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 크리에이터 지원 프로그램

201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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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작업에만 열중하기 무척이나 어려운 요즘이다. 예술 외에 재미있는 일도 많은데다 수많은 작가들 틈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곳 저곳 다니며 문 두드리지 않으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기회를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 중간에 작업을 접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각종 지원 기금과 공공사업에 의지하는 숫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제, 시야를 조금 더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을 넘어 아시아, 유럽, 북미 등 세계 각지에 국적 제한 없이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인터내셔널’, ‘국적 불문’을 키워드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어워드, 그랜트, 펠로우십을 선정했다. 상금과 장학금으로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기관은 물론 전시, 아트페어,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미술계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도 다수 포함했다. 자신의 역량을 해외에 알리고픈 이들이라면 이 글을 주목하시라.

아메리카 시드 펀드 America’s Seed Fund

약 40년 동안 아메리카 시드 펀드는 스타트업과 소기업이 그들의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어놓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위험요소가 많지만, 영향력이 있을 만한 기술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전망은 있지만 ‘성공’ 가능한지 그 여부를 가늠해봐야 하는 기술일수록 이들의 주의를 끌 수 있다는 얘기다. 매년 아메리카 시드 펀드는 미국의 기업인들에게 2억 달러를 지원한다. 목표는 ‘혁신’을 지원하고 미국에서 사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있다. ‘중소기업 혁신연구(SBIR)’ 및 ‘중소기업 기술 변환(STTR)’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SBIR은 경쟁 프로그램으로, 미국 내 중소기업이 사업화 가능성 있는 연방연구개발에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수상하면 자신의 기술적 잠재력을 실현해 보일 수 있고, 이를 사업화해 수익 창출 힘을 실을 수 있다. 또한, 국가 연구 개발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니, 기업으로서 꽤 탄탄한 입지를 굳히게 된다. 물론, 과학적 우수성과 기술적 혁신을 보유해야 가능한 얘기다. 또 다른 프로그램인 STTR의 특징은 바로 공공/민간 부문 파트너십이 확대 돼 소규모 기업과 비영리 연구 기관까지 공동 벤처 기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STTR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초 과학과 결과적 혁신의 상업화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아메리카 시드 펀드에 지원할 기업은 기획안을 준비해야 한다. 어떤 기술 분야에 집중하는지, 그리고 기업의 사업 계획과 지출계획안, 그리고 기술 기획안 등이 포함된 포괄적인 기획안이 되겠다.

엔터프리너 프로그램 Entrepreneurs’ Progra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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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프리너 프로그램은 사업 경쟁력 및 생산성을 위한 호주 정부의 대표적인 이니셔티브다. 이는 호주 정부의 국가적 혁신과 과학 발전 기획의 일부로 운영된다. 프로그램은 네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기업을 지원한다.
1. 상업화의 가속화: 중소기업, 기업 및 연구자가 새로운 제품, 서비스 및 프로세스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 비즈니스 관리: 경험이 풍부한 비즈니스 관련 조언자들이 방향성, 전략, 성장 가능성 및 공급망을 비롯해 비즈니스 운영 전반을 검토한다. 또 비즈니스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제공하고 협력하여 이를 개선해나간다.
3. 인큐베이터 지원: 새로운 인큐베이터와 기존 인큐베이터는 비즈니스 역량을 개발하도록 지원함으로써 호주 스타트업이 국제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둘 가능성을 점쳐본다.
4. 혁신기술 연결: 혁신기술 관련 조언 전문가가 참여해 비즈니스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를 파헤치고 보고서처럼 이를 정리해 함께 이를 극복해나간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들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따라서 사업에 필요한 기금을 ‘엑셀러레이팅 커머셜라이제이션 펀드(Accelerating Commercialisation fund, ACG)’와 ‘비즈니스 그로스 그랜트(Business Growth Grants)’를 통해서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 지출의 최대 50%를 회사에 제공하고 상업 사무소와 유자격 파트너 단체의 경우 25만 달러, 기타 지원자의 경우 100만 달러까지 제공한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이 기업이 세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이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인베스티치온스방크 베를린 Investitionsbank Berlin (IBB)

베를린은 독일 스타트업의 성지나 다름이 없다. 이곳에 밀집된 인구수도 워낙 많았지만, 최근 더욱 많은 사람이 베를린에 정착하고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경제적으로 더욱 풍요로운 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IBB(Investitionsbank Berlin)은 ‘비즈니스 개발은행’이란 이름에 걸맞게 작은 스타트업 사업부터 꽤 규모가 큰 기업까지 지원한다. 특히 규모가 작은 사업(직원 수 250명 이하, 매출 50만 유로 이하, 대자차대조표 합계 43만 유로 이하)의 경우 프로젝트에 관련 자금 지원신청을 더불어 전문가의 조원 등을 받을 수 있다. ‘Berlin Innovation’, ‘Berlin Capital’, ‘Berlin loan’ 등 총 18개의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을 선택해 고르면 된다. 이 밖에도 ‘Coaching BONUS’, ‘Pro Fit project financing’, ‘Transfer BONUS’ 등 기술적 자문과 더불어 기타 조언 등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많이 선뵌다.
주로 이 프로그램은 독일 출신, 그것도 베를린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지원하지만, 다른 나라 출신의 사업가를 위한 세미나도 제공한다. ‘이주민’이거나 ‘소수 민족적 배경’을 가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제공하는 언어는 폴란드어, 터키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등 다양하다. 이렇듯 아이디어 단계부터 구축까지 원하는 프로그램에 자유롭게 지원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IBB다.

MAC 인터내셔널 2018 MAC 벨페스트 (MAC International 2018, The MAC Belfast)

영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상 중 하나로 꼽히는, MAC 인터내셔널 대상으로 선정된 작가 1인은 MAC 벨페스트에서 전시를 열며 £20,000(한화 약 3,039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제1회 MAC 인터내셔널은 총 24명의 작가가 선정됐는데 그 중 대상 수상 주인공은 바로 매리어드 맥클린이다. 그의 작업은 역사와 기억은 모두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과거의 사건들을 재조명한다. 작가는 소리, 스틸 컷, 무빙 이미지 등과 같은 다양한 물질적인 증거들을 사용해 이러한 사건들을 다시 열어보고 재검토하며 새로운 시점을 구성한다. 또 가족의 역사, 스토리텔링 그리고 테크놀로지 발전이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서 영감을 받는다.
한편, 꼭 소개해야 하는 인물로 홍유영이 있다. 지난 2014년 MAC 인터내셔널 24인에 포함된 그는 작가이자 연구자다. 그의 작업에 대해 비평가 고충환은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오브제를 채집해 새롭게 조합하고 재해석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물과 공간의 관계는 구조적인 변형을 거치고 확장된 개념으로 탈바꿈된다. 입체미술이라는 영역을 고수하는 작가의 관심은 공간의 정치학 또는 공간의 사회경제학 쪽으로 옮아가면서 심화하고 확장된다”고 평한 바 있다. 
북아일랜드, 영국, 유럽 기반의 작가들뿐만 아니라 미국, 아이슬란드, 브라질 등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대거 선정되어 온 역사가 있다.

루멘 프라이즈 포 디지털 아트, 루멘 프로젝트 Ltd. (The Lumen Prize for Digital Art., Lumen Projects Ltd.)

루멘 프라이즈 포 디지털 아트는 지금까지 $50,000 이상의 상금을 선정 작가들에게 수여해왔다. 공모 기간은 약 2달로, 작가들은 국적, 성별 등에 구애 받지 않고 지원할 수 있다. 다만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하는 작가여야 한다는 점만 기억해두자. ‘기술’과 연결고리가 있다면 그 어떠한 작업이라도 환영이다.
2017년도 수상자들은 전반적으로 정치적인 철학이 짙게 밴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루멘 프라이즈 사상 처음으로 인터랙티브 작업이 골드 어워드를 차지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티스 비어슈테커. 그의 Plastic Reflectic은 사람들의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환경문제, 소위 ‘플라스틱 스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 상관관계를 풀어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고, 결국인 이것을 우리가 다시 음식으로 섭취하게 되는 과정을 꼬집었고, 그가 선보인 이 인터랙티브 작품은 과학과 마술을 넘나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무거운 주제를 어둡지만은 않게,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내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문제제기를 했다는 평이다. 2016년도 수상작도 인상 깊다. 골드 어워드를 수상한 이탈리아 작가 듀오 파비오 지암피에트로 & 알레시오 드 베치의 Hyperplanes of Simultaneity는 예술의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3차원 공간과 시간의 연속성, 동시성 이 세 부분의 관계를 가시화해 전통 회화를 혁신적인 기술에 녹여내 예술의 새로운 현실성을 창조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렇듯 루멘 프라이즈를 거쳐 간 이들은 저마다의 관심사를 기술과 접목시킨 작업들로 현대미술 최전방에 자리하고 있다.

NOVA 뉴 미디어 인터랙티브 아트 프라이즈 NOVA New Media Interactive Art Prize
(우한 BIG HOUSE 현대미술 센터 & 베이징 컨템포러리 아트 파운데이션
Wuhan BIG HOUSE Contemporary Art Centre & Beijing Contemporary Art Foundation)

2018년 처음으로 야심차게 출발한 NOVA 뉴 미디어 인터랙티브 아트 프라이즈는 우한의 BIG HOUSE 현대미술 센터와 베이징 컨템포러리 아트 파운데이션이 협력해 운영한다. 젊은 작가들의 사기를 북돋고 특히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경계를 허무는 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바 있는 이 수상 프로그램은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에 대해 새로운 규율들을 재정비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선정된 작가는 인민화로 약 ¥100,000(한화 약 1,665만원)을 장학금으로 받게 되고 인터내셔널 레지던시를 비롯해 전시, 미디어 콜라보레이션, 학술적 연구 및 소셜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 작업할 기회가 주어진다.
심사위원들이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 활동하는 뉴 미디어 분야의 권위자들로 구성되어 더욱 신뢰감을 준다는 점이 이 프라이즈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뉴 미디어 작가인 차오 페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아트 디렉터 마틴 혼직, 뉴욕 뉴 뮤지엄 운영진의 일원인 황 슈푸, 아트바젤 홍콩의 필름 섹터 큐레이터 리 전화, 휘트니 미술관의 큐레이터 크리스찬 폴, ZKM 소장품, 아카이브 & 리서치 부서의 수장인 마지트 로즌, 그리고 중국 중앙예술학원의 실험예술학부의 학장이자 현대미술 작가인 치우 즈지에까지 유럽과 중국, 미국의 유수 기관의 전문가들이 모여 깊이 있는 토론을 펼친다. 이처럼 심사위원 선정부터 존재감을 과시하는 NOVA 뉴 미디어 인터랙티브 아트 프라이즈다.

아르테 라구나 프라이즈 (베렝고 파운데이션) Arte Laguna Prize (Berengo Foundation)

2006년 시작된 아르테 라구나 프라이즈는 현대미술 장르를 9개로 나눠 작가를 선정하고 지원한다. 회화, 설치, 조각, 사진예술, 비디오 아트, 짧은 영상, 퍼포먼스, 가상예술, 디지털 그래픽, 대지미술, 도시미술 이렇게 말이다. 선정된 작가들을 소정의 지원금과 더불어 베니스의 아르세날레에서 그룹전을 열고, 또 전 세계 유수 갤러리에서 전시를 개최할 기회를 얻는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아르테 라구나와 연계된 회사와의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레지던시까지 작가가 커리어를 다방면으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한 지원 조건도, 작품의 주제도 전부 말 그대로 ‘자유’다. 
수많은 작가가 이곳에서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려면 이 페이지를 전부 할애해도 모자란다. 주요 작가 몇몇만 소개하자면 카를로스 마르티엘이 있다. 쿠바 출신의 이 작가는 퍼포먼스 부분에서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감정이 풍부한 퍼포먼스로 많은 대중의 박수를 받은 그는 지난 2017년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했다. 러시아 출신 작가로 이뤄진 콜렉티브 리사이클 그룹 역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이들의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홍콩 출신의 작가 개리 찬은 5번째 아르테 라구나 프라이즈의 파이널리스트 가운데 한 명이며, 코카콜라와 협업하기도 했었다. 또한, 이후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작가로서의 행보를 탄탄히 구축해 왔다. 아르테 라구나 프라이즈는 다양한 현대미술 작가들을 선정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관심 있는 작가라면 홈페이지를 확인해 지원 시기를 놓치지 말 것!

플래시 포워드 (마젠타 재단) Flash Forward: Canada and the World (The Magenta Foundation)

플래시 포워드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3년간 캐나다, 영국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역량 있는 젊은 사진작가를 선정, 수상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캐나다 출신의 떠오르는 사진작가들을 지원해 이들이 여타 유럽 국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과 재능이 충분히 있음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예술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캐나다, 미국, 영국으로 지원 요건을 한정하는 것은 프로그램과 작가들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라고 판단, 2018년부터 국적 불문하고 만 34세 이하의 사진작가들에게 그 문을 활짝 열었다.
마젠타 재단은 인종 문제, 기후와 환경, LGBTQ, 마지막으로 여성 정체성 총 네 영역으로 나눠 각 토픽에 맞춰 수상자를 선정한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작업이 이 네 부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일단 지원해서 선정된다면 그 작업은 “메인 카테고리”에 소개될 예정이다. 한편, 올해 새롭게 수여되는 자격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선정 작가들이 총 5개의 출판물에 실릴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그간 선정된 100여 명의 우승자를 한데 모아서 1권, 자신들의 특별한 관심에 초점을 맞춰 출판되는 아티스트 카탈로그 4권, 이렇게 말이다. 이런 도서 상(Book awards)을 통해 플래시 포워드는 작가의 인지도를 비롯해 관람객의 참여율, 예술 사진 관련 교육 등을 증진 시키고, 여러 국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 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 폭넓은 시각 언어 기반을 만들어 예술가들의 작업을 뒷받침해줄 탄탄한 플랫폼이 바로 이 플래시 포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