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ERSITY VOL. 2] 마블 히어로들의 무기, 실현 가능할까?

2022.3.4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블랙팬서의 슈트와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등 영화 속 히어로들의 무기는 보기만 해도 짜릿한 미래 기술의 총체다. 그리고 영화 속 기술은 상상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스타트렉〉, 〈백 투 더 퓨처〉처럼 언젠가는 우리 일상에 자리잡게 될 수도 있는 것들이다. 마블 히어로들의 무기는 정말 실현 가능할까?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블랙팬서의 슈트
마블의 시작을 알린, 어벤져스를 대표하는 히어로는 단연 아이언맨이다. 그리고 아이언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의 슈트다. 아이언맨의 슈트는 그야말로 최첨단 과학 기술의 집합체다. 슈트가 없다면 아이언맨은 사실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아이언맨의 슈트는 웨어러블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군인들이 행군 시 짊어지는 장비의 무게가 점점 늘어나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발되기 시작했다. 군인들의 몸에 착용해 부족한 근력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산업 현장에서 오랜 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의 작업 부담을 줄여주거나 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2020년 미국의 로봇 기업 ‘사코스 로보틱스(Sarcos Robotics)’는 전신형 웨어러블 로봇인 ‘가디언 XO(Guardian XO)’를 공개했다. 가디언 XO를 착용하면 일반 사람의 20배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 90kg의 물체를 들 때 그 무게를 5kg 정도로 느끼는 것이다. 그동안 개발되었던 웨어러블 로봇은 입고 벗는 데에 시간이 많이 들었는데 가디언 XO는 탈착 시간이 30초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비상 상황에서 빠르게 탈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하늘을 나는 슈트도 개발되고 있다. 2021년 5월, 영국 왕립 해병대는 ‘제트 슈트’를 입고 군함에 승선하는 시험 비행 영상을 공개했다. 제트 슈트는 5개의 엔진으로 이루어져 있고, 최대 3,600m 상공에서 시속 128km로 10분간 비행할 수 있으며, 해상에서 빠르게 승선이 가능하다. 제트 슈트를 개발한 영국 기업 ‘그래비티 인더스트리(Gravity Industries)’는 지난해 9월에도 산악 지형에서 구조 요원의 시험 비행을 진행한 바 있다. 제트 슈트를 입은 구조 요원은 차량으로는 진입이 어려운 곳에 접근해 무거운 의료 장비를 쉽게 옮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딱딱한 외골격을 가진 웨어러블 로봇뿐 아니라 블랙팬서나 스파이더맨의 슈트와 같이 옷처럼 입는 소프트 웨어러블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금속성 외골격은 아무래도 부피가 크다보니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 웨어러블 로봇의 핵심은 첨단 섬유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 하버드대 기계 공학과 코너 월시 교수 연구팀은 2019년 걷기와 달리기를 모두 보조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했다. 바지처럼 입을 수 있는 이 로봇은 섬유 내부에 들어 있는 초소형 모터와 와이어가, 근육을 감싸는 구조체를 잡아당겨 힘을 키우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소프트 웨어러블 로봇은 가볍고 부드러우며 착용하기도 편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비스와 같은 인공 지능 비서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아이언맨의 중요한 또 하나의 무기는 바로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인공 지능(AI) 비서, ‘자비스’다. 자비스는 토니 스타크(아이언맨) 업무는 물론, 아이언맨의 전투까지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자비스는 토니와 농담을 주고받고, 사람과 같은 감정 표현까지 한다. 사실 AI 스피커는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그러나 아직은 한정적인 질문에 정해진 대답을 내놓는 정도에 그친다. 인간과 소통할 수 있을 정도의 AI는 아직 먼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2021년 5월, 구글은 새로운 AI 언어 모델인 ‘람다(LaMDA)’를 공개하며, 람다가 적용된 가상의 명왕성이 사람과 대화 나누는 모습을 시연했다. 람다는 기존의 AI 스피커처럼 학습된 대답만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인격을 가진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눴다. 람다는 명왕성과 관련된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학습한 뒤, 사람처럼 스스로 개념을 합성해 대답을 내놓았다. 람다와 대화하면 똑같은 대화가 반복될 일이 없다. 구글은 현재 람다를 대화 중심의 서비스로 개발하고 있지만 향후 오디오와 영상으로까지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도 비슷한 AI들을 개발하고 있다. AI 기술은 이제 규모와 속도의 경쟁 단계에 돌입했다. 자비스를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완벽한 금속, 비브라늄으로 만든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캡틴 아메리카는 슈퍼 솔저의 혈청을 주입받아 이미 그 자체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캡틴 아메리카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방패다.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는 마블 세계관에 등장하는 ‘비브라늄’이라는 희귀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비브라늄은 외계 행성에서 온 금속으로 강철보다 강하지만 무게는 훨씬 가볍고, 진동을 흡수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설정이다.

기존 금속에 비브라늄과 같은 물질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 과학자들은 뛰어난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 중이다. 이미 너무나 유명해 한번쯤 들어봤을 그래핀(Graphene)은 ‘꿈의 물질’이라고 불리며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그래핀은 강철에 비해 10배 이상의 방탄 효과를 갖고, 방탄복에 널리 쓰이는 케블라(Kevlar) 소재보다 2배 이상 튼튼하다고 알려져 있다. 2014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립대학 기계 공학과 이재황 교수 연구팀은 30~300장을 겹친 그래핀에 유리 탄환을 실제 총과 비슷한 속도로 충돌시켰더니 탄환의 속도가 느려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래핀에서 운동 에너지가 전파되는 속도가 총알보다 22배 빨라 그래핀 전체에 충돌 에너지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그래핀 100만 장을 겹쳐도 두께가 0.3mm밖에 되지 않아 실제 방탄복과 같은 두께로 만든다면 방탄 능력이 더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핀과 같은 첨단 신소재들이 개발된다면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도 단순히 영화 속 허상만이 아닐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