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 NOTE] 자동차 속 만들어진 풍경

2021.11.22

운전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인간은 차에서 무엇을 할까? CT3K는 자동차를 이동수단이 아닌 공간으로 정의한다. 또 새로운 공간을 채울 콘텐츠에 대해 말한다.

 

LAB NOTE Summary

미래 주행 시나리오

자율주행은 발전 형태에 따라 크게 5단계로 나뉘고 종국에는 운전석이 필요 없는 상태가 됩니다. 도로 위 자동차끼리 통신해 경로와 속도를 공유합니다. 돌발적인 상황에도 완벽히 대비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면 자동차는 작은 방과 다름없습니다. 자동차가 달리는 방법보다 자동차에서 무엇을 하며 보낼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죠.

주행 중에도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멀미입니다.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교통수단 속의 모든 행위를 멀미가 방해하죠. 우리 몸은 시각과 전정감각, 체성감각에서 보낸 세 가지 신호를 체계화해 균형을 잡습니다. 귓속 전정기관은 시각과 몸이 전해주는 감각보다 민감하죠. 차 안에서 눈과 몸은 우리가 멈춰 있다고 인식하지만 전정기관은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상태에서 모든 차가 도로에서 균일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자동차가 출발하거나 정차하는 순간에 속도 변화까지 극복할 순 없습니다. CT3K는 물리적 한계를 고려했을 때 차량 내부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람에게 어떤 시각 정보를 주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사람의 속도를 느낄 수 있는 영상을 차량 속 디스플레이에 노출해 멀미를 줄이는 방법을 생각했죠. 디스플레이로 둘러싸인 공간에 창밖의 풍경을 채취해 실시간으로 차량 내부에 투사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창 밖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시각과 전정기관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겁니다. 혹은 거죠. 멀미가 나지 않게 속도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가장 완벽한 영화관이 되겠죠.

 

Title

Automatic Sonata:

주행 중인 차량이 획득하는 실주행 데이터를 활용해 단조로운 이동 경험을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진 새로운 경험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예술을 우리 삶 속에 녹여 일상 속 아름다운 순간들을 꽃 피우고, 바쁜 하루 중 마음의 여유를 주는 환기의 순간을 전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유의미하기를 바랍니다. 현재 출시하는 상용차 대시보드 위 디스플레이가 점점 커지는 이유도, 완벽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이유기도 하죠. 디스플레이는 점점 커지고 결국에는 유리창 대신 디스플레이를 탑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는 차에 앉아 있을지, 누워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스크린은 어디에나 존재해야 하니까요. 그때가 되면 유리창의 역할을 스크린이 대신할 수 있어야겠죠.

 

Observe

“미래의 차량은 어떤 공간이 될까?” 운전자가 사라진 자율주행 5단계가 되면 차량 내 좌석의 배치와 실내 디자인 모두 지금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차량은 영화관이 될 것이고, 친구들과 게임을 함께 즐기는 공간이 될 수도, 혹은 업무를 보고 회의를 진행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으로 넘어가는 컨티넘 속에서 차량은 ‘이동수단’에서 ‘공간’으로서의 가치가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으로 차량의 주요 기능이 바뀔 때, 단조로운 이동 경험을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진 새로운 경험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새로운 경험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Reproducibility, 즉 재생산성입니다.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면 단발성으로 활용될 뿐 꾸준히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율주행 차량은 늘 획득하면서 늘 새롭게 바뀌는 데이터인 ‘풍경’에 집중했습니다. 풍경과 주행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새로운 경험을 주고자 합니다.

 

Question

“단조로운 이동 경험을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진 환기의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차량은 어떻게 변해야할까?” 자율주행이 이미 획득하고 처리하는 실시간 정보를 활용해 추가 설치 장비 없이 탑승객들에게 매번 새로운 경험을 주고자 합니다. 차량의 주행 정보와 풍경 정보를 적응적으로 반영해 주행 중인 차량 속에서도 멀미감 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기준도 달라질 것입니다. 영상을 위해 몰입감 있는 스크린에 집중한 자동차, 음악 감상에 특화된 스피커와 앰비언트가 탑재된 자동차 등 엔터테인먼트에 초점을 맞춘 옵션이 등장할지도 모르죠. 디스플레이 둘러싸인 자동차 내부는 마치 메타버스에 와있는 기분을 들게 하겠죠. 가상의 공간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구현했다면 여전히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경험도 주어야 합니다. CT3K는 창 밖에 빠르게 스치는 풍경을 디스플레이에 구현하는 실시간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Objective

“차량 내 공간의 정면과 측면 3면에 위치한 창이 디스플레이가 된 실제 차량은 내 몸을 실재하고 있는 현실 공간에서 서양 근현대사를 이끈 화가들의 작품으로 이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지금, 공간의 경계와 우리가 앞으로 살아나갈 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Methodologize

“개조된 스타렉스의 외관에는 외부 풍경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3대가 설치되어 있고, 차량 내부 공간에는 55인치 디스플레이가 3면에 설치되어 있다. 각 카메라는 차량 내부 컴퓨터와 연결되어 내부의 디스플레이에 스트리밍된다. 혹은 될 수 있다. 원본 영상을 그대로 보여줄 수도 있지만 Automatic SONATA에서는 들어오는 풍경을 피카소, 칸딘스키, 고흐의 예술 작품들을 기반으로 fast style transfer 하여 마치 작품 속으로 들어간 듯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디스플레이와 연동된 조명 시스템을 통해 영상의 색을 가져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공간의 분위기로 가상 공간 경험을 전달한다.”

CT3K는 넓은 공간의 MPV 차량의 뒷좌석에 밀폐된 공간을 만들어 3면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했습니다. 완벽한 몰입감을 구현하기 위해선 아직 기술적이 제약이 있습니다. 자동차 내부에 곡면까지 감쌀 수 있는 LED가 없기 때문이죠. 대형 디스플레이를 운용할 수 있는 전력도 보강될 필요가 있습니다. 바람의 저항을 고려한다면 차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형태가 합리적일 것입니다. 차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인터렉티브 콘텐츠의 개발도 필요합니다. CT3K는 완벽한 자율주행 시대에 어울리는 디스플레이와 콘텐츠를 제안합니다.

 

작가 소개

CT3K 팀은 2021년 제로원 크리에이터 프로젝트를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다양한 스타트업 경험을 바탕으로 AR/VR 분야 기술력을 쌓고 있는 팀장 김두영, VR/AR과 시각 인지를 접목하여 새로운 인터렉션 또는 컨텐츠 내의 사용성 향상을 연구하는 김진욱, 그리고 기술과 예술의 융합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미디어 아트 작업에 참여해 온 김성현 3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으로서의 가치가 커지는 자율 주행 시대가 올 때, 사용자들의 몰입감 있는 경험을 위해 차량 내부 공간을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함께 답을 찾아보기 위해 모였다. 3인의 기술 전문성을 살려 현재 구현 가능한 State-of-Art 수준의 기술을 차량에 적용하여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될 수 있는 차량 내 확장된 UI/UX를 실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