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Senses] 디자이너/작가 현박, 왜 인간을 닮은 기계는 섬뜩한 걸까?

2021.2.24

신기술인 소프트로봇은 감각으로서는 우리에게 익숙함을 안겨주는 동시에, 섬뜩한 기계로서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현박 작가는 이러한 양면성을 흥미롭다고 여기고,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는 소프트로봇의 감각을 구현하여 인간에게 묻는다. 불편한가요?

Q 현박 작가는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활용한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A 작은 호기심에서 작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잦다. 관심 있는 기술 분야에 대해 조사하다가 특이점을 발견하게 되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소프트로봇 대한 관심을 통해 2019년에는 ZER01NE LAB 일원으로서 이를 활용한 <부풀어오르는 물체에 대한 연구> 선보이기도 했다. 움직이는 6개의 소프트로봇을 메인 피스로, 다채로운 색감의 풍선을 주변에 배치한 설치 작품이다.

Q 소프트로봇의 어떤 면에 주목했나.

A 작가로서 소프트로봇이 가진 비효율적인 요소, 특이한 감각, 미적 현상을 흥미롭게 봤다. 단단한 구조를 가진 고전적인 로봇과 달리, 소프트로봇은 연체동물에서 착안해 유연한 소재로 만들어 움직임이 부드럽다는 특징을 지녔다. 동력이 강하지 않고, 비교적 단순한 기능을 수행하며, 정확하지 않은 면도 있다. 반면, 인간과 비구조화된 환경 사이에서 자신의 모양을 변화시킬 있는 능력을 발휘하여 기존에 하지 못했던 기능을 소프트로봇이 이뤄낼 가능성도 갖고 있다. 현재 일상에서 주로 사용되는 딱딱한 강체 로봇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한 환경에서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새로운 연구 분야로, 학술적으로나 상품적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신기술이다.

Q 작품을 통해 구현한 감각이 궁금하다.

A 소프트로봇이 전달할 있는 감각을 구현하기 위해 3D 모델링으로 프린팅한 , 복잡한 구조의 몰드를 만들고, 실리콘 캐스팅을 해서 형태를 만들어냈다.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통해 새하얀 기둥 모양의 기계가 부드럽게 움직이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몸집을 키웠다가 줄어들도록 반복시켰더니, 유기적인 형태가 마치 부풀어 오르듯 표현되면서 느껴지는 감각이 몹시 독특했다. 이러한 6개의 로봇을 세워두고, 주변으로는 우리가 주로 부풀어오르는 물체로 인식하고 있는 풍선을 배치하면서 그러한 감각을 더욱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꾀했다.

Q 작품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A 원했던 바이다. <부풀어오르는 물체에 대한 연구> 통해 사람들이 소프트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에 충분히 만족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징그럽다, 섬뜩하다, 기괴하다 같은 단어들로 표현했다. 소프트로봇은 유기체의 형태로 우리에게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기계라는 점에서 동시에 섬뜩함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애초에 이러한 양면성에 주목한 것이다. 작가로서 소프트로봇을 탐구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다.

Q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A 마치 살아있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감각되는 동시에, 실제로는 생명체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지 생각이 상충되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아닐까. 상태, 모양, 성질 따위가 그러하다고 당연히 여겼던 논리가 삐끗했으므로. , 소프트로봇이 인간에게 주는 감각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감각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은 익숙한 감각임에도 불구하고, 기계에 접목되었을 다른 차원으로 봐야 한다. 또한, 인간은 스스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어긋날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낸다. 물렁물렁한 계단이 눈앞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계단은 걸어보지 않더라도, 이미 기괴한 계단인 것이다. 거부감이 드는 당연한 이치다.

Q 인간은 익숙한 감각임에도 불구하고, 섬뜩하게 느끼는 걸까?

A 문명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원초적인 경험에서 오히려 멀어지게 되는 것과도 관련 있다고 보인다. 예를 들자면, 일부러 아닌 이상 소를 도살하는 장면을 보는 일은 없고, 오로지 플라스틱 포장지 안에 가지런히 놓인 공산품과 같은 소고기에만 노출되는 논리다. 인간이 이미 오랜 기간 행해왔던 것이고,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에서는 잊고 살고 있던 기억이 어떤 기회를 통해서 살짝 건드려지면 혐오의 감정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부풀어오르는 물체에 대한 연구> 소프트로봇을 보고 마치 신체의 일부가 잘린 모습이 오버랩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결국 죽음과 연관 지었을 수도 있고.

Q 신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새로운 면을 엿본 기분이 든다.

A 앞서 언급했듯 새로운 소재나 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내어 기술의 현주소에서 작가이자 디자이너로서 포착한 새로운 감각을 탐구하려고 한다. 설명적인 작업은 지양한다. 우리 인간은 경험에 따라, 혹은 문화나 환경에 따라서 같은 감각에서도 다른 반응을 보인다. 개인마다라고 답하는 기준이나 조건이 상이한 것도 색다른 요소다. 소프트로봇이 지닌 특이한 감각과 미적 현상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감각을 건드려서 다양한 인간성이 발현될 있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