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01ne News] 테크놀로지로 시공간의 한계를 넘다!

2021.8.17

운동선수의 움직임을 매 순간 포착하고, 생각만으로 글씨를 쓸 수 있고, 우주를 여행하는 것이 현실이 된 요즘.

 

1.현장에 있는 것처럼, 스마트 올림픽이니까.

2021년 8월 8일, <2020 도쿄 올림픽>의 막이 내렸습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무관중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사상 초유의 ‘TV 올림픽’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는데요. 역사상 가장 조용하고, 재미없는 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그만큼 현장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일등 공신은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 오메가(OMEGA)입니다. 1932년 LA 올림픽을 시작으로 올해 29번째 올림픽 타임키퍼로 참여했습니다. 오메가는 33개 종목, 339개 경기의 모든 순간을 새로운 계측 시스템으로 기록해 ‘스마트 올림픽’을 완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수영장 주변에 설치한 ‘이미지 추적 카메라’는 선수의 실시간 위치, 속도, 가속도, 스트로크 수를 비교합니다. ‘포즈 감지’ 기술은 관절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포착해 체조 선수의 세세한 동작을 심판들에게 전달하죠.

가장 눈길을 끄는 기술은 바로 ‘모션 센싱’입니다. 지금까지는 육상 선수가 곡선 주로를 달릴 때 순위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웠었는데요. 곡선 주로가 포함된 200m 이상 경기에는 출발점이 다른 계단식 출발 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선수가 곡선 주로를 지나 마지막 직선 주로에 진입할 때 비로소 순위를 확인할 수 있었죠. 하지만 모션 센싱을 이용하면 선수별로 트랙 위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요. 스타트 번호에 신용카드 절반 정도 크기의 모션 센서 태그를 부착하기만 하면 끝! 정말 간단하죠? 이 센서 덕분에 선수들이 곡선 주로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어느 지점에서 최고 속도에 도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메가 최고 경영자인 알랭 조브리스트(Alain Zobrist)는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경기의 모든 이야기를 담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해요. 앞으로의 스포츠 경기는 단순한 기록과 데이터 저장 수준을 넘어 인간의 운동능력까지 분석 가능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2. 사지 마비 환자의 상상 글쓰기

환자의 머리를 감싼 20여 개 센서가 긴 케이블을 통해 컴퓨터와 연결돼 있습니다. 누워있는 환자는 움직임이 전혀 없지만, 맞은편 컴퓨터 화면에는 알파벳 문자가 하나씩 입력되는 것이 보입니다. 머릿속으로 글자를 쓰는 상상을 하자 환자의 뇌에 삽입된 칩이 그 신호를 받아 글자를 입력한 것이죠.

‘마인드 라이팅(mind writing)’ 기술은 뇌에서 나오는 뇌파를 컴퓨터로 읽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다른 명칭입니다. 해당 기술을 개발한 미국 스탠퍼드대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연구팀은 사지 마비 환자의 뇌에 칩을 심고 뇌파를 읽어 스마트폰에 글자를 입력하면 분당 90자 속도로 글을 쓸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연구팀은 환자에게 손이 마비되지 않은 것처럼 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쓰는 것을 상상하도록 했습니다. 비록 손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뇌는 문자를 쓰기 위해 손으로 특정한 운동 신호를 보냈죠. 환자 뇌에 심은 칩은 이러한 신호를 읽어 들였습니다. 각 칩에 달린 100개의 전극이 움직임을 제어하는 뇌 부위인 운동 피질에서 나오는 뇌의 신경 신호를 받아 컴퓨터로 전송한 것입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환자의 뇌 신호를 글자로 정확히 변형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AI가 환자의 뇌파를 시간순으로 읽어나가며 글자 구조를 재구성합니다. 복잡한 손글씨 동작도 문제없을 정도! 문장을 보고 옮겨 쓰는 테스트에서 분당 90자를 입력할 수 있었습니다. 2017년 분당 40타에 머물렀던 타자 속도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죠.

BCI 기술은 신경학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희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기술이 그러하듯, 이 역시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일 악용될 경우, 뇌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특정 이념을 주입하는 등 악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죠. BCI와 관련한 윤리적 논의가 우선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의사소통의 편리함만큼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죠.

다만, BCI가 신경학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연구팀은 추후 말하는 능력을 잃은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도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3. 새 우주 시대의 새벽이 열렸다

본격적인 민간 우주 관광 시대가 열렸습니다. 10년 뒤에는 우주 관광 시장 규모가 약 40억 달러(4조 5,94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 시작점에는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있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11일 자신이 창업한 버진 갤럭틱의 유인 우주선을 타고 우주 관광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버진 갤럭틱은 버진 그룹 소속의 민간 우주 기업으로 준궤도 구간의 무중력 체험 관광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합니다. 모선(母船) 비행기인 ‘이브’와 ‘유니티’로 구성된 유인 우주선 ‘스페이스십 투’는 16km 상공에 도달하자 이브가 분리돼 고도 약 90km까지 도달했고, 탑승객들은 유니티를 타고 약 20분가량 우주 공간에 머물다가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브랜슨 회장이 우주여행에 성공한 지 9일 후인 7월 20일,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자신이 설립한 우주 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베이조스는 민간 우주여행으로는 최초로 고도 100km 이상을 돌파하는 기록을 남겼는데요, 이날 로켓에 탑승한 이들은 최초의 부자(베이조스), 최고령(월리 펑크), 최연소(올리버 데이먼) 우주인으로 기록되었죠.

브랜슨에 이어 베이조스까지 성공을 거두며 상업용 우주여행 산업은 탄력이 붙게 됐습니다. 버진 갤럭틱은 2023년 3분기 첫 상업적 우주여행을 예고하며 우주 관광 티켓 판매를 재개했는데요. 티켓 가격은 무려 45만 달러(한화 약 5억 1,000만 원). 이전보다 약 20만 달러가량 높은 가격입니다. 브랜슨 회장을 태운 유인 우주선이 비행에 성공함으로써 기술적 안정성까지 입증되었기 때문이겠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미 600명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산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로선 지불 자체가 불가능한 금액. 우주 관광 대중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미래에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별을 바라보며 꿈을 꾸던 아이는 이제 우주선을 타고 아름다운 지구를 내려다보는 어른이 됐다. 꿈을 가진 다음 세대 여러분, 우리가 상상한 것을 이렇게 이룰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