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로봇 오디세이 1. 로봇을 위한 인프라

2022.3.7

세계 최대 기술 전시 중 하나인 CES 2022에서 현대로보틱스는 호텔 로봇, F&B 로봇, 방역 로봇 등을 선보였습니다. 로봇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잠을 자는 숙소에까지 바짝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아티스트 그룹 IVAAIU CITY는 4족 보행 로봇이 도로에 등장하는 가까운 미래를 상상합니다.

 

도로 위의 강아지 로봇, SPOT
SPOT은 보스톤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입니다. SPOT을 번역하면 ‘바둑이’같은 의미인데, 실제 외형도 강아지를 닮았습니다. 차이점이라면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이동한다는 것과, 바닥을 내려찍어 철판을 찌그러뜨릴 정도로 물리적인 힘이 강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공연장 신축 현장, 아파트 건설 현장 등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0년 12월 스팟을 개조해 화성 탐사용 ‘Au-SPOT’을 제작하는 등 SPOT이 활약하는 범위는 상상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합니다.

 

SPOT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1인 1 로봇을 사용하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IVAAIU CITY는 SPOT이 보급된 2030년의 도로를 상상해 설치물로 구현했습니다. SPOT을 위한 별도의 구조물과 레이어 등을 만들었는데요. 도시계획, 건축, 전자음악, 시각예술, 공연연출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모인 팀답게 도시의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해 고민한 것입니다. 이들은 지난 30년간 기술 발전을 주도한 PC와 스마트폰보다 향후 30년간 SPOT을 포함한 로봇이 가져올 도시의 물리적 변화가 더 클 것이라 예측합니다. PC와 스마트폰이 변화시킨 영역은 주로 가상 세계인 반면, 로봇은 도로와 건물 곳곳에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입니다.

IVAAIU CITY는 마치 지하철 선로와 같이 SPOT이 이동하고, 충전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부스를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메탈 소재의 매끈한 전용 도로, 바닥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무선 충전 패드, SPOT이 내는 소리를 그래픽 이미지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까지 구현한 것입니다.

이러한 로봇 인프라스트럭처는 막연한 공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명시적인 원칙을 따라 설계됩니다. IVAAIU CITY가 설정한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SPOT-ECOSYSTEM Version 1.0
Principle 1 _ 도로를 구성하는 기반 시설에 SPOT이 이동할 수 있는 전용 구역을 지정한다(ref. 자전거 전용도로).
Principle 2 _ 해당 공간에서 SPOT의 무선 충전이 이루어진다.
Principle 3 _ 해당 공간에서 SPOT은 도시의 기반 데이터를 분산형 광섬유 센싱 시스템을 통해 공유한다.
Principle 4 _ 해당 공간은 다수의 SPOT들이 다음 임무 전까지 충전되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Principle 5 _ 해당 공간에서 SPOT이 내는 소리를 그래픽으로 시각화하여, SPOT의 움직임과 사운드를 편안하게 표현해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불쾌한 골짜기(The Uncanny Valley): 로봇공학자 모리가 제시한 이론으로, 로봇의 외형은 인간과 비슷해질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 사람과 더욱 비슷하게 보이면 강한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정서 반응을 말한다.

이러한 인프라스트럭처가 작동하면, SPOT은 재난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을 구해내고 물건을 빠르게 이동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미지의 AI가 아닌 시스템의 통제 아래에 있는 훌륭한 도구로서요.

 

미래로 가는 길
기술은 기존의 질서를 더 편리하게 바꾸면서 일상에 침투합니다. 물론 새로운 질서가 자리잡는 과정은 혼란을 빚게 마련입니다. 쾌적한 이동 수단인 전동 킥보드가 느닷없이 도로에 나타나면 위험한 것처럼요.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모른 채로 미래를 맞을 순 없습니다. 어차피 다가올 미래라면, 미리 길을 닦아두는 편이 현명할 것입니다.

SPOT 전용도로망은 지하 하수도나 지하철처럼 경쟁력 있는 미래 도시의 필수 인프라 구조가 될지도 모릅니다. 미답의 영역을 탐구한 IVAAIU CITY의 상상력이 가치 있는 이유입니다.

 

작가 소개
IVAAIU CITY팀은 서울과 도쿄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뉴미디어 크리에이터스 그룹입니다. 2013년 팀 디렉터인 이동욱이 작성한 [IVAAIU Urban Instrument: Hyper-Complex Civic Monument]라는 동명의 도시계획 논문에서 시작되어 Idea – Visual – Audio – Architecture – Infrastructure – Urbanism이라는 서로 다른 6개의 미디어를 통합적으로 연계하여 만드는 미래 도시 디자인을 지향점으로 하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미디어 인스톨레이션,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뉴스트럭쳐 시스템 디자인, 퓨처 시티 플랜 등 다양한 영역의 작업들을 본인들만의 구성으로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현재 도시계획가/건축가/음악가 이동욱, 시각예술가/연출가 신양호, 뉴미디어 아키텍트 박성수, 건축가 소한철, 사운드 디자이너 Hiroto Takeuchi, 프로덕트 디자이너 윤지인, 6인의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디자이너들이 모여서 복합장르적 작업들을 통해 현시대의 테크놀로지와 예술적 이상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도시에 대한 작업들을 이어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