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탐구] 로봇이 바라본 인간

2021.11.22

로봇은 단지 도구일까? 이찬은 로봇이 우리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로봇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관계설정이 필요하고 그 첫걸음은 서로의 시선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이유

이찬은 주행 로봇에 집중합니다. 주변 공간을 인식하고(Sensing), 어떻게 움직일지 계획을 세우고(Planning), 움직일 수 있는(Acting) 로봇 말이죠. 이찬은 로봇을 ‘물리적으로 비로소 구현되는 AI’라고 표현합니다. ‘비로소’라고 수식한 이유는 아직 로봇이 잘하지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걷는 게 편하고 로봇은 바퀴를 장착하고 구르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각자 능숙한 분야가 있죠. 사람이 로봇보다 여전히 잘하는 것은 ‘조작’입니다. 사람은 낯선 상황에 닥쳤을 때 즉흥적으로 판단하고 조작합니다. 로봇은 학습된 상황에서 계획하고 움직이죠. 로봇과 사람은 인간이 중심인 세상 속에서 각자 잘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진화했습니다. 로봇과 인간은 각자의 분야를 성장시키며 서로 상호보완 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미래에는 로봇과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을지도 중요하죠. 이찬은 관계에 초점을 맞춥니다. 관계를 위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라는 생각했죠.

이찬의 로봇 작품에는 레이저센서가 탑재되었습니다. 레이저를 물체에 쏘아 반사광들을 바탕으로 정보를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레이저로 색깔과 공간의 깊이를 인식한 로봇은 자신이 해석한 세상을 그려냅니다. 0과 1로 RGB와 깊이를 인식하는 로봇은 공간과 색깔을 어떻게 인식할까요? 그 속에 인간은 어떻게 보여질까 고민합니다. 전시 공간에서 로봇은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반복적으로 움직입니다. 공간에는 기둥이 있죠. 기둥에는 LED 조명이 삽입돼 빛을 냅니다. 로봇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공간 안에 설치된 조명 기둥을 인식합니다. 로봇은 기둥과의 거리를 색깔로 표현하죠. 로봇은 공간을 움직이면서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공간을 그려냅니다. 그 그림을 다시 공간 안에 프로젝터로 쏘아 관객이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지금까지 인간의 시각을 이해하기 위해 로봇이 발전해 온 것과는 달리 로봇의 시점을 인간이 이해하기 위한 작품입니다. 우리가 익숙해질 새로운 시선이며 로봇과 관계 맺기의 시작입니다.

 

주행로봇의 골격: 클리어패스 로보틱스 딩고

주변의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계획(경로)을 세워 움직이는 것이 이찬이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로봇의 기능입니다. 딩고는 이것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실험용 로봇입니다. 주변을 인식하는 센서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컴퓨터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메타버스로 인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에 움직이는 로봇은 우리가 여전히 현실에 살고 있다고 자각시켜주는 도구 중 하나입니다. 움직이고 있다는 건 우리가 현실을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로봇은 현실을 다루는 학문이죠. 이것이 로봇의 가치입니다.

 

눈에 가까운 센서: Intel RealSense

로봇의 센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리얼센스는 사람의 눈과 가장 닮았습니다. 2개의 렌즈를 이용해 사물 간의 거리를 인식할 수 있죠.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는 콘솔 게임기에 주로 활용하는 렌즈이기도 합니다. 이찬은 작품을 테스트하는 과정 중에서 리얼센스를 활용했습니다. 다만 프로젝터를 활용해 영상을 투사하게 되면서 공간이 어두워져야 했고, 빛이 필요한 센서를 사용하기에 무리가 있었습니다. 레이저 센서로 계획이 변동되면서 출력하는 영상 비주얼도 바뀌었죠.

 

현실과 연결하는 최소한의 장치: LED 기둥

공간에 설치된 LED 기둥은 2차원에 그친 프로젝터 미디어에 심도를 더해주는 오브제입니다. 더욱 입체적으로 로봇과 관객이 소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궁극적으로 로봇의 거리감을 시각적으로 증강시켜 사람들에게 전달합니다. 이진수로 인식하는 다소 딱딱한 로봇의 관점에 색깔을 더해 사람들은 로봇의 감각에 좀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 소개

이찬은 로봇을 비롯한 기술을 매개로 변화하는 인간상의 경계에 대해 말한다. 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네이버랩스, 우아한형제들, 트위니에서 물류로봇과 관련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이동 군집 로봇과 관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플로틱의 대표로 ‘2021 KAIST Engineering Innovator Award’, ‘2014 대한민국 인재상’, ‘2014 intel-ISEF 국가대표 선발’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