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과 개인성, 새로운 양가적 도시 계획 <포장농방>

2021.2.24

미술 그리고 농업, 그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 것 같은 개념의 조합

공공, 미술 그리고 농업, 언뜻 전혀 그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 것 같은 단어들을 <포장농방> 프로젝트는 조합하려 시도한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조각과 설치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그리는 시각 예술가 민성홍, 두들 아트(Doodle Art)라는 대중 친화적 예술 영역에서 작업하는 공공 미술가 요요진 그리고 사용자의 경험과 도시를 연구하는 디자이너 Luke Rideout의 협업으로 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포장농방>을 통해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해소했던 각자의 방법론을 증폭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갈증을 느꼈던 부분을 서로 도맡아주거나 지지하면서 공공의 사회적 공간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자 한다.

디자인적 개입과 현상적 접근을 통해 재배하는 또 다른 도시 소통의 방식

Luke Rideout은 디자인적 시각 이미지 작업을 통해 도시와 인간 그리고 사회와 경험의 관계에 관한 수동인 이해와 수용의 태도를 갖는 일반 구성원들의 인식을 좀 더 능동적인 소통과 경험의 차원으로 환원할 것을 종용한다. 이를 위해 그는 실물 혹은 가상 이미지 발행이나 출판 이외에도 영상, 설치, 사운드 스케이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학제 간 접근 방식을 활용한다. 특히 이와 같은 매체를 끌어들이며 발생시키는 여러 경험의 결과를 작업의 목적으로 하면서, 이와 함께 사회 구조 안에서 형성되는 문화와 제도 그리고 이를 향유하는 공동체 의식의 변화를 위한 예술적 개입을 추구한다. 프로젝트 <포장농방>에서는 도심 내부에서의 조형물의 관람 및 재배의 활동이 불러일으키는 경험의 방식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적 개입을 고민한다.

민성홍은 본래 조형과 다매체 설치를 통해 행정 제도에 따른 도시 구조의 변화,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야기하는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관한 실제적 혹은 역사적 근거를 작업의 주요한 소재로 삼아왔다. 그는 특히 우리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겪어야 했던 이주의 경험에 집중하면서 개인이나 집단의 경험으로부터 일상의 역사를 소환하고, 이로부터 다시 새로운 개인의 역사를 구축하고자 한다. 민성홍은 현실을 관찰하고 주변의 버려진 사물 이미지를 수집하는데, 그는 이와 같은 수집의 행위와 작업을 일치시킴으로써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거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일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은 현상적 접근은 도시라는 커다란 사회의 물리적 구조 틀을 환기하고자 하는 <포장농방>의 프로젝트와 공명하며 전환과 이전의 의미를 상기한다.

요요진은 본 프로젝트 이전부터 대중 친화적인 작업을 진행해 왔는데, 그는 실시간으로 벽화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내는 두들 아트 퍼포먼스와 그 과정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그리고 그가 그린 캐릭터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요요진은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대중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팝 문화의 형식적 범주를 점유하고, 이 대중문화의 형식 안에 평화나 평등과 같은 전 인류적 메시지를 담아냄으로써 예술과 대중 사이에서 적극적인 소통의 창구를 모색한다. 요요진은 프로젝트 <포장농방>에서도 이러한 그의 지향점을 반영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연스러운 관계 맺음을 일으킬 수 있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최대치로 끌어내고자 한다.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도시, 그리고 공동체

이로써 Luke Rideout과 민성홍 그리고 요요진은 도시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개인 삶의 질을 또 다른 차원으로 충족시키고자 한다. 그들의 개선은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극심한 산업화로 인해 놓쳐버린 인간 중심적 감성을 되살리기 위한 환경, 구체적으로는 원예 활동의 촉진과 이에 맥락을 같이 하는 공공 미술적 조형 설치를 통해 구현하고자 한다. 이들은 현대인들이 빌딩 숲속에서 오피스를 중심으로 하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과거 전통적인 형태의 노동을 할 것을 제안하며, 법제 구조 아래 천편일률적으로 우후죽순 설치된 공공 조각을 탈피한 또 다른 미적 가치를 창출하는 예술의 형상을 찾고자 한다. 이는 관람객이자 사용자들의 실제 경험을 중시하는 예술과 산업, 그 사이 어디께쯤에 있을 합일의 지점을 찾는 일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포장농방> 프로젝트는 도시를 진정한 공동체의 문화 플랫폼으로 돌려놓고자 하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과연 지금의 우리에게 적합한 도시의 풍경은 진정 무엇일까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인 Luke Rideout과 설치 미술가 민성홍 그리고 벽화와 두들링을 주요한 매체로 작업하는 공공미술가 요요진은 도시에서 실현 가능한 새로운 방식의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협업을 전개한다. 이들은 거대한 도시가 일원화해 온 효율성 위주의 삶의 양식 가운데서, 이를 철저하게 사용자 필요 중심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프로젝트 <포장농방>은 이처럼 도시 환경 개선이라는 공공적인 목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는 급격하게 전개되어 온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버린 인 인간성의 회복을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포장농방>은 말 그대로 이동과 설치가 용이한 형태의 포장마차를 연상케 하는 공공 농방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간편하고 간소한 수준의 원예나 재배 행위를 도시 안에서 가능토록 함으로써, 이로부터 성취 가능한 도시 구성원들의 감수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덧붙여 이와 같은 형태의 미술을 이른바 “1% 건축법 시행령”과 교차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그것으로부터 도시의 경관을 문화 진작 차원에서 재구성하는 작금의 공공 미술 전반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의 이해를 제도적인 차원에서 제안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