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30일, ZER01NE 라운지가 테크 페어로 북적였다. 테크 페어는 국내 전도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ZER01NE을 방문하여 크리에이터들에게 핵심 기술을 소개하고 시연하는 행사이다. 행사의 주안점은 크리에이터와 스타트업을 연결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놀이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데 있다.
이번 테크 페어는 ZER01NE 크리에이터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6개의 스타트업과 함께 했다. 어벤저스처럼 등장한 그들의 공통점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을 다루는 업체들이라는 것. 스타트업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솔루션을 제시함으로써 고객을 확보하고, 기획 단계에 세운 가설을 증명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간다. 이들 역시 크리에이터인 셈. 현실과 가상,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변주에 특화된 ZER01NE 크리에이터들 앞에서 당당히 기술을 소개하고, 즐겁게 행사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테크 페어의 첫 번째 주자는 ‘자이언트드론(GIANTDRONE)’. 그들은 항공촬영을 시작으로 수소 연료장치 기반의 다목적 드론을 개발해 온 스타트업이다. 드론 제조사는 우주의 별처럼 많지만, 쓸 만한 드론 기술력을 갖춘 곳은 의외로 적다. 선박, 의료, 광고 엔터테인먼트 등 전 분야로 확산되는 드론 시장을 겨냥해 그들은 이벤트, 촬영보다 기술 개발에 집중하여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2020년, 전 세계 115억 달러 이상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드론 시장, 자이언트드론의 행보를 눈여겨보는 게 어떨까.
다음은 ‘맥스트(MAXST)’와 ‘브이터치( VTOUCH)’, 맥스트는 증강현실 세계를 디자인하는 자체 기술과 서비스 플랫폼을, 브이터치는 사람의 눈과 손으로 멀리 있는 기기나 사물을 조작하는 세계 최초의 원거리 터치 기술을 개발한다. 두 업체의 기술을 적절히 섞으면, 아이언맨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허공에 몇 번의 손짓으로 아크 원자로 도면을 완성하는 장면이 곧 일상에서 재현될지도 모른다.
‘임프레시보(IMPRESSIVO)’와 ‘씨케이머테리얼즈랩(CK MATERIALS LAB)’, 두 회사는 ‘촉각’과 연계된 각기 다른 기술을 연구한다. 임프레시보는 스마트패브릭, 스마트워치, 조명 등 터치가 필요한 모든 부분에 사용할 수 있는 플랙서블 터치 센서를, 씨케이머티리얼즈랩은 햅틱 테크놀로지로 상대에게 동일한 촉감을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달팽이가 지나가며 비를 맞는 촉감을 데이터로 흡수하여 전송할 수 있다고 하니, 아날로그 시대의 손맛을 정교하게 살릴 디지털 기술이 새삼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테크 페어의 마지막 주자는 스타트업 ‘엠오피(M.O.P)’다. 나노 마이크로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광경화 3D 프린팅 공정에 적용될 수 있는 레진형 복합소재를 제조한다. 그들이 개발한 소재는 의료용 바이오 디바이스를 비롯하여 항공 우주 및 국방 분야에도 활용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으로 일컬었던 3D 프린터 시장을 기성품에서 맞춤형으로, 기업 중심에서 개인으로 전환하는 제조 생태계의 혁신을 꿈꾼다.
드론, 증강현실, 원거리 터치 기술, 터치 센서, 3D 프린터 신소재 등 미래사회의 중추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ZER01NE 테크 페어. ZER01NE 크리에이터들은 스타트업과의 교류 가능 지점을 확인하고, 작업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면밀히 관찰했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은 어쩌면 교집합을 찾는 과정이 아닌, 함께하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발화하는 것이 아닐까. 예술과 비즈니스를 엮는 ZER01NE의 공통 언어는 ‘기술’이다. 피칭 데이를 방불케했던 뜨거운 시너지 현장에서 크리에이터들과 스타트업이 주고받은 재미와 영감이 향후 어떤 놀이로 확장될지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