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언택트 시대, 실재란 무엇인가? <사이에>

2021.2.24

Q. 프로젝트 <사이에 – between, among, through>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정미미: 코로나로 인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함께 만나 작업을 진행할 없는 상황에서 공연, 시각 예술, 무대 연출 그리고 클래식 음악을 결합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이고자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옥창엽: 그러한 상황에서 최종적으로는 실재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위의 형식이 포괄하는 무용수와 연주자라는 다른 협업자들과 함께 서로가 서로를 반영할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결국 무대라는 커다란 메커니즘을 관람하는 가운데 가능한 원격 실험은 무엇이 있을지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분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협업을 시작하게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옥창엽: 저는 원래 엔지니어로서 우주 광사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다 이것의 전달에 있어 사용하는 시각적 측면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뉴미디어 아트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연구라는 저의 활동과 대비되는,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품게 되었어요. 또한 개인적으로 외향보다는 내면에 치중하는 성격이다 보니 정미미 크리에이터의 분야인 퍼포먼스에도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정미미: 옥창엽 크리에이터와는 2019 ZER01NE x thecamp 상호 교류 프로그램에서 차례 협업을 진행한바 있었습니다. 그때 많은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형식의 안무를 해체하고자 하는 저의 성향과 기술과 예술의 융복합적 시도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는 옥창엽 크리에이터의 성향이 꽤나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자 하였습니다.

Q. 조금 근본적인 질문일 있겠지만, 좋은 협업이란 무엇일까요?

정미미: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충분한 소통을 전제로 했을 좋은 협업이 가능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소통이라는 것은 단지 서로의 개인적인 부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협업의 과정 속에서 서로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전달해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협업을 일종의 유동하는 형식이라고 보았을 , 결국 중요한 것은 협업의 당사자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관한 문제이겠지요.

옥창엽: 역시도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협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충분한 시간도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로운 것을 창조할 있다고, 혹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최종적인 협업의 결과물은 서로 각자가 이제까지 구축해 것을 토대로 새로운 구성을 보여주는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Q. 프로젝트 구체화의 과정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요?

옥창엽: 제가 다루는 테크놀로지와 정미미 크리에이터의 전문 분야인 코레오그래피를 두고 무엇을 함께 협업할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0 1이라는 이진법이나 빛과 어둠이라는 대비적인 개념을 떠올렸어요. 이러한 논의는 존재와 비존재에 관한 주제, 실재라는 것의 의미로 저희 모두를 이끌었습니다.

정미미: 실재를 주요한 키워드로 저희는 프로젝트의 협업 주체들이 따로 같이 있는 작업을 고안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개념을 중심으로 각자가 있는 것을 찾는 것이지요. 그러한 과정에서 현존하는 개인들을 잇는 가상의 연결고리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원격 현전(telepresence)라는 방법론을 구체화하게 것입니다.

Q. 결국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물은 영상과 미디어 설치가 되겠군요.

옥창엽: 바이올리니스트와 안무가의 영상이 투명도 조절이 가능한 PDSC 필름 스크린을 통해 투사되고, 이는 무대 위에 올려질 것입니다. 퍼포머의 연주와 연기를 바탕하는 클래식 음악은 실재하지 않는 작곡가의 곡을 현존하는 사람에 의해 다시금 재생됨으로써 실재하지 않는 실재를 상징하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리고 전류를 흘려보내거나 차단함으로써 투명해지기도 불투명해지기도 하는 스크린은 이들 퍼포머나 관객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거나 끊어내면서 실재의 의미를 확장시킬 수도 있을 같습니다.

바야흐로 언택트 시대, 실재란 무엇인가?

기술 미디어 기반의 시각 예술가 옥창엽과 코레오그라퍼 정미미는 코로나 사태가 빚은 이른바 비대면(untact) 시대에 이르러, 직접 만날 없는 상황에서의 협업 프로젝트를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할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이는 실재 무엇인가에 관한 철학적 고민으로 이들이 스스로를 이끌도록 했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각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옥창엽과 정미미는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가상 협의의 방식으로 서로를 연결했다. 특히 이러한 시공간의 격차는 이들이 함께 협업한 음악가 조진주와 무대 연출가 줄리앙 브렁(Julian Brun) 의해 증폭되기도 혹은 감쇠하기도 한다. 파가니니의 원곡을 재편집한 슈니트케의 <A Paganini> 공통의 장으로 연주를 담당한 조진주와 안무를 맡은 정미미, 그리고 연출을 맡은 줄리앙 브렁과 이를 기술적으로 시각화하는 옥창엽은 각자의 영역을 이질적이고도 혼종적으로 교차시킨다. 실재하기도 실재하지 않기도 함을 상징하는 프로젝트의 스크린, 영상, 사운드, 빛의 요소는 현장성과 괴리되기 시작한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소통 가능성을 좇는다. 이를 통해 <사이에 – Between, Among, Through> 프로젝트는 인간과 인간 사이를 매개하는 관계의 의미를 예술과 기술의 사이에서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