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우리가 마주할 근미래 인간의 형상을 그리다

2021.2.24

예술과 기술, 그 사이에서 일으켜진 변화하는 의미

<Decennium Series>는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모든 것이 노출되기 수월해진 환경 속에 자리한 개인과 데이터의 동시대적 관계를 탐구하는 시각 예술가 이은희 그리고 기술이 주도하는 또 다른 방식의 상호작용과 아카이빙 시스템에 집중하면서 인간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장진승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이다. 그들은 본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의 인간과 사회의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형상을 인문학과 미학의 관점에서 새로이 구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은희와 장진승은 ‘미래’라는 공통의 주제를 중심으로 앞으로 도래할 기술 기반 환경을 다루는 몇 가지의 에피소드를 추리고, 그것을 옴니버스 형식의 예술적 앤솔로지(Anthology) 방식으로 우리에게 전한다.

동시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사유하는 새로운 예술가들

이은희에게 ‘스크린’은 그가 조명하는 기술 홍수 시대에 범람하는 이미지 혹은 데이터와 인간의 사이를 규명하는 작업의 주요한 단면을 이룬다. 그는 예술의 범주 안에서 우리 주변을 가득히 채우고 있는 시각 정보가 어떻게 생산되거나 소비되어 왔는지에 관해 관심을 두고 당대적, 동시대적인 특정한 현상이나 사건을 콜라주(Collage) 한다. 이로써 이은희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이미지와 그 유통의 과정을 조명하고자 한다. 최종적으로 그는 그러한 추적의 결과를 다시금 영상과 설치 작업으로 재현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에 스며있는 이미지 인식의 유형, 나아가 인간의 의식 체계 자체를 재편하기 위한 새로운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이은희는 <Decennium Series> 프로젝트를 통해 그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을 좀 더 선명하게 그려내고자 한다.

장진승은 프로젝트 <Decennium Series>을 통해 그가 꿈꾸는 평등의 실현이 가능할 것인지를 가늠한다. 그는 본래 기술이나 프로그래밍 기반의 뉴 미디어와 사운드 그리고 영상의 매체를 다루는 예술가로, 학제 혹은 매체 간의 융복합적 시도를 통해 사회라는 제도에 귀속되어 있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이나 편견을 지워내고자 작업해 왔다. 장진승은 이미 왜곡되어버린 인간의 잠재의식을 해소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기계적 인식의 방법론을 그것에 접목하는 동시에, 이를 미디어적 실험과 인터랙션 그리고 아카이브의 구현이라는 방법론을 활용한다. 이렇듯 장진승이 실천하는 “기계처럼 (객관적으로) 생각하기”의 방식은 관람자를 이전과는 다른 감각의 차원으로 인도하면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 그리고 이로부터 야기한 서로 간의 오해를 이해로 전환할 어떤 가능성을 우리에게 제안한다.

‘인권’과 ‘노동’ 그리고 ‘교육’,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세 가지의 서사 <Decennium Series>

사회적 질서를 형성하는 인간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헤아릴 수 없는 데이터의 흐름과 속도는 기술이 곧 우리의 일상이 되고, 우리의 일상이 다시 기술로 환원되는 새로운 미래의 풍경을 그릴 수 있게 하는 척도임을 프로젝트 <Decennium Series>는 역설한다. 프로젝트의 주체인 이은희와 장진승은 지금을 기점으로 ’10년간’의 시간을 특정하면서,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 기간 동안 지금은 서로 충돌하거나 상호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많은 관계들이 예측 불가능하게 변할 것이라는 전제로부터 그들의 예술적 상상을 시작한다. 이은희와 장진승은 근미래를 향한 논의를 인류가 맞닥뜨린 ‘인권’과 ‘노동’ 그리고 ‘교육’이라는 중요한 사회 문제들을 갈래 삼아, 각기 다른 주제를 관통하는 세 가지의 이야기를 담아낼 단편 영화의 연작 형식으로 제작한다. 본 프로젝트에서 인권의 문제에 관해서는 현재의 인류에게 유전적으로 주어진 이외의 피부색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인류는 어떻게 또 다른 차별을 발생시킬 것인가를 상상하면서, 노동 문제의 경우에는 플랫폼의 복잡다단한 발전 양상과 더불어 점차 소멸의 징후를 드러내기 시작한 인간의 업무 범위와 방식을 상상하면서, 마지막으로 교육의 문제는 인공지능이 예견할 데이터 기초 분석이 개인의 장래와 한계를 규정하는 가운데 그 주체와 대상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다루어질 것이다.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공상 과학, 인공지능, 제4차 산업혁명, 자율주행 그리고 세계화 등, 이처럼 미래와 강하게 연결된 위의 개념들이 밝히는 맥락과 서사는 프로젝트 <Decennium Series>의 그것과 다학제적으로 공명한다. 미래는 언제나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확신할 수 없지만, 현재는 본래 미래의 잠재성이 내재하는 시공간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이은희와 장진승이 상상하는 미래 역시 누군가에겐 그저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내일을 확신하려는 무모함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래란 수동적으로 다가올 무엇이 아니라 인류가 능동적으로 만들어 가야 할 무엇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프로젝트는 분명 유의미한 가치를 품고 있다.

10년 후, 우리가 마주할 근미래 인간상을 상상하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이를 아우르거나 관통하는 미디어 작업을 지속해 온 시각 예술가 이은희와 장진승은 프로젝트 <Decennium Series>를 통해 10년 후, 인류가 맞이할 인간 사회의 풍경을 그린다. 기술이 선도하는 사회 구조와 그 안에 내재된 인식의 변화에 주목하여, 이들은 기술 기반 환경이 초래할 근미래의 서사를 상상한다. 본 프로젝트는 이를 위해 ‘인종’과 ‘노동’ 그리고 ‘교육’이라는 사회 구조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세 가지의 요소를 중심으로 각각의 에피소드를 SF 영화와 미디어 영상 작업의 경계에서 써 내려간다. 첫 번째 시리즈 “C-MP-MUTATINEM (L-85-I7-J)”는 피부색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선사하는 인종 간 차별의 문제를, 두 번째 시리즈 “BEFORE TERMINATION”은 자율주행 운송수단의 대중화와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를, 마지막 세 번째 시리즈 “the first kid”는 인공지능이 예측하고 결정하는 개인의 교육과 미래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그러나 이 세 편의 단편 작업을 통해 이은희와 장진승은 현재 만연해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쾌한 답을 내리지는 않으며, 기술과 예술 그리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그로부터 단지 어떤 일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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