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정
2020, 혼합매체, 가변크기
설치미술가 황문정의 <8개의 유토피아를 위한 기념비>는 ‘기념비’라는 조각물이 스스로가 구현하는 대상을 일정하게 이상화하는 기능을 이용해 사회라는 무대를 비추고자 한다. 본 프로젝트의 기념비는 8가지 모티프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로 다른 유토피아를 가정한다. ‘유토피아’라는 말 자체가 그렇듯, 소망하지만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투명성을 강하게 내포한다. 그러나 기념비는 아직 오지 않은 그것을 먼저 ‘기념’해버린다.
<8개의 유토피아를 위한 기념비>는 황문정과 ZER01NE 퓨처클럽을 통해서 모인 보드나잇 팀이 제작한 보드게임 ‘이노리스(ENOREZ)’와 연관된다. ‘이노리스’는 기술과 생태계가 조화를 이루는 유토피아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 게임의 문제 지점은 게임이 구현하려는 것이 ‘유토피아’ 자체가 아니라 현 사회 자체라는 것에 있을 것이다. 현재의 문명사회는 제각각의 이상이 만나거나 충돌하는 과정에서 재난의 시험대에 도달했고, 다시 한번 비약할 것인지 혹은 이대로 재난에 좌초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8개의 유토피아를 위한 기념비>와 보드게임은 현대인들 각자가 그리고 있는 이상적/일상적 삶의 무대가 항상 도래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믿음과 기억의 체계에 의존하여 매일같이 기념되는 상태를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2020. 11. 18. – 11. 22. 1pm – 7pm
Archetype Seoul
서울특별시 용산구 새창로 20가길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