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예환은 웹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로, 거대 플랫폼들의 표준화된 웹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용자가 추구하는 사용자 친화성 개념에 도전하고, 콘텐츠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과 환경을 제시하는 웹사이트 인터페이스 및 도구를 디자인하는 작업을 해왔다.
〈Village Wide Web〉은 해변의 휴양지 같은 배경 안에 물 위에서 ‘서핑’을 하고 있거나 함께 ‘링’을 만들고 있는 모바일 기기들, 그리고 안전 요원 의자 위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 등장한 이후 웹상의 행위를 실제 활동이나 물체에 비유해 표현한 단어들을 다시 물리적 환경으로 소환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개인이 제작,운영하는 웹 플렛폼의 등장은 급격히 줄기 시작했고, 웹 인터페이스의 디자인은 마치 대량 생산된 공산품처럼 사용자의 편의를 추구한다는 명목하에 획일화되고 있다. 우리는 획일화된 인터페이스의 권위를 믿고, 그 안의 내용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도 하며, 관습처럼 굳혀진 템플릿을 벗어나면 당황해하기도 한다. 거대 플랫폼을 통해야만 웹에 접근할 수 있는 인구가 존재하고, 넷 중립성이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과연 월드와이드웹은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일까? 오히려 반대로 우리가 종속과 평준화의 대상이 된 건 아닐까? 그렇기에 〈Village Wide Web〉은 오늘날 월드와이드웹의 개방성과 평등이 허구임을 암시하고, ‘빌리지’로써 이에 도전한다. 전 세계의 모든 사용자를 연결한다는 허구적 유토피아에서 벗어나 보다 작은 단위의 연결망을 제안한다. 이 연결망 속에서 사용자는 연결되어있는 서로를 정확히 알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전시장 내에 서핑하고있는 기기들과 링을 만들고 있는 기기들은 각자 자신들 끼리의 마을(Village) 연결망을 형성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있다. 마을(Village)연결망 구조는 각자의 개성을 가지며, 서로의 개성을 존중한다.〈Village Wide Web〉은 우리가 초기 월드와이드웹에서 상상했던 ‘서핑’은 무엇이고 서로 연결하는 ‘링’이 무엇이었는지, 프로젝트의 다양한 레이어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