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교육] 미래 사회를 위한 교육 혁신

2020.7.16

우리 사회는 초속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반면, 사회 시스템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 매시간 책상에 앉아 방대한 지식을 습득하기를 강요받는다. 교육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우리는 얼마나 빠르게 잘 대처하고 있는가? 현재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이 과연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을까?

어떤 인재가 필요한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오늘 유망한 직업이 내일도 존재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로봇과 AI와 같은 기술의 발달로 점점 더 자동화되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발표한 고용의 미래(Future of Employment) 보고서에 의하면 현존하는 직업의 47%가 20년 내로 사라질 것이며, 기계 대체가 불가능한 전문적 영역의 직업만이 생존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의 일을 빼앗겨 버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거에 그래왔듯이, 혁신이 또 다른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창의력의 노벨상 격인 토런스 상을 외국인 최초로 수상한 우리나라의 김경희 교육심리학 교수는 “어떤 미래의 어떤 환경을 맞이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는 창의력이 필요하다.”라며 표준화, 규격화, 획일화된 시험 위주, 능력주의 속에서 고등 교육을 다 마치고 직장생활에 적응할 때면 태어날 때 아무리 창의적이었던 사람이더라도 남과 비슷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게 된다는 의견을 전한다. 그야말로 그 어떤 때보다 빠른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유연한 대응이 중요해졌다. 다양한 관점을 갖고 입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으며,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창의적 인재가 필요한 세상이다. 이에 발맞춰 대학은 담장을 허물고, 세상의 전문가와 최첨단 기술과 연결되는 배움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네르바 스쿨, 세상에 없던 학교
전 세계 고등 교육에 영감을 주는 새로운 시스템을 갖춘 대학이 등장했다. 2014년 신입생 29명으로 첫 수업을 시작한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 at KGI), 세계적인 교육 혁신 대학으로 이름을 알린 이 학교는 ‘캠퍼스 없는 대학’ ‘온라인으로만 수업하는 대학’ ‘하버드보다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실제로 입학률이 5%인 하버드 대학보다도 입학하기 까다롭다. 2018~2019년 학사의 경우 23,000명이 지원해 276명이 합격했는데, 이는 1.2% 수준이다. 최상위 학생만 받는다는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 미네르바 스쿨은 모든 대학이 활용하는 표준화된 점수, 대학입학자격시험 SAT를 입학 평가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학생의 가치관과 학습 능력을 파악하기 위한 자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미네르바 스쿨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입학 후 4년 동안 세계 곳곳에 있는 7개 도시를 돌며 학업 생활을 이어나가기 때문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있으나 캠퍼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첫 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적응기를 보내고, 이어서 서울, 하이데라바드,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런던, 타이베이로 배움의 공간을 옮겨간다. 7개 도시는 정치,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핵심도시로서 개방적 환경, 교통망, 인터넷 인프라, 정치적 안정성 등을 고려해 선정한 것이다.

이토록 혁신적인 대학을 먼저 제안한 인물은 벤처사업가 벤 넬슨(Ben Nelson)이다. 그는 만약 대학이 지금처럼 정보만을 제공하는 교육을 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스티븐 코슬린(Stephen Kosslyn) 전 하버드대 사회과학대학장과 비키 챈들러(Vicki Chandler) 전 오바마 대통령 과학정책자문위원을 영입해 ‘완벽한 대학’을 목표로 미네르바 스쿨을 탄생시켰다.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배운다
모든 변화에 대응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진정한 가치라고 믿는 미네르바 스쿨. 이는 당장 사회에서 인정받는 뛰어난 직종에서 일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한편, 학생들이 갖춰야 할 소양을 5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첫째, 호기심이 많을 것. 둘째, 한 분야 이상에 열정을 쏟을 것. 셋째, 성실할 것. 넷째, 팀으로 일할 수 있을 것. 다섯째, 겸손할 것. 입학 후 1년 동안 학습하는 커리큘럼도 같은 맥락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며, 효과적으로 타인과 협력하는 법을 훈련한다. 1년간 미네르바 스쿨의 방식에 익숙해지면 비로소 전공을 택하는데, 4년제 학부과정은 인문예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컴퓨터과학, 경영학의 5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일반 대학의 학과 개념과는 달라서 선택과목이나 교양수업이 없다. 단, 산학협력 과정이 강조된다. 지금까지 구글, 애플, 아마존, 우버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각국의 공공기관과 비영리단체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인턴쉽 참가 등 무엇보다도 현장에서의 경험을 중요시 여긴다.

온라인 플랫폼이 곧 강의실
2020년에 이르러 이 학교가 주목받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 유네스코에 따르면 2020년 4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학생 중 91%가 재택 수업을 받았다. 갑작스레 온라인 교육의 격차와 캠퍼스의 존립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까지 분분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많은 사람이 원격 수업의 성공 모델로 미네르바 스쿨을 언급하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의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자신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체 개발한 플랫폼인 액티브 러닝 포럼(Active Learning Forum)에 접속해 온라인 세미나 형식으로 모든 수업을 받는다. 교수의 일방적인 주입식의 강의가 아니라, 미리 준비했던 주제를 갖고 의견을 나누는 토론 방식. 무엇보다 수업 전에 방대한 양의 자료 조사가 행해지고, 완벽한 이해도가 있어야 제대로 된 참여가 가능하다. 온라인 플랫폼이 갖추고 있는 AI 기능들은 교수로 하여금 누가 발언을 많이 했는지, 참여도가 높은지 분석하고 파악하도록 돕는다. 이에 교수는 팀을 나눠 디베이트 시키거나 발언 빈도에 따라 학생들 아이콘 색깔을 바꾸면서 의견을 활발히 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수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수업 규칙을 하나 꼽자면 교수의 최대 발언 시간이 한 번에 4분을 넘기면 안 된다는 것. 교수는 학생들의 참여를 북돋으며,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협조자이지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겠다. 한편, 학생들이 교수를 직접 대면하는 경우는 아예 없으며, 수업마다 참여하는 학생 수는 세심한 관리를 위해 20명 미만으로 구성된다.

수업 자체는 100%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지만, 미네르바 스쿨을 단순히 온라인 대학이라고 단정한다면 오해다. 굳이 정의하자면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오프라인 대학’이라고 해야겠다. 미네르바 스쿨을 원격 수업만으로 뛰어난 교육 방식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이 학교는 훨씬 더 복잡하다. 이들이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를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하는 학습의 효율성을 위해 택한 방식이 온라인 수업이었던 것이기에. 미래의 교육은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 온전히 원격 교육이 답이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온라인 수업은 현재 교육의 단점을 보완하는 또 하나의 교육 프레임 중 하나이다.

오프라인 프로젝트 
교수와의 수업은 오로지 온라인상에서 진행되는 반면,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모두 함께 생활하며,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각 도시에는 현지 담당자를 배치해 학교생활을 돕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의 2학년 1학기의 캠퍼스는 서울이에요. 4개월 동안 한국에 적응하도록 여러 방면에서 돕고 있습니다. 특히, 수업 외 시간에 수행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서울에 있는 글로벌 기업, 사회적 기업, 공공기관 등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미리 만들어놓는 것이죠.” 김은정 매니저는 그동안 SK와 카카오 등 우리나라 기업과의 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로 활동해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서울로 넘어온 미네르바 스쿨의 2학년 학생들은 2019년 SK텔레콤과 함께 5G와 AI 기반 언어습득 솔루션 등 신사업 기술 개발과 관련해 3개월간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SK엔카닷컴의 ‘자동차 이미지 검색 기능’의 베타 서비스 구축에도 참여해 AI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동차 모델명과 현재 시장 가치를 쉽고 빠르게 제공받을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앞서 2018년에 SK엔카와 협업을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현재 모바일 앱에서 공식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들이 각자 목표를 세워 100일 동안 실천할 수 있게 돕는 어플리케이션 설계에 관해 카카오와 본사와 두 달 동안 소통하며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다.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수업이 아닌, 이제까지 공부한 것을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보다 더 진정한 실전 업무 경험은 없을 테다.

미국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재학생들의 국적 비율을 따져보면 81%가 미국 이외 지역 출신으로, 새로운 교육을 갈망하는 이들이 전 세계에서 이 학교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4년에 개교한 미네르바스쿨에 점점 더 학생들이 몰리는 건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이 더 이상 미래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2020년에 처음으로 졸업생을 배출시킨 미네르바 스쿨, 과연 세계를 변화시키는 리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전에 없던 혁신적인 교육을 과정을 밟은 인재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