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 NOTE]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2022.3.10

서동주는 ‘움직임’이라는 단어를 중심에 두고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모았다. 물리적인 움직임을 포함해 정신적, 관계적인 움직임 등 가능성을 열어 두고 리서치를 시작했고 예술가, 체육인, 문인, 학자 등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서로 다른 움직임으로 답했다. 서동주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Movement That>에 대한 짧은 리포트.

 

LAB NOTE Summary
‘Movement’ 만큼 다양한 의미를 담는 단어도 없습니다. 위치 변화를 뜻하기도 하고, 민주주의 ’운동’, 의적 ‘활동’처럼 이념 집단의 활동을 말할 때 쓰이기도 하죠. 시계의 ‘부품’, 음악의 ‘악장’이란 뜻도 있습니다. 움직임의 형태 또한 다양합니다. 사물의 움직임처럼 눈에 보이기도 하지만, 생각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움직입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을 비워냅니다. 마음을 고양시키고 침전시키기를 반복하죠.

Movement는 사전에 있는 뜻을 모두 담을 수 없을 만큼, 어쩌면 모든 단어를 대신할 만큼 포괄적입니다. 서동주는 움직임에 대한 개개인의 정의를 경계 없이 모아 보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에게 움직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서동주의 작품 <Movement That _____>은 그 빈칸을 채우려는 노력입니다. 작가 최혜윤은 ‘반향’, 음악가 유희종은 ‘조율’, 미디어 아티스트 함지원은 ‘기억’, 인류학자 김윤하는 ‘흐름’이란 단어들로 빈칸을 채웠습니다. 서동주는 청자이자 편집자로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홈페이지(http://movementthat.net/)에 모았고 이야기 조각이 모이면 새로운 큰 움직임이 탄생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서동주는 이야기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무용수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영상 화면을 분할해 조각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조각을 무작위로 배열해 홈페이지에 접속한 관객이 퍼즐처럼 영상 맞추기를 유도합니다. 사회 속 개개인의 흩어진 움직임은 하나된 공동의 움직임으로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프로젝트의 핵심 아이디어를 유희/참여적인 감각으로 구현한 거죠.

움직임에 대한 아카이브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고 충분히 이야기가 모였을 때 서동주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엮어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Title

Movement That
‘움직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모인 다양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

 

Observe
“‘움직임’을 통해 동시대 개인과 공동체의 일상, 감정, 행동의 양상과 관계성을 탐색한다”

팬데믹과 함께 2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강제적으로 정적인 시간을 보냈던 경험은 없었죠. 서동주 역시 먼지 쌓인 채 창고에 갇혀 있는 캐리어를 보며 깨달었습니다. 1년의 절반을 함께 했던 캐리어인데 그사이에 까맣게 잊고 있었죠. 어쩌면 지금이 움직임에 대해 생각해보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겪어보지 못한 강제적인 구속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움직임에 근본적인 탐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Question
“진동, 흐름, 변화 같은 움직임의 특성과 파생 효과를 물리적(이동과 몸짓), 비물질적(마음과 감정), 관계적(문화와 이데올로기) 층위로 확장하여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는 인간 세계의 개별성과 다양성, 공동성과 이질성을 탐구할 수 있다?”

사물과 현상이 뒤엉켜 있는 현실을 이분법으로 가정하는 것은 꽤나 게으른 생각입니다. 서동주는 치우침 없는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양극단의 중심을 찾습니다. 사소한 것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고, 추함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는 자연과 인공, 아날로그와 디지털, 실재와 가상, 이미지와 텍스트, 구상과 추상, 물질과 비물질, 미시와 거시 등의 모호한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선보입니다. 종이책을 펼쳐 접지 부분을 근접 촬영해 수평선처럼 보이게 편집한 <천 개의 수평선(A Thousand Horizons)>(2019)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작은 책과 광대한 수평선, 자연적인 소리와 인위적인 전자음 등 서로 다른 특성을 모두 담으려는 서동주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영상 작품입니다.

 

Objective
“다양한 인간 목소리(multivocality)에 대한 경청이자, 움직임의 인식적 확장에 대한 탐색이며, 현재를 반영하여 미래 변화를 기원하는 살아있는 작은 몸짓의 수집이다”

 

Hypothesize
“사회 속 개인의 파편화된 움직임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공동의 움직임으로 연결되어 있다. 프로젝트는 불안정한 사회/정치/경제 상황, 급변하는 자연과 디지털 미디어 환경, 그리고 팬데믹으로 대변되는 현시기를 관통하는 인간의 목소리를 차곡차곡 쌓는다. 저마다의 일상 이면을 끊임없이 사유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개인의 다채로운 움직임을 여러 관점으로 조명하고, 공동체의 집단 감정, 유대, 정동에 관한 탐구로 확장한다”

움직임을 말할 때 습관적으로 역동적인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어떤 생각의 축 위에 놓이는지에 따라 움직임은 다르게 정의할 수 있죠. 누군가에게 움직임은 정지일수도, 후퇴와 축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가와 명상을 하는 한정희는 머리로 물구나무서는 ‘헤드스탠드’ 자세를 5분동안 유지하며 몸과 마음을 멈추었을 때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의 감각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광고회사 AE 김수형은 X와 Y축 위 단순한 그래프처럼 선형적으로 움직여 온 일상을 돌아보고, 팬데믹 사태가 강제적으로 움직임을 멈췄을 때 비로소 생겨난 Z축의 깊이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일상을 들여다보는 태도에 관해 말합니다.

 

Methodology
“프로젝트는 다양한 참여자의 에세이, 작가 노트, 기고문, 픽션, 일기 같은 텍스트 아카이브가 영상, 이미지, 소리와 혼합된 인터랙티브 웹사이트로 완성된다. 관람객은 퍼즐 게임 형식을 차용하여 디자인한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화면을 구성하는 각각의 퍼즐 조각에 담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웹 배경 화면에는 몸과 마음,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물의 관계성을 표현한 신체의 움직임이 파편화된 이미지로 보인다. 관람객은 마우스와 손으로 화면에 흩어진 퍼즐을 맞추어 하나의 전체 이미지를 완성해 볼 수 있다.”

서동주는 디자인과 인류학을 공부했습니다. 서동주의 과거 작품은 미디어와 이미지를 중심으로 작업한 결과물이 많았습니다. 그는 움직임이라는 주제를 표현하는 적합한 방식을 고민했고 이미지 대신 아카이브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꾸준히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작가 소개
서동주(www.dongjooseo.com)는 뉴미디어, 영상, 그래픽 디자인, 텍스트, 인류학 연구 방법론을 기반으로 순수, 공공, 상업 예술 및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동시대 다양한 주제를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을 아우르는 복합 매체로 표현하고 예술-기술-환경-삶의 관계성과 변화 양상을 탐구한다.
베를린 자유대학교 영상&미디어 인류학과 석사,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학사 /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현대자동차그룹 비전홀, 국립현대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세종 현대 모터갤러리, 아세안문화원, 소마미술관, 탈영역우정국 전시 / 에르메스 Hermès, 아모레퍼시픽, 포항시립미술관 디자인 프로젝트 진행 / 2018 설화문화전 전시 감독 / 롯데뮤지엄 신진작가 공모 선정 (2019), 현대자동차그룹 VH 어워드 그랑프리 (2019), 어도비 Adobe 글로벌 디자인 공모전 대상 (2008), 에르메스 Hermès 글로벌 디자인 공모전 파이널리스트 (2019), 탐페레 Tampere 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 (2020) 수상 / 현대자동차그룹 제로원 ZER01NE 크리에이터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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