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함
2020, 저브볼, 변환기, 베이스 진동기, 엠프, 가변크기
공연기획자이자 음악가인 오도함의 <진동클럽 2020>은 음악을 듣는다는 경험의 심층에서 ‘음’을 구성하는 근원적 층위인 ‘진동’에 집중하여 이로부터 농인과 청인이 가지는 체험의 공통분모를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 본 프로젝트의 핵심은 청인의 입장에서 들리는 음악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상호 간의 감각과 규칙을 공유하도록 제안하는 감상 장치라는 점이다. 진동이 극대화된 감상 장치는 듣기를 몸의 체험으로 이해시킨다. 이는 단지 귀로 ‘듣는 것’이 음악의 전부가 아니며 피부로서의 고막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2019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한 디제잉 공연의 형태로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불특정 다수’가 말 그대로 위험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나아가 <진동클럽 2020>은 타인과 접촉할 수 없는 전염병의 시대인 2020년에, ‘개인화된 형태의 클럽’을 고려한다. 그 방식으로써 거대한 막을 형성한 진동 볼이 1인용 음악 감상실로 제시된다. 여기에 탑승한 사람은 듣기의 전방위적 경험에 시승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오도함은 음악-진동-듣기의 신체성을 레퍼토리화하고 가시화하는 데에 더욱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