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로봇 오디세이 4. 진화하는 로봇

2022.3.30

제로원이 2020년 도입한 4족 보행 로봇 SPOT은 크리에이터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영감을 주었다. 도시 설계, HCI, 로보틱스 등 학문과 예술로 재탄생한 SPOT은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켜나갈까?

 

인프라스트럭처로서의 SPOT
팀 IVAAIU CITY는 SPOT이 보급된 2030년의 도로를 상상해 설치물로 구현했습니다. SPOT을 위한 별도의 구조물, 즉 인프라스트럭처를 만든 것인데요. SPOT 전용 도로와 무선 충전 패드 등을 제작했습니다. 도시계획, 건축, 전자음악, 시각예술, 공연연출 분야에서 활동하는 팀 답게 도시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SPOT을 바라본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본 프로젝트, SPOT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가 보급됨에 따라 SPOT이 도시의 인프라스트럭처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사실인데요. 가령 전용 도로 위의 SPOT이 지금의 퀵 서비스처럼 물건을 대신 실어다주거나, 가까운 거리는 SPOT을 타고 이동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죠. 이러한 모빌리티 변화는 물론이고, SPOT이 건물에 보급되면 화재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등 재난 방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 세계 곳곳에 지어진 데이터 저장 센터 덕분에 개인과 기업이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된 것처럼요.

 

도구이자 친구로서의 SPOT
김근욱 크리에이터는 강아지 로봇 SPOT에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꼬리를 달았습니다. 강아지 로봇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프로젝트인데요. 이렇게 제작된 꼬리는 직관적이고 귀여운 동시에, 김근욱 크리에이터의 연구 분야,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SPOT과 인간이 교감하는 방식을 제안한 셈이죠.

가령 SPOT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면 SPOT은 꼬리를 위로 세우고 좌우로 빠르게 흔드는 식입니다. 육면체 모양의 파츠 세 개로 연결된 기계라고 생각하면 건조하기 짝이 없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꼬리로 사용하면 새로운 방향으로 가능성이 열립니다. 논리적이고 똑똑한 인공지능을 넘어 사람과 교감하는 친구로서요. 인간은 자신이 아끼는 차에도 이름을 붙이고, 기계인 음성 비서와도 대화를 시도합니다. 하물며 교감이 가능한 강아지 로봇이라면, SPOT에게 반려 로봇이라는 타이틀이 붙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호모 루덴스, 게이밍 로보틱스
로봇 엔지니어이자 시각예술가 김예진 크리에이터는 SPOT과 사람이 함께 플레이하는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SPOT이 술래가 되고, 사람은 태블릿 화면에만 보이는 장애물 뒤에 숨는 AR 숨바꼭질 게임인데요. 이를 통해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은 놀이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동안, 플레이어는 로봇이 움직이는 패턴과 반응 속도 등 작동 매커니즘을 자연스레 학습하죠. 1:1 관계를 1:N의 다수 참여로 늘린 점도 로봇을 더 친숙하게 여기도록 합니다.

게임은 로봇과 인간의 차이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까에만 집중하고, 모두가 같은 규칙을 공유하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만이 중요하죠. 요한 하위징아가 정의했듯이 ‘놀이하는 인간’으로서 인류는 로봇과 점점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로봇의 진화
제로원 크리에이터는 SPOT을 새로운 존재로 진화시켰습니다. 도로와 건물 곳곳에서 이동하며 일상을 편리하게 하고, 꼬리를 흔들며 인간과 교감하고, 함께 놀면서 추억을 쌓는 미래의 파트너로서요. 크리에이터의 눈은 미래를 바라보고, 크리에이터의 손은 미래를 빚어냅니다.

무엇보다, 그 결과물을 감상한 대중이 스스로 상상하게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낯설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크리에이터가 열어젖힌 문 너머로 한 발짝 내딛게 하죠. 제로원의 테크길드 SPOT 프로젝트가 열어낸 문 역시 상상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시작은 단순한 것부터. AR 숨바꼭질 게임에서 술래를 SPOT이 아닌 인간으로 바꾸면 어떨까? 혹은 평일에 사무실에서 SPOT과 함께 일하고, 주말에는 함께 드라이브를 나가는 일상은?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처럼 SPOT과 함께 하는 미래 역시 직접 상상하고 만드는 사람이 주도할 것입니다. 그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으로 제로원 SPOT 프로젝트가 기록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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