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주거] 1인 가구의 미래는 공유 주거다

2020.7.16

우리나라 청년층의 주거 문제는 ‘지옥고’라는 신조어로 표현된다. 지하, 옥탑방, 고시원에서 한 글자씩 따온 이 단어는 주거빈곤가구의 고충을 함축하고 있다. 열악한 주거 환경의 해결책으로서, 또 삶까지 공유하는 코리빙 문화가 확산되면서 셰어하우스(Share House)가 주목받고 있다. 경제적 부담감은 줄고, 질 높은 생활이 가능하여 미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갈 곳 없는 2030 청년층
서울에 사는 1인 청년 가구 3명 중 1명은 이른바 ‘지옥고’에 산다. 삶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주(住)가 해결되지 않으니 심각한 문제다. 자가인 경우는 10%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부 월세로 생활하는데,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 다방의 조사에 의하면 올해 서울 지역의 원룸 평균 월세는 약 55만 원 선이다. 대학생 혹은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 사회 초년생에게는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금액인데다가 보증금제도 때문에 계약을 위해서는 1천만 원 이상의 큰 목돈까지 필요하다. 결국, 열악한 주거환경을 비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소득 대부분을 비싼 월세로 지출하는 탓에 주거환경 개선은 불가능한 일이며, 미래를 위한 준비도 어려워 주거 빈곤이 굴레처럼 반복되기 마련이다. 비싼 방값에 비해 주거 환경의 질은 턱없이 낮아 청년층에게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닌 ‘잠만 자는 곳’에 불과한 공간으로 전락해버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새다. 2047년이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7.3%를 차지하며 전국의 주요 가구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21차 한국노동패널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 패턴을 보인다. 1인 가구는 10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1인 가구는 대부분 15~29세의 청년층에서 이뤄지며, 이 청년층 1인 가구 비중은 2009년 14.1%에서 가파르게 증가해 2018년에는 무려 80.7%를 차지했다.

셰어하우스가 대세다
1인 가구의 증가, 높은 보증금과 월세, 청년층의 열악한 주거 환경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새로운 주거 형태가 셰어하우스다. 말 그대로 집을 공유하는 의미로, 혼자서 목돈 없이도 ‘집다운 집’에서 머무를 수 있는 방법이다. “셰어하우스는 청년들의 보증금 부담을 덜어주고, 합리적인 월세 지출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012년 국내 최초로 셰어하우스를 시작한 후 현재 약 200개의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셰어하우스 업체로 몸집을 키운 우주(WOOZOO)의 이아연 부대표의 설명이다. 쾌적한 주거를 제공하면서 함께 생활하는 불편함은 최소로, 함께 하는 장점은 극대화하는 것이 우주의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목표다. 공간 제공 이외에 월 1회 정기 청소, 방역 서비스, 에어컨 필터 서비스, 정수기 케어, 정기점검 및 보수, 그리고 CS 서비스까지 셰어하우스에서의 불편함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세심하게 마련해두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셰어하우스 시장은 그야말로 폭풍 성장 중이다. 커먼타운, 보더리스하우스, 코티에이블, 등 수많은 운영 업체와 셰어하우스 플랫폼이 생겨났다. 부동산정보 플랫폼인 직방은 셰어하우스 우주를 인수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디자이너, 크리에이터, 개발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드림하우스’를 한화생명이 운영하는 등 기업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몇 년 전부터는 정부가 나서서 청년들을 위한 주거 지원의 일환으로 셰어하우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국내 최초로 대규모 아파트형 셰어하우스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데,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고덕 강일 지구에 2024년에 완공 예정인 아파트형 셰어하우스의 임대료는 시세의 90%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시의 경우 2018년부터 ‘부산청년 우리집 셰어하우스’를 대학생, 사회 초년생, 창업 준비생에게 임대하고 있다. 곡성군과 완주군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주거 취약계층 청년에게 셰어하우스를 제공하는 등 주거 복지 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추세다.

삶을 함께 하는 공간 
밀레니얼 세대는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공간뿐 아니라 그들의 삶까지도 함께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혼자의 삶을 즐기고 싶지만, 그렇지만 혼자만 살고 싶지 않다는 욕구도 갖고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것도 셰어하우스의 장점으로 받아들인다. “셰어하우스 입주자는 정서적인 교감을 가져요. 다양한 관심사를 커뮤니티 형식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셰어하우스 우주는 초창기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집’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등의 콘셉트 위주로 운영을 시작했으나 현재는 방식을 바꿔 집의 기본에 완전히 충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를 우선시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도 입주자끼리 어울리는 일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것이 이아연 부대표의 의견이다. <하트 시그널>과 <룸메이트> 등 TV 관찰 예능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했듯이 셰어하우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를 공유하는 주거 형태로 봐야 한다. 실제로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셰어하우스는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주거 형태가 아니다. 과거 존재했던 하숙집과 같은 맥락이다. 단, 2000년대 이후 사생활 보장이 어려웠던 하숙집은 원룸 형태의 주거 공간에 밀려나게 됐다. 공동생활보다 사생활을 더 중요시하게 되자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의 공간은 나눠 쓰고, 개인의 공간인 방은 따로 있는 셰어하우스의 개념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더불어 현대 소비 트렌드에서 ‘따로 또 같이’ ‘함께 그리고 더 싸게’의 아이디어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셰어하우스 운영은 전문적이고 기업화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1인 가구의 시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관련 기관의 조사를 보면 청년층의 1인 가구 증가는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더 눈에 띄는 현상은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1인 가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 고령층 1인 가구 비중이 30~64세보다 약 2배 정도 많은 수준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노년층 1인 가구의 주거문제 역시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청년층이 셰어하우스를 선택하는 기준은 학교나 직장으로의 접근성과 문화시설 이용인 반면, 노년층의 경우 타인과 공존하며 정서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형태가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이러한 1인 가구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경향이 두드러지는 지역은 북유럽으로 스웨덴의 경우 이미 1인 가구 비중이 전 세대에 걸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덴마크, 핀란드, 독일 등도 40% 이상을 넘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10년간 급격히 변화한 만큼 곧 1인 가구 비중이 절반을 넘기게 될 듯하다.

왜 셰어하우스인가
해외에서는 ‘셰어하우스’라는 주거 문화가 일찍이 시작됐다. 런던, 뉴욕,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주거비용이 살인적인 대도시에서 하나둘씩 생겨났고, 이젠 보편적으로 취급되며 단순한 셰어하우스를 뛰어넘어 커뮤니티 센터로 발전 중이다. 아무래도 개방적인 서양이라 취향과 관심사를 나누는 데 좀 더 초점이 맞춰지는 빈도가 높으며, 오히려 커뮤니티와 시설의 장점을 내세워 월세가 고가로 치솟는 현상도 나타난다. 아직까지 소규모에 머무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가는 양상도 인상적이다. 한 건물에 500개 이상의 방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셰어하우스인 영국 런던의 컬렉티브 올드 오크(Collective Old Oak)를 예로 들 수 있다.

1~2인 가구가 압도적으로 다수인 일본은 1980년대부터 셰어하우스를 도입했다. 비싼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도쿄와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 셰어하우스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며, 일본 거주 외국인들도 상당수 언어와 각종 제도적 문제로 셰어하우스에 머문다. 일반화된 것은 물론,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기도 했고, 인식 또한 저렴한 주택이 아니라 공동생활을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확대됐다. 스웨덴의 컬렉티브 하우징(Collective housing)에서 모티브를 얻어 2003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캉캉 모리(Kankanmori)의 경우처럼 완전히 독립된 단위의 주거와 주민 공유 공간 활용에서 그치지 않고, 거주자 집단의 사회적인 활동이나 공동작업이 주요하게 다뤄지기도 한다.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마치 가족처럼 자녀 양육과 간병에 대한 책임까지 나누는, 조금은 다른 라이프스타일의 형태로 변화한 셈이다.

사실 셰어하우스가 국내에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공유보다는 사생활을 중시하는 폐쇄적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활성화가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심각해지는 주거비 문제와 점점 더 개방적으로 변화하는 문화로 인해 셰어하우스는 트렌디한 주거 방식의 하나로서 친숙해지는 중이다. 현재로서는 청년층 주거 문제의 대안으로서만 주목받고 있는 단계로, 당장은 교류가 활성화된 서양의 분위기를 예상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가 급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해외 사례에서 보듯 우리도 그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미래에는 단순히 비용 절감이 아닌, 다양한 목적에 의해서 셰어하우스를 주요한 주거 형태로 흡수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의 주거 형태도 자연스레 등장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