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 METAVERSE] 레디플레이어원의 오아시스에서 살아가게 될까? 살아가면 될까?

2021.3.17

김상균 / 인지과학자, 강원대 교수

식량 파동, 빈곤, 양극화 암울한 현실을 사는 2045년의 사람들, 그들은 현실을 잊기 위해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게임 공간에 집착하며 살아간다. 오아시스는 제임스 도노반 할리데이가 개발한 가상현실 게임인데, 공간을 사람들은 자신 삶의 의미를 찾을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것을 이루는 공간으로 여기고 있다. 사람들은 VR(가상현실) 헤드셋을 뒤집어 오아시스 안에서 일하며 코인을 벌고, 기업들은 오아시스 안에서 광고를 한다. 모두가 공간을 탐닉하기 때문이다. 이는 2018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발표한 영화 <레디플레이어원> 내용이다. 영화는 어니스트 클라인이 2011 발표한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에이콘출판이 번역본을 있다.

우리는 오아시스를 원한다.

영화 오아시스와 닮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는 오아시스를 서서히 닮아가는 여러 서비스를 경험했다. 전세계 2억명의 사람들은 네이버제트에서 만든 제페토 속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각종 디지털 재화를 창작하며 거래하고 돈을 벌었다. 제페토 안에 학교, 카페, 지하철역, 놀이공원 등을 만들고 사람들을 만났다. 로블록스에서도 1 6천만명이 넘는 이들이 5천만개의 세상을 직접 창작해서 공유하며, 로벅스라는 화폐를 통해 세계들을 운영하고 있다. 10 로벅스는 대략 40만원 정도의 한화로 환전받을 있다.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2 2020 4분기에 3백만대 정도가 판매(Rec Room측에서 발표)되었는데, 이전 버전인 오큘러스 리프트와 오큘러스 퀘스트1 같은 기간에 각각 14만대, 43만대가 판매된 실적을 고려해보면 놀랄만한 증가폭이다. 필자도 오큘러스 퀘스트2 가지고 가상현실 채팅, 미팅 서비스에 접속해서 지구 반대편 이와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송년회를 하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조만간 우리가 오아시스같은 메타버스(metaverse = meta + universe)에서 살게 되지 않겠냐는 질문을 최근 달간 번은 넘게 받았다.

코로나19 피해서 메타버스로 갔다.

메타버스는 1992년에 스티븐슨이 발표한 소설 <스노우 크래쉬> 등장하는 가상세계이다. 앞서 설명한 오아시스와 비슷하게 보면 된다. 1992년에 소설 허구로 등장한 개념이 신기하게도 28년이 지난 2020년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엔비디아, 언리얼,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여러 기업과 매체에서 메타버스를 앞다퉈 소개했다. 비대면, 언택트, 컨택트리스, 원격, 가상세계 코로나19 속에서 쏟아진 여러 용어, 삶의 방식을 하나로 묶어보니 1992 소설에서 그려진 메타버스를 닮아간다고 여긴 셈이다. 메타버스는 자신의 아바타로 살아가는 디지털 세상을 의미한다. 오아시스, 제페토, 로블록스, 그리고 정장 상의에 잠옷 바지 차림으로 우리가 많이 사용해온 원격 근무와 교육 플랫폼이 모두 메타버스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없던 2020 전에도 우리는 소셜미디어, 대규모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메타버스를 즐겨왔다. 다만, 코로나19 겪으면서 메타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활동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진지하게 메타버스를 논하기 시작했다.

VR 메타버스의 표준이 될까?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이 VR 헤드셋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이 내년에 3천달러가 넘는 VR 헤드셋을 출시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까지 VR 헤드셋은 주로 게이머들을 위한 비싼 장비 정도로 취급 받았는데,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게 스며든 소셜미디어, 스마트폰 기업이 VR 헤드셋에 열을 올리는 이유. 답은 역시 메타버스에 있다. 우리는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 현실과는 다른 삶을 꿈꾼다. 멋진 모습의 , 편리하고 안전한 소통, 아름답고 다양한 공간을 원한다. 그런데 현실과는 다름을 원하면서도, 경험의실재감(presence)’ 현실과 같기를 바란다. 바로 그런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 해결책으로 가장 크게 관심을 받는 장비가 VR 헤드셋이다. 물론,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처럼 사람의 신경과 기기를 침습 또는 비침습 방식으로 직접 연결하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고, 특히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는 작년 8 돼지의 뇌에 전극을 심으며 이런 시도를 공개한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술적 구현성, 윤리적 수용성, 상업화 실용성 등을 놓고 VR 헤드셋이 실재감을 높여줄 지배적 디자인(기술의 변화와 발전을 설명하는 기술 사이클 이론에서 시장을 지배하는 디자인을 뜻하는 용어)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람들은 VR 헤드셋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페이스북 오큘러스 사이트에서 발표한 인기 콘텐츠 목록에는 게임, 운동, 영화감상, 업무(회의, 사무환경 구축) 등이 랭크되어 있다. 게임은 자체로 디지털 콘텐츠이므로, 콘텐츠의 재미를 높이기 위한 용도로 VR 쓴다고 보면 된다. 뒤를 따라오는 운동, 영화감상, 업무 등은 우리가 물리적 공간, 현실 세계에서 하던 활동이다. 현실의 삶을 메타버스로 옮겨가려는 시도가 읽히는 지점이다.

메타버스가 현실의 삶을 대체할까?

오큘러스 퀘스트2 가격은 최신 스마트폰보다 저렴하고, 성능은 월등하게 좋아졌고, 무게도 전작보다 가벼워졌다. 오큘러스 퀘스트2 하루에 6시간까지 연속해서 사용했다는 지인이 있으나, 필자는 아직 1시간 이상 연속해서 사용하기는 힘들다. 페이스북은 지금의 VR 헤드셋과는 다른 안경형 장치를 개발 중이며, 애플, 삼성 등이 가볍고 센서리 미스매치(sensory mismatch: 뇌가 , 전정 기관 여러 감각 시스템에서 받는 정보가 서로 불일치 해서 발생하는 문제) 줄인 장치들을 내놓을 듯하다.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수년 이내에 레디플레이어원에 등장했던 수준의 VR 헤드셋이 나오리라 본다. 그런 헤드셋이 나오면 모두가 헤드셋을 장착하고, 일과 시간의 대부분을 메타버스에서 살아가게 될까? 살아가면 될까?

필자는 VR 중심으로 급진적으로 진화하는 메타버스의 실재감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메타버스를 통해 우리가 다양한 탐험, 넓고 깊은 소통, 많은 성취를 이뤄가는 모습은 좋으나, 깨어있는 16시간 12시간을 VR 헤드셋을 쓰고 현실 세계가 보이지 않는 메타버스에서 살아가도 괜찮을지, 그게 우리가 코로나19 견뎌내면서 경험한 메타버스의 진정한 가치일지는 의문이다. 메타버스의 지나친 실재감은 자칫 메타버스의 삶을 위해 현실의 삶과 현실 세계가 존재하는 괴이한 미래를 만들지 모른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이 조금씩 그려지며 필자는 불안감을 느낀다. 레디플레이어원에 등장한 오아시스의 모습이 그리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한 상황을 기술이 나서서 견인(technology pull)하는지, 시장의 수요가 견인(market push)하는지, 또는 다인지는 모르겠다. 기술과 수요의 욕망에만 미래를 맡겨 두기 보다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성으로 방향성을 먼저 정해야 한다. 기술 개발, 상업화 투자와 더불어 메타버스의 미래에 관한 사회적 담론을 키워야 시점이다. 어니스트 클라인, 스티븐슨이 보여주고 싶었던 메타버스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