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음식] 곤충이 식탁에 오르는 미래가 온다

20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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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구는 꾸준히 증가해 2050년이 되면 90억 명에 이를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ited Nations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에 따르면 식량 수요는 지금의 2배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지구는 이를 소화하기에 환경적으로, 또 자원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미래 식량난을 해결해줄 대안으로 지목한 것이 바로 ‘식용 곤충’이다.

육류 대신 곤충 단백질
미래에는 곤충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될까? 이론적으로는 의심할 바 없이 명백해 보인다. ‘식용 곤충’은 ‘작은 가축’이라고 불릴 만큼 양질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3배나 된다. 게다가 단백질 이외에도 칼슘, 철, 아연, 비타민, 무기질 성분 등이 풍부하고, 불포화지방산 함량 또한 높아 영양학적 가치가 높은 식품으로 평가받는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연구에 의하면 2050년의 육류 소비량은 4억5천t에 이를 것인데, 과연 지구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식량 수요가 턱없이 높아진 미래에는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육류 단백질 섭취를 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면 ‘식용 곤충’이 소, 돼지, 닭고기 등 기본 육류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평가의 식량난을 해결해줄 구원의 식품으로서 말이다.

영양소, 사육 방식, 환경적 영향을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식용 곤충’은 식품으로서의 경쟁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식용 곤충’을 사육하기 위해서 필요한 물과 먹이의 양이 가축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적기 때문인데, 가축의 경우 단백질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 10kg의 사료가 필요한 반면, ‘식용 곤충’은 단 1kg만 필요할 뿐이다. 더불어 환경적인 가치 판단도 무시할 수 없다.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곤충의 무려 2,850배이며, 물 사용량 역시 1,500배에 이른다. 가축을 키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가 지구 전체의 온난화에 17%를 차지하는 현상을 고려해본다면, 친환경적인 사육방식 역시 미래에는 우리가 식품을 선택하는데 보다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기에 ‘식용 곤충’의 가치는 훨씬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단백질’로서 ‘식용 곤충’을 손꼽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래 식품을 연구하다
“건강과 환경, 미래의 식량난까지 다양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식품을 연구합니다. 그 첫 번째로 선택한 것이 ‘식용 곤충’이죠.” 퓨처푸드랩(Future Food Lab)의 류시두 대표는 일찌감치 미래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식용 곤충’을 에너지바, 파우더, 뮤즐리, 쿠키, 쉐이크 등의 제품으로 만들어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는 이 업계의 선구자다. ‘식용 곤충’에 관심이 컸던 그는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2014년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우리나라의 환경이 퓨처푸드랩을 이끌어나가는 데에 단단한 토대가 되었다고 여긴다. “국내 시장은 전 세계의 추세에 비춰보더라도 굉장히 앞선 편입니다. 정부에서 나서서 적극적으로 곤충 산업을 육성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전망하고 투자하고 있습니다.” 2010년 ‘곤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산업화가 가능해진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1,680억 원이었던 국내 곤충 시장의 규모는 2018년 2,648억 원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2020년에는 1,000억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될 만큼 가파르게 성장 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식용 곤충’ 분야의 경우 2011년에는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았으나 2020년에는 508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약처에서 현재 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누에, 갈색거저리유충, 쌍별귀뚜라미, 흰점박이꽃무지유충, 장수풍뎅이유충,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 등 8종의 곤충을 일반식품원료로 지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곤충을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활용해 완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이와 비교하면 해외의 ‘식용 곤충’ 시장은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라고 한다. “곤충을 일반 식품으로 인정하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아요. 관련 제도가 아예 없거나 혹은 규제가 꽤 높습니다. 한국이 제도적으로 굉장히 앞서 있는 셈이죠.” 류시두 대표는 대규모 곤충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의 곤충 스타트업 옌섹트(Ynsect)를 예로 들며 그들 역시 곤충을 정제해 수중동물 양식업에 사료용으로만 활용한다며, 미래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식용 곤충’은 현재 우리 인간이 직접적으로 섭취하는 식품으로서의 역할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위치라고 판단한다. 그런데도, 소규모 농가 위주인 우리나라 곤충 산업과 대조적으로 옌섹트의 전체 생육 공정은 로봇, 센서 기술, 인공 지능 등을 활용해 100% 자동화로 이뤄진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현재 곤충을 소비하는 방식
사실 ‘식용 곤충’은 미래 식품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시에,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으로 인해 그 가치가 무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한국을 ‘24시간 편의점에서 번데기를 사서 먹을 수 있는 나라’로 묘사하면서 ‘식용 곤충’이 보편화되었다고 여기지만, 아직까지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형태는 아니다. 혹시 주위에서 곤충을 먹는 사람을 종종 본적이 있나?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몇 년간 관심도가 높아지며, 국내 곤충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고는 하나 일상에서의 체감도는 낮다. 퓨처푸드랩의 구매 패턴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맛’이 기준이 되는 기호식품으로서의 선택은 없다고 하는 게 맞다. 호기심에 의한 일회성 구매를 비롯하여, 학교에서는 미래와 환경에 대한 교육용으로 찾고 있으며, 대표 제품인 ‘고소애 파우더’의 경우 환자식으로 더 알려져 있다. 이 파우더는 우리가 흔히 밀웜(Mealworm)이라고 부르는 갈색거저리의 유충 분말로 10g당 7.4g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양질의 단백질을 쉽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2016년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 암 수술 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환자식 연구 결과가 긍정적으로 발표된 후 판매량이 꾸준한 제품이다. 한편, ‘퓨처프로틴’이라고 명명한 퓨처푸드랩의 곤충 단백질은 밀웜과 귀뚜라미를 가공해 제조하는 것으로 이는 에너지바, 뮤즐리, 쿠키, 쉐이크 등 여러 제품에 활용한다. 여기서 잘못된 편견 중 하나를 깰 수 있는데, 우리가 ‘식용 곤충’을 먹는다는 의미가 곤충 단백질의 효능을 활용하는 것이지 혐오감이 드는 벌레 형태 그 자체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약은 애초에 곤충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사람도 무농약으로 먹기 힘든데, 곤충은 무농약 채소만 먹어야 해요. 더불어 기존 축산업의 큰 문제였던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하기까지 하죠. 곤충 단백질은 안전하고, 깨끗하며, 건강한 단백질입니다.” 곤충 단백질을 기꺼이 ‘미래에서 온 프리미엄 단백질’이라고 칭하는 류시두 대표의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해 ‘식용 곤충’은 우리의 몸과 마음, 지구의 환경에까지 미치는 영향을 생각했을 때 최선의 선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점점 더 필요에 의해 선택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식용 곤충’에 대한 인식은 서서히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의 식탁을 상상하다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곤충이 자연스럽게 우리 식탁에 오르는 미래가 정말 오는가?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식용 곤충’이 우리 식생활의 주류가 될 것인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대체육 시장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이를 예측해보자면, 식물 대체육인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는 이미 북미에서 버거킹, 맥도날드, 던킨 도너츠, 팀홀튼에 입점하는 등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미국 시장 조사 전문 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의하면 2025년에는 전 세계 대체육 시장이 약 9조 원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 에이티커니(A.T Kerney)는 2040년이면 우리가 소비하는 육류의 40%를 대체육이 차지하게 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2021년에는 네덜란드 모사미트(Mosa Meat)에서 동물 줄기세포를 키워 만든 배양육을 출시할 예정이다. 물론, 식물성 고기와 달리 배양육은 아직 개발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찬반논란이 있기는 하나 가축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만은 확실하다. 식물 대체육이나 배양육이 주류를 꿰차게 되진 않더라도 우리 식생활의 일부분을 바꾸게 될 것이다.

“김규삼 작가의 웹툰 <하이브>에서는 비정상으로 커진 곤충이 지구를 점령하는 미래가 그려지는데요, 스토리 중에 거대해진 개미를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랍스터 맛이 난다며 맛있게 뜯어 먹어요. 저는 이 장면이 미래에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갈색거저리가 새우 맛이 나거든요. 만약 실험실에서 갈색거저리의 크기를 키우는 연구가 이뤄진다면 랍스터 대신 몸집 큰 갈색거저리를 먹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류시두 대표의 말처럼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이 가짜 고기도 만들어내는 현시점에서 미래의 음식으로 충분히 그려볼 수 있는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말했듯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50년 식량 수요가 지금의 2배가 될 것이고, 육류 소비는 4억5천t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축을 길러 고기를 얻는 전통적인 축산업으로는 육류 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롭게 등장한 대체육이, 그리고 곤충 단백질이 완전히 드라마틱하게 우리가 현재 소비하는 육류를 대체하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소, 돼지, 닭고기와 같은 단백질 식품과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미래에는 ‘식용 곤충’이 틀림없이 우리의 식탁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