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KR] 거리 두기 게임

2022.3.24

길을 걷다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반가운 경험이 있을까? 블라스트 씨어리는 ‘라이더 스포크’를 통해 도시에서 느낄 법한 반가움을 선사한다. 비대면 시대에 친밀감을 구현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블라스트 씨어리에게 물었다.

 

블라스트 씨어리(Blast Theory)는 1991년 매트 애덤스(Matt Adams), 주 로우 파(Ju Row Farr), 닉 탄다바니치(Nick Tandavanitj)가 모여 결성한 그룹입니다. 실시간 퍼포먼스, 디지털 방송 등을 활용한 퍼포먼스와 인터렉티브 작품을 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블라스트 씨어리는 관객 참여형 작품을 만들고 관객을 참여시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승패를 가를 수 없는 게임에 초대하기도 하고요.

‘라이더 스포크 (Rider Spoke)’는 도시의 자전거 라이더가 참여하는 작품입니다. 스마트폰과 자전거가 있으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작품에 참여한 라이더는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음성 메시지를 숨겨 놓습니다. 메시지를 숨겨놓은 장소를 지나는 다른 라이더가 메시지를 발견하고 들을 수 있죠. 또 답장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몇몇은 음성 메시지에 아주 사적이고 은밀한 메시지를 담기도 합니다. 라이더 스포크는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도시의 라이더들에게 소속감을 줍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게임이 지속될 수 있죠.

 

Q. 참여자가 ‘라이더 스포크’를 통해 무엇을 얻길 바라나요?
A. 라이더 스포크는 진행하면서 이 작품이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예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라이더는 누구의 권유 없이 스스로 참여하고, 습관처럼 지나치는 자신의 자전거 길 위에서 새로운 메시지를 만나고 도시에 친밀감을 느낍니다. 참여자가 작품 속에서 자신의 무언가를 공유하고, 또 타인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면서 작품을 통해 도시에 소속감을 느끼길 바랐어요. 그런데 참여자가 이렇게 은밀한 이야기를 메시지로 남길 줄은 몰랐어요. 공유한 메시지가 사적일수록 소속감을 높이는 효과는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Q. 라이더 스포크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라이더 스포크의 아이디어가 시작된 건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이었죠. 우리는 스마트폰이 우리의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때마침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해이기도 하고요. 유저가 만든 영상이 모이는 유튜브라는 공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사람마다 미디어 플랫폼이 생긴다면 무슨 이야기를 올려놓을까?’ 생각했고 라이더 스포크는 이 상상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Q. 라이더 스포크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염두 했던 부분이 무엇이죠?
A. 라이더를 분석했어요.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면 사색에 잠긴다는 걸 알았죠. 또 사색에 잠기기 위해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요. 페달을 밟는 규칙적인 움직임에 몰두하고, 움직임에 몰두하는 동안 라이더는 세상과 단절됩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며 고립된 사람들을 환기시켜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위치 기반 서비스와 오디오 녹음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2007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고, 당시에는 위치 기반 서비스 기술과 스마트폰의 성능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참여자끼리 소통하는 방법을 구현하기 어려웠기에 기기에 입력된 질문에 참여자가 답을 남기고, 다른 참여자 청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지금은 스마트폰, 자전거용 스마트폰 거치대, 자전거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Q. 시대의 변화에 따라 라이더 스포크의 형태도 바뀔까요?
A. 우리는 라이더 스포크를 APP STORE에 올리는 형식에 대해 논의했던 적이 있어요. 우리는 도시의 라이더가 우리의 플레이어이자 관객이라는 점을 흐리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죠. 자발적으로 참여가 이루어져야만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기술의 발전에 따라 형태는 바뀌겠지만, 작품이 참여자이자 관객한테 전달하는 메시지는 변하지 않죠.

Q. 라이더 스포크는 미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대안이라고 볼 수도 있을까요?
A. 기존의 SNS의 비즈니스 모델은 가입자 규모가 커야만 운영되는 형식입니다. 반면 라이더 스포크는 일시적인 커뮤니티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라이더 스포크 커뮤니티에 딱 한 시간 동안만 접속할 수 있죠. 짧은 시간 내 라이더끼리 친밀감이 조성됩니다. 우리의 목적은 개인의 경험에 대한 공감, 개인의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죠. 이러한 작고 휘발성 강한 커뮤니티가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에서 참여형 작품을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앞으로 우리의 삶은 더욱더 원자화될 것입니다. 우리 옆에 앉아 있는 낯선 사람이 온라인상에서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죠.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이 익숙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작품의 이런 미래 모빌리티에 대해 생각하게 하죠. 또 시대에 맞춰 가변적인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도 하죠.

 

작가 소개
블라스트 씨어리는 매트 아담스, 주 로우 파, 닉 탄다바니치가 1991년에 런던에서 결성한 예술가 그룹으로 기술의 상호작용과 사회정치적 맥락에 대하여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초기의 작품의 형태는 클럽 문화를 중심으로 하여 급진적이고 강렬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퍼포먼스에 개입시키는 실험이었다. 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기술관련 연구소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하여 작업의 방식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인터렉티브 매체의 사용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블라스트 씨어리는 인터넷, 디지털 방송 및 실시간 퍼포먼스에 관객들을 통합시키는 획기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와 인터렉티브 아트를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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