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로봇 오디세이 2. 꼬리 달린 로봇 친구

2022.3.14

영화가 처음 등장한 순간, 관객들은 스크린 속 기차가 실제로 자신을 향해 달려온다고 착각했습니다. 최근에는 로봇의 움직임을 보고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김근욱 작가는 이토록 생생한 기술에 친근함을 불어넣습니다. 강아지 로봇 SPOT에 꼬리를 달아서요.

 

반갑다고 꼬리 흔드는 로봇, SPOT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9월부터 로봇 SPOT을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에 투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SPOT은 산업 현장에서 이동하기 힘든 좁은 공간과 계단 등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관절이 유연하게 움직여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사고에도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결과적으로 공장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현장의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입니다. 마치 집 지키는 개가 진화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 로봇이 된 듯 한데요.

하지만 SPOT이 꼭 위험한 곳을 대신 돌아다니는 기계 장치는 아닙니다. 강아지 로봇이라는 별명답게 사람과 교감하는 친구가 될 수도 있죠. 김근욱 작가가 SPOT에 꼬리를 단 이유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요. 꼬리를 반갑게 흔들면 ‘아, 반가워하는구나!’하고요. 로봇과 인간이 교감하는 방식은 더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감정이 담긴 꼬리
김근욱 작가의 작품은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작업을 보면 식물형 로봇을 만들어, 생명체의 외형을 본딴 기계로 상호작용을 설계했는데요. SPOT에 꼬리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부착한 것 역시 이러한 작업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POT의 꼬리, Tailspace는 육면체 모양의 파츠 세 개가 연결되어 모터로 움직입니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움직임은 다양한데요. 빠르게 회전하거나, 축 늘어뜨리는 등 속도와 방향을 자유자재로 통제하기 때문에 넓은 스펙트럼의 감정 표현이 가능합니다.

김근욱 작가는 다양한 감정을 꼬리의 움직임에 하나하나 대응했습니다. 먼저, 러셀의 신경과학 논문에서 제시된 도식을 참조하여 감정을 분류했는데요. 쉽게 말하자면 x축을 기쁨과 우울, y축을 각성과 수면으로 설정해, 4분면의 위치에 맞는 감정을 배치한 것입니다. 가령 x축에서 기쁨을, y축에서 각성을 선택하면 SPOT은 ‘행복’을 표현합니다.

물론 SPOT이 행복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고 움직임으로 표현하기엔 아직 무리입니다. 감정과 움직임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은 김근욱 작가의 역할이죠. 마치 애니메이션이 완성되려면 프레임 하나마다 그림 한 장이 필요하듯, 움직임 하나마다 정교한 명령을 입력해야 하는데요. 행복할 때에는 모터의 속도가 얼마나 빨리 움직여야 하는지, 꼬리를 아래로 내려서 좌우로 흔들지 혹은 위로 올려서 앞뒤로 흔들지 등 세밀한 각도와 위치까지 조정했습니다.

이렇게 정교한 작업으로 완성한 Talispace는 SPOT과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등을 쓰다듬으면 천천히 앉으면서 꼬리를 살랑거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SPOT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친근함과 귀여움이라는 감정까지 불러일으킵니다.

 

도구와 친구 사이
그동안 로봇이라고 하면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나, 음식을 배달하는 서빙 로봇, 가정에 흔히 사용되는 로봇청소기 등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제한된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강아지 로봇 SPOT의 역할은 시작해 정서 교류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마치 인류가 강아지와 맺어온 관계처럼요. 이제 SPOT은 도구와 친구, 그 중간 지점에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있어요. 손과 커피를 같이 주는 강아지라니, 사랑스럽지 않나요?

 

작가 소개
김근욱은 관찰을 통해 물성을 가진 새로운 인터랙션을 발굴해내어 일상생활 또는 전시 공간에 풀어놓습니다. 관찰을 통해 물성을 가진 새로운 인터랙션을 발굴해내어 일상생활 또는 전시 공간에 풀어놓는 작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산업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 인터랙티브 아트, 인간-컴퓨터-상호작용 연구, 컨셉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디자인과 HCI를 공부하였고, University of Arts London에서 수학했습니다. 그의 작업은 ACM CHI, DIS, IEEE HRI등의 학회에서 소개되었으며 런던, 테헤란, 서울에서 인터랙티브 아트 작업으로 전시에 참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