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 METAVERSE] 코로나19가 앞당긴 비대면 사회에서 새로운 왕은 누가 될까?

2021.3.17

우승훈 / VR 게임 개발사맘모식스이사

코로나19 비대면 사회를 앞당겼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변화시켜버렸다.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전처럼 야외 활동을 수도,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도 없는 괴로운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전의 사스나 신종플루, 메르스처럼 불과 개월이면 끝날 알았던 새로운 변화는 해를 넘겨서도 기약없이 계속 진행중이다.

이제는 대면보다 비대면이 제법 익숙하다. 학생들은 집안에 머물고, 기업들은 재택을 장려하며, 화상으로 수업과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이 이상 낯설지가 않다. 대부분의 사회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최근 새로운 개념들이 미래 사회를 이끌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VR] [메타버스].

이들의 의미는 무엇이며, 우리는 트렌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VR 표현하는 기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따르면 2020 국내 코로나19 발생 · 미디어 기기별 하루 평균 이용량 변화율을 살펴본 결과, VR 기기의 전년 대비 이용량 증가율이 37.9% 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바깥 외출을 자제하는 집콕족들이 크게 늘면서, 한동안 정체돼 있던 가상현실 산업이 그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사전적 정의의 가상현실(假想現實) VR AR 모두 포괄한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VR AR 전혀 다른 개념이다.

VR(Virtual Reality) 나를 포함한 주위의 모든 환경을 3D 창조해서 표현한다. 가상현실 자체를 세계(世界) 만들어 내는 기술인 셈이다. 알려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레디 플레이어 (Ready Player One, 2018)’ 등장하는오아시스 바로 VR 표현된 세계다. 동안은 테마파크나 쇼핑몰 등에 배치되어 있는 VR게임들을 통해서만 가상현실을 접할 있었다면, 최근 VR 기기들의 개인 보급률이 크게 늘면서 집에서도 쉽게 이러한 세계들을 접하는 시대가 되었다.

반면 AR(Augmented Reality) 내가 속해 있는 현실을 기반으로 가상의 오브젝트를 겹쳐서 비춰주는 기술이다. 공간 안에 가상으로 만들어진 일부를 소환하는 개념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위치기반(GPS) 증강현실 게임포켓몬고(Pokemon Go, 2016)’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비춰지는 현실을 배경으로 포켓몬을 잡는 게임 플레이 화면 표현이 이에 해당한다.

앞서 말한 역대 최대 수준의 이용량 증가 산업은 VR이다. 사람들이 안에만 갖혀 있게 되면서, 나를 둘러싼 주변을 가상세계로 창조하는 기술에 대한 니즈가 커진 것이다. VR 3D 만들어진 가상세계를 표현해 주는 기법이다. 물론 PC 모바일 등을 통해 일상 탈출을 꿈꿀 수도 있지만, 오직 VR만이 표현해 있는 실감성(實感性) 기존의 다른 플랫폼들이 절대로 흉내낼 없는 영역이다.

메타버스는 소비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모든 공연이 취소되었던 지난 4, 미국의 유명 래퍼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온라인게임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동시접속한 1,230만명은 거대한 스캇의 아바타와 함께 춤을 췄고, 당시 콘서트 매출은 2천만 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가상 콘서트가 열린 포트나이트의 공간을메타버스(Metaverse)’라고 부른다.

메타버스란 가상·초월(meta) 세계·우주(universe)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스캇의 콘서트에 참여한 유저들처럼,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통해 그저 게임이나 가상세계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회, 문화적 활동을 한다.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소셜 공간인 셈인데 나아가로블록스(Roblox)’ 경우는, 이용자가 메타버스 안에서 직접 만든 커스텀 게임 (Custom Game)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소유, 투자,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형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좋은 예로 국내의리니지(Linage)’라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가 있다. 1998년부터 정식 서비스를 해온 게임 안에서 이용자들은 핵심 플레이인 전투 뿐만 아니라 사교를 나누고, ‘혈맹이라고 불리는 제도아래 시스템을 뛰어넘는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활발한 사회, 문화적 활동을 했다. 물론 활동 중에는 게임 아이템이나 재화 판매를 통해 영위했던 경제 활동까지 포함된다. 지금의 개념으로 보면 엄연한 메타버스의 모습이다.

하지만 당시 리니지의 이용자들은 소위게임 폐인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심지어 게임 내에서의 마찰이 현실 다툼으로 이어지는현피(현실 Player Kill 줄임말)’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리니지 = 사회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인식까지 세간에 퍼질 정도였다. 세상이 변하면서 그때의 사회악과 같은 개념이 현재는 미래 사회를 이끌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무엇보다 메타버스의 특징은 이용자들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서 동일한 것들을 공유하고 소비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함께 있을 있는 공간이 필수적이며, 안에서 이용자들은 반드시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것일지라도 혼자서만 즐긴다면, 금방 흥미가 떨어지고 존재 이상의 가치 창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배경에는 이제까지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해 3D 제작 기술과, 초고속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기술이 존재한다. 앞으로 이러한 첨단 기술들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고, 우리는 지금까지 오프라인의 제약속에서 힘들게 누려왔던 것들을, 훨씬 환상적이고 쾌적한 메타버스에서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며 소비하게 것이다.

그런데, 트렌드에는 주인공이 빠져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VR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의미를 알아보았다. 정리하자면앞으로는 모두와 함께 공유할 있는 메타버스 안에서, VR 기술을 통해 표현되어 실감나게 소비할 있을 이라고 요약된다. 그런데, 왠지 허전하다. 문장에는 ‘000이라는 목적어가 없다.

무언가를 공유하고 소비하거나, 표현하기 위해선 주인공인 대상이 있어야 한다. 앞선 사례들에선 트레비스 스캇의 콘서트나 커스텀게임 등이 바로 대상이다. 포트나이트나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 공간은 VR 더욱 실감나게 표현될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받는 감동이나 재미는 이상으로 증폭될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공간은 공허할 뿐이고 표현은 그저 신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껏 수많은 3D 온라인 게임들이 유저들의 기대에 미쳐서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자신만만하게 등장했던 VR 컨텐츠들은 일회성 볼거리로 끝나서 애물단지가 경우가 부지기수다. 새로운 트렌드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즐길 있을까 아니라무엇을 즐기게 할까 고민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컨텐츠다.

라면을 끓인다고 생각해보자. 라면은 전도율이 높은 양은냄비에 담아서 끓여야 가장 맛있다. 짧은 시간에 강한 불로 익혀야, 면이 불지 않고 꼬들꼬들한 맛있는 라면을 맛볼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끓여 먹는 라면보다, 남이 끓인 라면을 젓가락 얻어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정설이다.

여기서 라면은 컨텐츠다. 그리고 양은냄비는 VR이다. 라면을 나눠 먹는 공간은 메타버스라고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이제 우리 앞에 효율 좋은 냄비와 함께 나눠 먹을 사람들이 있는 공간은 확실히 준비되고 있다. 앞으로는 거기에다 무엇을 끓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맘모식스는 지난 3년간 직접 구축해 놓은 VR 메타버스 안에서 무려 24가지의 주제들을 실험해봤다. 감히 단언컨데, 국내에서 우리보다 많은 케이스를 실전에서 스터디한 기업은 없다고 말할 자격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도전하는 스타트업(Start-up)이기에, 그에 걸맞는 정신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끊임없이 시도한다.

1996년에 빌게이츠가 말했다, “컨텐츠가 왕이다(Content is King)”.

후로 25년이 흘렀다. 세월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왕으로 추대되었다. 극히 일부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며 대대로 엄청난 부와 권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은 왕좌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변화는 새로운 왕의 등장을 불러온다.

한번 세상이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앞당긴 비대면 사회에서, 과연 새로운 왕은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