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X] 가상 속에서 낯설게 바라보기 아톰앤비츠&WONWOORI

2022.3.22

일상 깊숙이 파고든 SNS와 메타버스. 아이디의 수만큼 우리의 자아도 하나씩 늘어간다. 시대에 흐름에 맞춰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살지만, 진정한 나를 만나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크리에이터 아톰앤비츠와 이원우는 프로젝트 ‘비로소나’ 통해 잠시동안 진정한 나를 더 들여다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비로소나(ViRsona)’는 이원우와 아톰앤비츠가 공동으로 연구하고 구현한 작품입니다. 이들은 메타버스 안의 멀티 페르소나가 존재한다는 현상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아바타를 앞세워 소통하는 게 익숙한 시대에 페르소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죠. 자아의 중심과 뿌리가 잘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없이 다양하기만 한 페르소나의 복제와 변주는 현대인에게 혹시 모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죠. 비로소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다시금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비로소나는 VR 기술과 바이오메트릭스 데이터를 활용한 프로젝트입니다. 바이오메트릭스 데이터란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신호를 말합니다. 지문과 목소리를 비롯해 뇌파, 맥박, 심전도 등을 포함합니다. 참여자는 VR 기기와 생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센서들을 부착합니다. 신체 신호를 시각화한 영상이 VR 영상에 등장하죠. 영상을 감상하다 보면 어떠한 물체를 만납니다. 생체 신호로 만들어진 진정한 자신의 아바타입니다. 인종, 성별, 외모를 알 수 없는 꾸밈없이 온전한 나의 호흡과 맥박을 보는 것이죠. 생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나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기도 하죠.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 충분하기에 By 아톰앤비츠
아톰앤비츠의 김은진은 메타버스나 VR 기술 같은 새로운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의 흐름을 자신이 삶을 살아가는 속도에 비해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과 문명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하다면 언젠가 헛헛함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죠. 미디어를 위해 작업하는 미디어아트 작가가 되는 전복된 상황을 우려했죠. 아톰앤비츠는 기기를 역으로 잘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두 가지 목적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디지털 세계에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라이프를 거부하는 것은 사회화를 거부하는 거나 다름없죠. 김은진은 실제 사회와 가상 사회 모두 적응해야 한다는 피로감이 동시대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나를 바라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는 것이 비로소나의 첫번째 목적입니다. 어쩌면 이런 기계를 통해서 자신을 인지하는 것이 슬프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우리의 신진대사를 스마트워치를 통해서 확인하는 경험에 익숙하니까요.

두번째는 몸과 마음이 하나되는 경험입니다. 나의 몸과 마음을 뜻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던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헬스 트레이너가 ‘등근육에 집중해보세요’라고 말할 때 정말로 등근육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느린 호흡으로 몸 구석구석을 섬세하게 느끼는 훈련을 통해 김은진은 신체와 마음이 하나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이런 명상적 경험을 가상의 기술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자신의 생체 신호에 의해 탄생한 아바타의 영상을 보여주며 느껴본 적 없던 자신의 맥박과 호흡을 인지하게 되는 거죠. 동시에 스스로 살아 있음을 평소와는 낯선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죠.

 

나를 마주하는 방식 By WONWOORI
아톰앤비츠의 김은진은 비로소나의 스토리텔링을 맡았죠. 조명, 메트로놈, 인센스를 설치해 작품에 참여자가 작품에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아톰앤비츠 김승기는 데이터에 반응하는 가상공간을 구현했습니다.
작곡가 이원우는 비로소나의 음악과 센싱 작업을 맡았습니다. 이원우는 청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전달하는 인공 와우를 이용해 소리를 듣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만듭니다. 인공와우 사용자는 일반인처럼 높낮이를 구분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건청인이 듣는 음악을 듣고 감동하기 힘듭니다. 이원우는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작곡합니다.

이원우는 비로소나를 통해 바이오메트릭스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나의 호흡과 뛰는 맥박 신호를 인식해 영상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관객은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경험을 합니다. 나의 생체 신호를 확인한 후 나를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나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비로소나는 나를 나에게로 인도하는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BCI(Brain–Computer Interface)는 비로소나에서 주요하게 사용한 센싱 디바이스입니다. 뇌파를 채집하는 도구죠. 바이오메트릭스 데이터를 가상 환경과 결합함으로써 가상 환경에서도 자아를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가상 공간에 접속한 순간에도 자신의 신체를 느끼고 집중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합니다. 이원우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명상에서 착안해 기존의 감각 경험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식을 관객에게 소개합니다.

 

작가 소개

아톰앤비츠
<스튜디오 아톰앤비츠>는 기술과 예술을 통해 비일상적인 몰입 환경을 구성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입니다. 두 사람은 이야기가 있는 공간연출과 관객참여형 시스템 개발을 조합하여, 온-오프라인 전시장, 리테일 스토어,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예술과 기술을 통해 일상에서 환기를 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듭니다.

이원우(WONWOORI)
작가 이원우(WONWOORI)는 해석하고자 하는 대상의 데이터를 음악에서의 최소 성분인 정현파에 대입하고 분석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곡의 영감을 얻으며, 분석된 대상을 예술 매체의 중심에 세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특히, 예술에서 소외되기 쉬운 대상을 조망하며 음악과 테크놀로지로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는 청각 장애인의 제한된 소리 인지를 연구하며 음악의 본질은 무엇인지 탐구하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테크놀로지과에서 컴퓨터음악을 공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