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이자 반세기만에 세계적인 메가시티로 성장한 도시 ‘서울’, 이곳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2018년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린 ZER01NE과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공동 기획 워크숍 “포스트 시티 랩/서울(Post-City Lab/SEOUL)”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새로운 감각으로 매핑하고 ‘포스트-시티’ 즉, 미래 도시의 정체성과 그 도시 속의 삶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생성하는 프로그램이다. 21세기 서식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희망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더 이상 사회 지리적 위치에 근거하지 않는 도시를 창의적인 프레임으로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워크숍의 주제는 ‘포스트-연결성(POST-CONNECTION)’, ‘포스트-유기(POST-DESERTIFICATION)’, ‘포스트-감각(POST-SENSATION)’이다. 도시 관찰을 위한 집단적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쏟아진 질문은 다채롭다. 자동화된 사물로 모든 것이 연결된 디지털 도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기계와 인간의 적정 거리는 어느 정도인가? 도시화 과정에서 기능을 박탈당하거나 제외된 유기 공간은 예술과 기술을 매개로 새로운 아젠다와 목적을 제시할 수 있는가? 혹은 풀기 힘든 과제를 우리에게 던질 것인가? 인간 중심의 감각과 기계로 재정비한 감각은 각각 어떻게 도시를 경험하게 할 것인가?
ZER01NE 크리에이터들과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선임 디렉터 마틴 혼직(Martin Honzik)을 비롯한 각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그룹은 각각의 주제에 따라 서울을 탐험하며 사진, 비디오, 사운드, 텍스트 등 데이터를 채집했다. 도시를 다시 읽는 것은 도시의 장소에 숨겨진 흔적과 특정 코드를 추적하는 것이다. 추적 경로는 ‘대립이 존재하는 곳’ 또는 ‘서울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장소’로 정해졌다. 이후 서대문형무소, 인왕산, 한강, 종묘, 세운상가, 청계천, 신림 고시촌, SeMA 벙커, 광화문, 송도 등 그룹이 방문한 곳에서 수집된 모든 시청각 자료는 ZER01NE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실시간 데이터베이스화를 거쳐 반응형 지도(Interactive Map) 플랫폼 위에 입체적 좌표로 삽입되었다.
디지털 맵핑 기술로 구현된 서울의 풍경, 이것은 워크숍 참가자들이 쌓은 정보의 축적인 동시에 글로벌한 공론의 중심축으로 기능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미래 도시의 비전과 방향을 끝없이 가늠해 볼 수 있었던 크리에이티브한 놀이터였던 셈이다. 미래를 향한 ZER01NE의 행보는 창의적인 놀이에서 출발했다. 워크숍의 목표는 애초 답을 내는 것이 아닌, 디지털 환경에 살고있는 우리 삶을 향한 낯선 프레임의 질문을 만들어 내는 것에 있었다. 장소를 벗어나 급속히 흐르는 도시 서울, 초고밀도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복합적으로 다층적인 현상은 항공사진이나 일반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연속된 것이 아니다. 군소 단위의 유기체들 간의 연결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소를 찾아 움직이며 예술과 기술을 매개로 도시를 면밀히 관찰한 이번 워크숍은 현명했고, ZER01NE과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두 기관이 함께 유연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려는 의지가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