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01ne News] 생경한 즐거움

2021.9.15

삶 깊숙이 들어온 낯선 기술들.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네트워킹, 3D 프린터로 만든 와규, e스포츠와 결합한 예술작품 프로젝트까지.

 

1. 타고난 인연? 유전자로 팔로잉하는 SNS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SNS를 통해 만납니다.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인맥을 넓히기 위한 목적도 있죠. 하지만 ‘DNA톡(가칭)’에 모인 사람들은 유전자 정보를 공유합니다. 혈액형은 당연하고 신체적 특성과 유전병에 이르는, 타고난 것이 비슷한 사용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앱에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등록해야 합니다. 앱이 그 정보를 분석해 다른 사용자를 추천해주는 방식이죠.

유전적으로 닮은 사람들끼리 일상 이상의 것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진로를 염두에 두고, 어떤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친구 관계는 어떻게 형성하는지 서로 공감할 수 있죠. 또한, 체질에 맞는 음식, 유전적으로 조심해야 할 질병 등과 같이 건강 정보를 나누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DNA톡을 개발하는 마이지놈박스는 유전체 빅데이터 기업으로 그동안 70만 개 핵심 유전자를 분석하여 질환의 발병 우려를 알리는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DNA톡의 이용자가 늘어난다면 더욱 빅데이터를 통해, 특정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탄생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가장 완벽한 마블링

꽃등심은 왜 맛있을까요? 단백질 사이로 빛나는 하얀 마블링 때문일 거예요. 적당한 비율의 지방이 섞인 꽃등심은 소 부위 중에 극소량입니다.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죠. 만약 꽃등심을 마음껏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사카 대학의 연구진은 일본의 재래종 와규 소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사용하여 3D 바이오 프린터로 와규 꽃등심과 같은 조직 분포를 지닌 고기 조각을 완성했습니다. 근육과 지방, 혈관을 포함한 개별 섬유를 3D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한 다음, 섬유 조직 역시 3D 프린터로 배열하여 젤리곰 크기의 배양육을 만들었죠. 연구진은 이 기술을 통해 복잡한 와규의 조직 구조를 재현한 스테이크의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배양육은 섬세함이 관건입니다. 이전에도 살코기 위주의 다짐육과 같이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배양육을 생산해낸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과 단백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조직을 구현해 낸 건 처음이죠.
살코기에 가까운 형태의 배양육은 곧 대량 생산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싱가포르에서 닭고기 배양육 제품이 시판 허가를 받는 등 배양육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세포 배양육은 일반 축산에 비해 토지는 1%, 물은 10%만 사용하면 만들 수 있습니다.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만 남은 상황입니다.

 

3. 20주년 기념하는 WCG ART PLAY

세계 최대 규모 글로벌 e스포츠 대회 WCG(World Cyber Games)가 20주년을 기념하여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한 결과 ‘덕업일치’의 삶을 사는, 아티스트와 e스포츠 플레이어의 닮은 모습이 제대로 만났죠.

의상 디자이너 계한희, 화가 김선우, 배우 겸 화가 박기웅, 팝 아티스트 아트놈, 그라피티 아티스트 알타임 죠, 건축가 오영욱, 픽셀 아티스트 주재범, 화가 콰야, 현대미술가 쿤 등 9명의 아티스트는 게임과 e스포츠를 주제로 창의적인 세계관을 작품에 담아 ‘WCG 아트플레이’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만큼 직물이나 유화, 과슈, 디지털 프린팅, 디지털 콜라주 등의 기법을 자유분방하게 사용한 것이 눈에 띄는 특징입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작가들은 게임에 얽힌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창의적인 상상력, e스포츠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이미지와 승부의 열기를 작품에 반영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이 게임과 예술의 공통점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