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INC, 아트 인큐베이터의 역사를 쓰는 곳

2019.6.11

새로운 미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향한 열정으로 세워진 뉴뮤지엄은 뉴욕 시의 로워 이스트 사이드의 보워리 커뮤니티를 새롭게 탈바꿈시킨 좋은 예로 평가 받는 곳이다. 언제나 실험적인 작가들의 전시로 주목을 받으며 그 명성을 쌓아 왔다. 그리고 그 열정은 비단 전통적인 미술공간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2008년, 뉴 뮤지엄의 리더들은 미술관 건물 옆 6층짜리 벽돌 건물 하나를 사들였지만, 이미 누군가 하고 있거나 본듯한 곳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오래 고민하며 몇 년간을 기다렸다. 무언가 다르고 새로운 종류의 프로그램을 시도하리라 믿으며 고민하던 차, 미술관 디렉터 리사 필립스와 부 디렉터 카렌 웡은 뉴욕이 기술의 중심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음을 포착하게 된다. 뉴욕 시 곳곳에 생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와 협력하는 공간들에 흥미를 느끼고 예술 또한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예술가, 디자이너, 기술자들이 함께 만나 지속적으로 서로 배우고 협력한다면 어떤 힘을 낼 수 있을 지 흥분되었다고 한다.

이 새로운 공간을 담당하고 이끌어줄 아트테크 전문가인 줄리아 카겐스키[1]가 합세하면서, 2014년 ‘뉴잉크(NEW INC)’가 탄생했다. 뉴뮤지엄 이사회가 지원한 2 백만 달러를 들여 60개의 책상, 2개의 회의실, 스튜디오 등을 갖춘 11,000 평방 피트 규모의 공간을 준비했고, 6개월에서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할 100여 명의 멤버들을 모집했다. 예술, 디자인, 기술의 교차점에서 일하는 창의적인 예술가와 기업가들을 위한 최초의 박물관 주도 인큐베이터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뉴잉크는 공동 작업 공간이자 혁신적인 실험실이며 예술과 기술이 만나 어울리는 장소다.

뉴잉크는 멤버들에게 기간에 따라 비용을 받고, 그들에게 장소와 만남, 교육, 홍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술가 멤버들에게는 비즈니스 기초에 대한 워크샵을 진행하거나 문화기술적 스타트업 멤버들에게는 변호사, 투자가 등과의 만남 주선을 통해 맞춤 정보를 전달한다. 뉴잉크의 탄탄한 자문 위원회에는 디지털 아트의 대가인 존 마에다, ‘MIT’의 교수 네리 옥스만, ‘IDEO’의 프레드 더스트 매니징 디렉터, ‘Kickstarter’의 창업자 얀시 스트릭러, ‘Union Square Ventures’의 투자가 앤드류 웨이스먼 등과 같은 업계 주요인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우리 목표는 멤버들이 뉴잉크의 생태계에 기여하면서 그들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뉴잉크의 초대 디렉터인 줄리아 카겐스키는 뉴잉크의 비전을 세우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그 영향력을 키운 인물이다. 뉴잉크를 처음 시작했던 2014년 당시엔 아무도 이런 프로그램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모델들을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며,  “뉴잉크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뉴욕과 지역 커뮤니티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또 현재 테크놀로지 시대에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2] 고 한다. 그리고 매일 멤버들과 함께 일하며, 도움이 필요한 멤버들을 서로 연결시켜주고, 홍보 전략을 짜거나, 워크샵을 기획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의 일들을 모두 스스로 진행했다. 첫 해에는 장기적인 구조를 계획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반드시 진전이 있게끔 하는 것이 그의 큰 숙제였다. 그 노력으로 현재의 뉴잉크는 문화와 기술 최전선의 창의적 사상가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뉴잉크에 모이는 멤버들은 예술가, 디자이너 같은 개인에서부터 콜렉티브, 스튜디오, 비영리 단체,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문화적 가치를 육성하겠다는 뉴잉크의 사명에 따라 사회적 영향력을 우선 순위에 두고 감시, 기후 변화, 차별, 장애 등의 인도주의적 문제들을 건드리는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있다. 카겐스키가 가장 좋아하는 멤버 중 하나인 ‘New Reality Co.’는 필름 메이커 듀오로 가상 현실(VR) 단편영화를 만든다. 작품 중 Tree는 관객이 직접 열대 우림 속 나무가 되어 오감을 모두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바람, 향기, 진동을 느끼며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열대우림 보호 단체와 연결되어 환경의 중요성을 말한다. 카겐스키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의 작업과 기술이 어떤 비지니스들과 협업할 수 있을지, 혹은 더 큰 가능성과 기회를 함께 찾는 역할을 했다. 또 다른 주목 받는 멤버로는 ‘Micro’ 팀이 있다. ‘NASA’에서 일하던 과학자와 광고계 디자이너가 만나 공공장소 어디든 찾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이언스 뮤지엄을 만들었다. 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공항, 병원 등에 간편히 설치해 누구나 뮤지엄에 접근 가능하게끔 한 것이다. 이들은 뉴잉크를 통해 미국 최고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인 ‘Y Combinator’를 만나고, 수익을 얻는 비지니스 시장에 오픈할 것을 제안 받았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처음 시작한 뜻이 있었기에 비영리 기관으로 남아 활발하게 그들만의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카겐스키는 “발전하고 성장하는 팀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미션과 가치를 지키고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핵심임을 깨닫게 하는 경우였다.”[3]고 회상했다.

뉴잉크도 하나의 스타트업 기관이었기에 항상 지원과 금전적 후원에 목말라 있었다. “매년 예산을 새로 받아오는 노력을 해야만 했는데 펀드레이징을 하는 과정에서 기업이나 후원자 파트너십을 만나는 것이 참 쉽지 않음을 절감했다.” [4] 그러나 그 과정에서 카겐스키는 열심히 발로 뛰고 피치하며 후원자를 찾아 다니다 보면 결국엔 뉴잉크와 관심 가치가 맞아 떨어지는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는 것을 배웠다. 끊임없이 물색을 지속하다 보면 기대하지 못한 때, 어느 날 선물처럼 나타나는 후원자들의 경우가 종종 있었다. ‘The John S. and James L. Knight Foundation’도 뉴잉크의 미션을 관통하는 재단으로 60만 달러의 자금을 후원하고 있다.

올 9월, 다섯 번째 해를 맞은 뉴잉크는 업그레이드된 장비와 자원, 확대된 멘토링 네트워크, 새로운 파트너십으로 새 멤버들을 맞았다. 각각 ‘뮤지엄 기술 트랙(Museum Technology Track)’, ‘사회적 영향 트랙(Social Impact Track)’, ‘창조적 경험 트랙(Creative Experiments Track)’, ‘몰입 체험 트랙 (Immersive Experiences Track)’,  ‘노키아벨 연구소(Nokia Bell Labs)’, ‘E.A.T. 레지던시’, 그리고 커뮤니티 구성원으로 나뉘어져 이들의 성장을 촉진 시키기 위한 전문 개발 훈련과 멘토링 수업을 한다. 또한, 멤버들은 뉴잉크의 Demo Day 프리젠테이션에서 그들의 최종 프로젝트를 발표하게 된다.

5년 전, 한 미술관에서 만든 아트 인큐베이터가 많은 예술가들의 성장과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에는 이뤄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말이다. 현재의 뉴잉크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시험장이다. 미래지향적 예술가, 패션 디자이너, 음악가, 가상현실 영화제작자, 제품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개발자, 건축가 등을 모아 우리의 현실에 대응하고 미래를 향한 길을 여는 창의적인 프로젝트와 사업을 개발한다. 뉴잉크를 거쳐간 멤버들은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3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15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모금했으며, 아트 바젤 마이애미, 칸 영화제, 파노라마 뮤직 페스티벌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뉴잉크와 같은 문화적 인큐베이터는 그 잠재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다른 도시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도 생겨나고 있다.

뉴잉크를 만들고 키워온 줄리아 카간스키는 두 달 전부터 디렉터의 자리를 내려놓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뉴잉크의 큐레토리얼 어드바이저로서 노키아 벨 연구소와 함께 진행하는 ‘E.A.T. (Experimental in Art and Technology)’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그리고 카간스키의 바통을 이어받아 올 7월부터는 스테파니 페레이라가 뉴잉크의 신임 디렉터 자리에 올랐다. 페레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Kickstarter에서 6년간의 경험으로 창의적 비즈니스의 통찰력, 기업가 정신, 커뮤니티를 향한 열정을 가지고 뉴잉크의 다음장을 펴는데 정진하고 있다. 꿈꾸는 자는 늙지 않다고 했던가. 꿈으로 가득 차 항상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뉴잉크는 언제나 새로울 것이라 믿는다.


[1] 아트 테크 큐레이터, 편집자, 문화 제작자. ‘The Creators Project’의 글로벌 편집자였으며, 예술과 기술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월간 이벤트 시리즈인 ‘ArtsTech Meetup’의 창립자이다.
[2] Art19, 2018년 4월 19일 
[3] Art19, 2018년 4월 19일  
[4] Art19, 2018년 4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