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KR] 나, 너, 그리고 ‘SOMEONE’

2021.6.22

디바이스와 나, 연결은 새로운 존재가 된다.

이른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웨어러블 체온계가 당신의 기초체온을 일러줍니다. 미리 설정한 물 온도로 커피를 내린 뒤, 반려견에게 사료 줄 시간도 확인했죠. 그리고 날씨에 맞춰 AI가 추천한 옷을 입고 집을 나섭니다.
자, 과연 지금까지 몇 개의 센서와 디바이스가 작동했을까요? 생각해보세요. 물론, 확실한 점 하나는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여러 종류의 장치에 굉장히 익숙하다는 것. 특히, 아마존의 알렉사, 애플의 시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등 AI 스마트홈 시스템은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습니다.
아티스트 로렌 맥카시의 ‘SOMEONE’ 역시 인간의 감각을 확장한 스마트홈 시스템입니다. 2020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골든 니카를 수상한 프로젝트이기도 하죠. 사용자에게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여느 스마트홈 시스템과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주전자에 물이 끓으면 전원을 차단하고 사용자가 잠이 들면 조명을 끕니다.
다만, 다른 것은 SOMEONE의 정체입니다. AI가 아니고 갤러리를 방문한 관람객이 전시장에 설치된 랩톱으로 사용자를 관찰하고, 사용자와 소통하며 원격으로 실내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조종합니다. 그러니까 AI의 역할을 인간이 대신하는 셈이죠. 과연, SOMEONE은 AI보다 사용자를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인간-디바이스-인간의 초연결사회

SOMEONE은 여러 디바이스와 연결돼 있습니다. 물론, 사용자도 마찬가지이죠. 흥미로운 부분은 사용자와 SOMEONE의 관계입니다. 사용자는 이런 환경에서 SOMEONE을 단순한 관리 시스템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또, SOMEONE은 사용자를 어떻게 대하게 될까요? 아티스트 로렌 맥카시는 SOMEONE 프로젝트를 통해 디바이스 연결 이면에서 파생하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질문합니다.

Q. 초연결사회를 맞이한 지금, 사람과 기계장치(device)를 연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사람과 디바이스가 연결되는 것 자체보다는 디바이스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것에 더욱 관심을 쏟죠. 안타깝게도 우리를 둘러싼 장치와 플랫폼은 전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고 서로 연결되지는 않죠. 아이러니하지만 타인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려면 기술 사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타인과 연계하고자 기술적으로 네트워킹을 시도하는 사례는 너무나 많아요. 다만, 이 과정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새로운 방법들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인간의 확장과 포스트휴먼

그렇다면 인간적 소통을 확장하는 통신장비는 어떤 진화를 거치게 될까요? 작가는 ‘어스플러스(us+)’나 ‘피플키퍼(pplkpr)’ 프로젝트 등에서 그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전자는 영상통화의 언어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용자들의 활동을 통제하고 후자는 가상의 스타트업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으로 타인과 교류할 때의 감정/정서 반응을 스마트워치로 판독하여 사용자가 인간관계를 이른바 ‘최적화’하도록 도와줍니다. 인간관계를 간편하게 최적화한다는 아이디어가 다소 과격해 보일 수 있지만, 감정을 읽은 기계가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매번 정답을 알려준다면, 한 번쯤은 의지하고 싶어질 수도 있겠죠?
스마트 장치는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일만 남았습니다. 스마트홈은 물론, 휴머노이드 반려로봇 등 돌봄과 안정, 유대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많아지고 있죠. 작가는 ‘I.A. Suzie’ 프로젝트에서 친구나 가족, 의료진을 대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설정하여 고령자에게 필요/가능한 AI도 제시합니다. 직접적으로 특정 사용자를 온전히 이해하고 돌봐주는 AI 로봇이 등장한다면 어떨까요?

Q. AI 로봇이 1:1의 돌봄 기능을 제공하며 파트너로 자리 잡는다면, 이들도 ‘포스트휴먼’의 일종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까요?
A. ‘인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람들은 대부분 AI와 인간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경계는 앞으로 더욱 애매해질 거예요. 사람들은 안경처럼 단순한 장치부터 심장박동기나 보청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조 기술에 의존하죠. 자연적인 인간의 지능과 AI를 구분하거나, 순수하게 ‘인간적인’ 가치만을 먼저 고민하는 일은 앞으로 의미를 잃어갈 것입니다. 결국, 기술로 인간이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지켜나가야 할 가치에 관해 고민해야 할 겁니다.

 

변화하는 기술의 미래

사람들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똑똑한 AI 기술을 사용하여 거의 매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알고리즘이 선택한 결과들과 마주합니다. 우리가 조우한 이 흐름에 관해 물었습니다.

Q. 알고리즘이 사람 대신 판단하고 결정하는 세상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A. 작가가 알고리즘 시스템을 활용해 작품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기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기에 포함된 편견이나 불평등 또한 판단해서 반영할 수 있어요. 반대로 알고리즘 시스템은 굉장히 편리하지만, 여기에만 의존한다면 앞서 언급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말이죠. 또한, 이례적인 결과의 새로운 가능성도 제한할 수 있고요.

물론, 이런 우려가 알고리즘에 국한된 것만은 아닙니다. 기술이 특정 부분에서 인간의 능력치를 월등하게 넘어설수록 우선 가치를 정하는 일은 더 중요해질 겁니다. 대표적인 예가 ‘인공지능 윤리기준’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챗봇, 딥페이크, 배아 실험, 보험 비즈니스, 안면인식 등에서 AI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기준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공과 자연의 경계가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융합되고 변화하는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기민하게 작업을 확장해 온 작가의 다음 프로젝트는 어디를 향할까요?

Q. 최근 주목하는 기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알려주세요.
A. 체외수정, 난자냉동, 유전자편집(CRISPR)에 이르는 다양한 생식/유전 기술을 주시하고 있어요. 우리가 바라보는 ‘휴머니티’란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인간은 얼마나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앞서 말한 알고리즘이나 최적화의 개념이 생식에 적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런 문제는 정말 우리를 디스토피아로 안내할까요?

 

 

작가 소개

로렌 맥카시(Lauren Lee McCarthy)는 로스앤젤레스와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컴퓨터 프로그래머입니다. 컴퓨터 공학을 함께 연구했고 현재 UCLA의 디자인 미디어아트 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감시, 자동화, 알고리즘 등 다양한 키워드로 사회적 관계를 탐구합니다. 다양한 학제 간 접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 기술자와 협업합니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광주에서 작업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Cover. Lauren Lee McCarthy, SOMEONE (2019). Courtesy of the artist
• Lauren Lee McCarthy, SOMEONE (2019). Screenshots by Lauren Lee McCarthy
• Lauren Lee McCarthy & Kyle McDonald, pplkpr (2015). Courtesy of the artists
• Lauren Lee McCarthy and Kyle McDonald, MWITM(Man / Woman In The Middle) (2018). Courtesy of the arti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