 다른 자원으로서 인식하게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처럼 신태호, 언해피서킷, 이강일은 이른바 현재의 ‘끊어진 시스템’을 다시 이어내면서, 환경 보전 측면에서 새로운 소재 재활용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자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