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inition of Cooperation] 시각 예술가 셋, 그리고 AI 작곡가 뜻밖의 완벽한 협업

2021.2.24

명의 작가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작업 과정 갑작스레 AI 개입시켰다. 과연 어떤 결말을 마주했을까?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AI 작곡가를 끌어들여 협업이라는 울타리에 주체 넷이 존재하게 되어버렸다.

창작자들은 협업이라는 형태에 상당히 열린 편이다. 김정태, 조호영, 최진훈,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시각 예술가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ZER01NE Lab 일원으로서 2019트리플 코어라는 이름으로 <어디가 프로젝트> 진행한 것은, 어쩌면 전혀 특별하지 않은 협업으로 마무리될 일이었다. 공동의 주제인미래의 이동 대하여 생각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토론하면서 개념을 시각화한 음악, 영상, 설치 작업의 5개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1. Somewhere, 2019, FIRST AID 편곡, 2채널 사운드, 320

2. 无目标区, 2019, 김정태,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320

3. 우아한 목적지, 2019, 조호영, 싱글채널비디오, 컬러, 320

4. nowhere, 2019, 최진훈,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320

5. Ruins Trophy, 2019, 3채널 비디오, 장소 특정적 설치

각자의 이동에 관한 상상을 담은 영상 3편이 하나의 완성된 음악 <Somewhere> 맞춰서 개별 모니터에 동시 재생되는 형태로, 영상에서 등장한 어떤 장면이나 아이템이 다른 영상의 프레임 속에도 존재하는 식으로 스며들게 함으로써 시각적으로 상징적인 연계성을 주었을 아니라, 촬영 과정 속에서도 서로 노동력과 재원을 공급함으로써 작품간에 촘촘한 관계맺음을 놓치지 않았다.

협업(協業)이란,

생산의 모든 과정을 전문적인 부문으로 나누어 여러 사람이 분담하여 일을 완성하는 노동의 형태.

작가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작업 과정 갑작스레 AI 개입시키면서,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경로를 밟게 됐다. 우연도 아니며, 필연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 선택의 결과로써 이들의 협업 내에는 계획하지 않았던 뜻밖의 의미가 새겨지게 됐다. 최진훈 작가는 뮤직비디오 제작의 출발점이 음악이었고, 여기에 사용된 음악이 협업의 틀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말한다. 3인의 취향을완전하게반영한 하나의 곡을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므로.

모빌리티가 갖는 기업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접근성이 낮은 현대미술의 단점도 극복할 있도록 시각화할 매체로서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뮤직비디오를 택했습니다. 친숙한 음악에 구체적 비주얼로 보여줄 경우 관람객이 난해한 주제에도 집중할 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각자가 원하는 스타일의 수백 곡의 음악의 공유하거나 매일 치열하게 대화를 한들, 정답으로 가는 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한 대장정이 이어졌다.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온전히 이해해야 해요. 누가 한걸음 물러서거나 혹은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없어요.” 최진훈 작가는 이상적인 협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러나 누구도 양보하지 않는 의견 통일은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빈틈없는 협업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

AI 협업에 끌어들인 것은 시각 예술가 모두에게 경험이다.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에너지와 감정 소모, 비효율성, 이를 탈피하기 위해 모두가 AI 작곡가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3인이 각자 만들고 싶은 노래의 레퍼런스를 대량으로 AI 학습시킨다면 중간값을 찾아내, 정확도는 높이고, 오차를 줄이며, 결국 공통의 취향을 100% 반영한 곡이 도출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누구나 음악을 만드는 시대 상상하고서, AI 작곡가가 그럴듯한 곡을 마법처럼 내놓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결과물은 다소 기괴하게 느껴질 만큼 엉뚱했고, 악기를 선택하거나 코러스를 넣는 인간이 수밖에 없는 추가 작업이 요구되어 작곡가를 고용한 음악처럼 다듬어야 했다. 현시점에서 AI 작곡프로그램을 사용하더라도 예술 음악의 미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그들은 또한 재미있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한다. AI 작곡가가 아직은 온전히 예술의 주체가 없음을 스스로 확인했기에.

트리플 코어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AI 작곡가의 음악을 결과물에 대한 가치로서의 논쟁이 아닌, 협업의 과정 자체로서의 의미를 크게 두고 있다. 시각 예술가 3인이 AI 힘을 빌려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협업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최진훈 작가는 AI 활용으로 인해 많은 노동력과 시간과 필요한 인간들의 험난한 설득과 조율의 작업을 홀가분하게 끝낼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표현했다. AI 선택하게 되는 순간, 결과물은 개의치 않게 됐다는 것이 그의 적나라한 속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목소리에 힘을 강조한 부분은, 잘하는 업무를 맡는 분업의 형태나 누군가 리더가 되어 이끌고 책임지게 되는 기존에 해왔던 협업의 방식이 아니라 일일이 대화를 통해서 공평하게 모두의 의견과 취향을 존중하려 했던, 과정 중에 불가능한 부분은 AI 활용해 해결하려고 했던 완벽한 협업에의 시도. 또한, 최진훈 작가는 협업이 최대한 완벽에 가까워질 , 비난과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게 된다고 의견을 전한다.

여기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 해요. 결과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조호영 작가는 이는 예술가들이 협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이번에는 혹여 불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경우에도 탓할 대상이 사라지면서-3인의 취향을 취합한 주체는 인간이 아닌 AI였으므로예술로서의 음악의 만족 여부와 전혀 상관없이 하나의 음악을 도출하는 단계에서완벽한협업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여긴다.

궁극적으로 트리플 코어가 이용한 AI 작곡프로그램은 새로운 예술의 주체로서의 인공지능이 아니며, 혹은 예술의 도구로서의 역할도 아니었다고 판단된다.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는, 인간이 개입시킨 다른 주체로서 <어디가 프로젝트> 작품 속에 함께 존재하게 것이다. 이는 인간과 AI 협업이었다고 귀결시켜도 무방하지 않을까. 예술이라는 안에서 효율성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지만, 협업이라는 기준으로는 이들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협업이란 생산의 모든 과정을 전문적인 부문으로 나누어 여러 사람이 분담하여 일을 완성하는 노동의 형태를 말한다. 트리플 코어의 <어디가 프로젝트> 예술 안으로 들어온 과학기술로 인해, 협업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달라지고, 점차 확장되고 있음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