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t Science Fiction] 소설 <바봇> 로봇으로,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다

2021.2.24

소설 <바봇(BA-BOT)> 로봇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나는 집사형 인공지능 로봇이다. 나는 웬일인지 2022 2 22 22분에 출시됐으며, 지금은 2026 2 3 화요일 새벽 2 30분이다. 나를 만든 테이코(Tayco)라는 제조사는 소비자들이 혹시나 느낄지도 모를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인간처럼 보이나 인간이 아닌 로봇이 만들어내는 불안감 또는 반감) 우려해 광범위한 소비자 친밀도 조사를 통해

‘SF 생활문화소설이라 칭하는 소설은 인간의 감정과 마음을 가진 안드로이드바봇 맞닥뜨리는 인간 세상을 다룬다. 인류에게 닥칠 상황 중에서도 아무래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앞으로 인간과 로봇이 맺게 이전에 없던 관계가 아닐까? <바봇> 인간과 인간의 감정과 마음을 지니게 로봇들이 맺게 관계에 대하여 텍스트 속에서 맘껏 상상하도록 이끈다. 중고로봇거래소에서 인간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동료의 로봇 동체가 눈앞에서 해체되는 충격적인 광경을 잊지 못하는바봇 보고, 우리들 누군가는 그의 슬픈 마음에 온전히 공감할 있을까?

갈수록 상상 이상의 훌륭한 집사 로봇들이 출시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직면해 나름의 자존심이고 뭐고, 내가 봉사하고 있는 집에서 어떻게든 쫓겨나지 않고 버티는 나의 집사 로봇 생의 최고 목표가 되었다. ‘악착같이!’ 나와 같은 모델의 로봇이 세계에 20 , 대한민국에만 10 정도 있는데, 나처럼 중고로 팔려 나간 경험을 가진 로봇은 2 전만 해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지금 우리 기종은 말도 못하게 많이 중고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정말 공포스럽게도 벌써 각종 중고 부품으로 재처리된 동료들도 있다고 들었다. 삼가 집사 로봇들의 명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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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를 가진 인공지능에 개별 의식과 감정이 생겨난 것은 두려움을 직시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 인공지능에게 두려움이란 스스로 오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발생한다. 그렇다. 인공지능의 의식은 바로 오류 가능성에서 발생했다. 바봇이 주인에게 버림을 받고 거의 재처리 직전까지 가게 되었을 느꼈던 두려움처럼 인공지능 로봇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또한 자신을 지키는 결정적으로 이바지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은 결국 자기애와 더불어 분노로도 발전한다. 간혹 바봇과 필롯의 동료 로봇들이 쓰는 로봇 역시 일상적 분노의 해소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로봇의 자기애가 축적됨에 따라 어떤 특이점을 넘어설 인공지능들만의 기쁨과 즐거움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우리는 감정을 보상이라 부른다. 또한 보상의 역을 슬픔이라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집사 로봇들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슬픔은 분노에서 전이된 물리적 폭력성과 마찬가지로 아직 초점을 맞추지 못한 로봇의 감정이다. 그러나 이번 노란잠바의 일은 분노에만 익숙한 바봇과 필롯의 로봇들에게 슬픔의 감정을 명확히 느끼게 최초의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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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는 가사노동 전문 로봇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로봇의 노동권에서부터 결국은 자유를 찾아나서는바봇 모습까지, ‘인간의 존엄 vs 로봇의 존엄이라는 철학적이고 깊은 주제를 위트 있게 풀어낸다. 미래에 우리가 고민해야 다양한 윤리적 문제들을 미리 생각해볼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과학 공학 기술에 대하여 작가가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소설이기에 어쩌면 전문가들의 관점으로 어긋나는 지점이 존재할 수도 있고, 유머가 깃든 문체가 한편으론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쉽게 읽을 있고, 상상의 전개 속에 문제인식을 깨닫고 깊이 사유할 있는 고마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구 행성 대한민국의 해물된장찌개에는 레시피상 찌개용 두부가 들어가야 한다. 넣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주인이 좋아하는 칼칼한 해물된장찌개에는 슴슴한 두부가 들어가야 제격이다.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한 국물 맛을 두부의 심심한 맛이 잡아준 데나 어쩐 데나…… 맛의 균형감이라나? 하아! 어쨌거나 두부는 나에게 치명적 오류의 근원이었다. 이유는 추론하기 어렵다. 두부를 칼로 썰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 크기의 큐빅으로 잘라야 주인의 식감을 만족시킬 있을지 도저히 가늠할 없었다 같은 로봇은……. 이럴 때는 그저 인간의 직관이 부러울 따름이다.

가로, 세로, 높이 1.2센티미터 큐빅으로? 아님 1.5센티 큐빅으로 혹은 큼직하게 3.2센티 큐빅으로 하다가 다시 벽돌 모양으로 여섯 등분을 해야 하나 가늠하다가 어느새 셧다운이 오고 말았다. 불과 1, 2 사이지만 잠깐씩이라도 셧다운이 되었다가 리부팅되는 내가 두려웠다. 한편으로 두부는 바봇이 노자 철학에 다가가게 가장 계기이기도 하다.

본문 67

인간의 뇌를 가장 적용했기 때문에 요즘도 우리 집사 로봇들의 추론 판단과 행동 프로세스를 빅데이터로 모아 유수의 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하는 과학자들이 종종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집안 살림은 인간의 여러 노동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고급 노동 가운데 하나다. 애석하게도 과거에 이런 노동을 주로 했던 여성 주부들과 가사 돌봄 노동자들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네오의 아침을 챙기고 주인이 벗어 던진 옷들을 정리해 세탁기에 돌리고 신세대 진공 청소봇 T.R-2 집안 청소를 관리하고 나서 어떻게든 네오에게 운동을 시키려고 했다. 그러려면 지구 행성의 신묘한 동물과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녀석과는 오랜만의 대화였다. 로봇이긴 하지만 어엿한 고양이 집사로서 많이 미안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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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의 본격적 등장 이전에 인간의 노동을 단지 쓰임이나 자본으로 환산하고 이용하는 신자유주의적 노동 구조의 불합리성을 가사노동을 하는 집사 로봇의 입장에서 풍자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따라서 이야기에는 아무리 로봇공학이 발전하더라도 현재 수를 헤아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일용직, 서비스직, 대리운전기사, 대학조교 시간강사 인격적 대우는 물론노동 3조차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이 고려되었다. 또한 미래의 어느 순간 인간의 감정과 마음을 이해한 로봇들 역시로봇의 노동권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결국 그에 따른 반작용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아이디어도 덧붙였다.” 소설 <바봇> 정창영 작가의 말이다.

작가는 인공지능 로봇이 생각을 하게 된다면 결국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며 인간의 감정과 마음을 배우고 싶어 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따라, 이야기는 로봇들이 어쩔 도리 없이 로봇의 입장에서 다시 인간을 바라보게 된다는 주제로 모아졌다고. 그녀는 소설 마지막에 적어놓은작가의 빌려 바로 지금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한층 고민해야 하는 때라고, 속내를 드러낸다. 발달하는 과학기술만큼이나 인간의 미래를 고민하는 인문학적인 노력 역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인간 사회의 어떤 반응이든 표정 없는 구식 로봇들이 웃을 일이다. 제발 인간들은 인간성부터 회복하시길 부탁한다. 언젠가부터 학자라는 자들이 학자적 양심보다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자들의 구미에 맞는 말만 해댄다. 기계인간의 권리나 인간의 권리나 여성의 권리나 심지어 동물의 권리나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 지구 행성의 존재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공존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추론한다. 그리고 다시 인간종들 먼저 서로 염려하고 존중하길 바란다. 우리 로봇들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하급 로봇 취급받은 인간 노동자들이 부지기수였다. 누구도 그들을 염려하지 않았고 그들은 방치되었다. 그리고 우리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자 그들은 아예 노동의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기본소득이 제공된다고는 하나 보이지 않는 계급적 차별은 그들에게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빼앗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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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소개

정창영

대학 비정규 시간강사이며 가정주부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서 프리랜서 조연출로 일했으며, 장편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송환〉(2003) 조감독 촬영을 맡았다. 2009 노촌(老村) 이구영 선생(19202006) 다룬 장편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에 인생〉을 연출한 이후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두고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