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 NOTE] 상상이 부재한 공공

2021.10.27

옥정호는 공공을 위한 일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너무 익숙해서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들춰내면 상상의 필요성을 증명한다. 이를테면 기업이 행하는 공공 활동 같은 것들.

 

LAB NOTE Summary: 공공과 공리 

옥정호는 2021 제로원데이에서 영상을 통해 ‘기업의 주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예정입니다. 기업의 공공성에 대해 묻는 작품이죠. 공공(公共)을 논하면서 결국 공익(公益)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익은 또다시 공리(公利)와 맞닿아 있죠. 이때 공리는 수치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치화된 공리는 다수의 이익을 보장합니다. 51%에게 이익이 되고, 49%에게 손해가 가더라도 말이죠. 이 수치에는 49%에게 가해지는 절대적인 불합리함까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옥정호는 이렇게 습관화된 공공성이 기업을 매너리즘에 빠지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착한 기업’은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무언가를 합니다. 착한 기업이라고 명명되는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업은 나쁜 기업이 됩니다. 공익 활동을 위해 소외계층을 정의하는 순간 더더욱 소외받는 사람이 생깁니다. 심지어 소외계층으로 구분된 사람들은 동정의 시선을 받게 되죠. 옥정호의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과연 소외계층을 상정하고 그들을 위해 지출하는 것이 공공인가? 기업의 정체성에 맞게 공공을 정의하는 것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옥정호의 영상 작품 <캠핑 라이프>에는 고공(高空) 농성 중인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는 눈이 먼 성 소수자입니다. 게다가 고소공포증까지 있죠. 그는 건물 옥탑 위에 텐트를 설치하고 사회를 향해 소리칩니다.

 

Title

Camping Life:
미래의 사회와 우리는 어떻게 관계설정을 해야 하며, 그 설정의 시작은 어디로부터 시작하는가?

 

Observe

“기업의 사회적 책임(공공성)이 아닌 기업의 철학에 맞는 공공성은 무엇인가?”

‘너 답지 않아’이라 말하면 ‘나 다운 게 뭔데?’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외부의 시선과 가치판단에 의해 ‘다움’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옥정호는 ‘나 다움’과 ‘너 다움’ 사이에 꽤 거리가 있다고 보고 주체적인 시점으로 다움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물론 기업과 같은 단체에도 해당되는 말이죠.

 

Question

“누구와 함께 공공을 만들 것인가?”

 

Objective

“착한 척은 상상력을 죽인다!”

기업은 스스로 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성을 논할 때가 있습니다. 기업은 공공성을 위해 무작정 누군가를 도우려 하고, 그 누군가는 사회적 소외계층이 되는 경우가 많죠. 무분별하게 집단을 규정하고 대상화하는 것이 또다른 소외계층을 만들지도 모르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옥정호는 공공을 따지기 전에 기업이 스스로를 정의하고 그에 맞는 공공성을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Theorize 

“공공이라고 해서 착한 일을 하지말자!!”

<캠핑 라이프>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성 소수자가 등장합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이죠. 건물 옥탑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입니다. 목청 높여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춥니다. 이 사람을 취재하기 위해 잡지 기자가 찾아옵니다. 기자는 주인공에게 무엇이 힘드냐고 묻습니다. 주인공은 괜찮다고 답합니다. 되려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게 싫다고 하죠. 짧은 인터뷰가 끝나고 주인공은 기자에게 잡지 이름을 묻습니다.

작품은 우리가 머리 속에 어렴풋이 그리는 약자와 실제 약자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공공이 약자가 맞는지에 대해 묻는다.

 

Methodology

공공 공공성 공익 공리 (X)

공공1 →→→→→→→→→→→→→→대상1

공공2 →→→→→→→→→대상2

공공3 →→→대상3

공공 (O)

작가는 이상적인 공공을 상정하는 과정은 정반합(正反合)으로 이뤄진다고 말합니다. 공공을 전에 스스로를 정의합니다. 그 후에 대상을 정할 수 있죠. 다시한번 자신을 타자화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정의합니다. 이 간극을 좁혀 가는 과정에서 각자에게 적합한 공공이 탄생합니다.

 

작가 소개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난 옥정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매체 전공 전문사를 취득했다. 인사미술공간(2006), 갤러리 175(2006)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최근에는 아트스페이스 풀(2011)에서 개인전 <거룩한 풍경>을 선보인 바 있다. <플레이타임—하기실험>(문화역 서울 284, 2012), <아트스펙트럼 2012>(삼성미술관 리움, 2012), <발굴의 금지>(아트스페이스 풀, 2011), <1990년대 이후의 새로운 정치미술: 악동들/지금여기>(경기도미술관, 2010), <박하사탕>(국립현대미술관/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국립미술관/칠레 산티아고현대미술관, 2009/2008/2007), <Art in Busan 2008: 돌아와요 부산항에>(부산시립미술관, 2008), 2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07), <시국선언 展>(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4) 등의 그룹전과 쌈지 스페이스(서울, 2008)와 스트리트 아트센터(산타모니카, 2010), 몽인 아트스페이스(서울, 2011)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