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ethics] 러봇랩, 미완의 로봇 윤리 헌장을 되새기다

2021.2.24

가부좌를 틀고 있는 로봇이여,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2007 우리나라에서로봇 윤리 헌장 제정하려는 시도를 했다. 세계 최초로 말이다. 아쉽게도 초안만 세워지고 흐지부지되어 버렸지만, 러봇랩은 위대한 시도를 계속해서 꺼내어 보고 싶다고 고백한다.

조명이 나란히 빛을 밝히는 가운데, 불상 형태의 로봇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인간은 앞에 서서 로봇이 머신 러닝을 통해 얼굴을 관찰하여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달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 <BUDDHA I> 이토록 생경한 장면을 연출하여, 우리가 본능적으로 궁금해하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상상의 시간 속으로 다시금 손을 잡아 이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운명과 앞날을 예견해주는 그런 세상이 펼쳐지게 될까? 우리 삶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그들에게 의존하며 살아가게 될는지.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러봇랩(LOVOT LAB) 예술가로서 내다보는 미래의 어느 조각인 <BUDDHA I>.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관상을 봐주는 로봇, 정도로 치부하기 십상이나 한걸음 물러나 각각의 요소들을 따져보고 헤아리면 그들이 심어놓은 본질적인 메시지가 발견된다.

붓다 로봇의 시선이 닿는 곳에 설치된 오벨리스크 모양의 라이팅 조형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봇랩은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을 상징하는 오벨리스크의 이미지를 차용해 어떤 대상을 숭배하는 문화 혹은 높을 곳을 꿈꾸는 인간의 열망을 비추고자 했다. 주어진 프로그램에 맞춰 기계적 행동을 하던 로봇이 이젠 스스로 사고하며 인간의 가치를 넘보는 단계까지 올라서면서 누군가는 이를 숭배하듯 쫓고 있고, 다른 이들은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에 벌써부터 피로감을 호소하는, 최첨단 기술의 홍수 속에 사는 현재의 우리들을 반영하는 마치 거울과도 같이 말이다.

각별히 살펴야 하는 요소는 오벨리스크 조형물 내부에 존재한다. 러봇랩이 담아내려 했던 본래의 의중인 셈인데, ‘로봇 윤리 헌장 데이터화한 텍스트 파일이 들어있으며, 이에 따라 LED 위쪽을 향해 올라가며 빛을 낸다. 불상의 모습을 인공지능 로봇이 하나의 상징으로서 역할하며,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위한 윤리 규범을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앞으로 가야 길을 암시하듯이. 아니, 우리 인간에게 이를 직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007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최초로로봇 윤리 헌장 제정하려는 시도를 했다. 로봇의 일상화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고자 과학자, 의사, 심리학자, 변호사, 공무원 12명으로 구성된 로봇윤리 협의체가 초안을 만든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있어서 발생할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비교적 미리 앞선 시기에 생각한 것이 놀라운 일이죠. 그러나 초안만 세워지고 공식화되지 않은 흐지부지된 안타까웠습니다.” 러봇랩의 홍현수 작가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로봇 윤리를 언급할 , 우리나라의로봇 윤리 헌장 회자되고 있다며,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위한 고민이 담겨있는 위대한 시도를 계속해서 꺼내어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을 내비친다.

로봇 윤리 헌장

1(목표)

로봇윤리헌장의 목표는 인간과 로봇의 공존공영을 위해 인간중심의 윤리규범을 확인하는 있다.

2(인간, 로봇의 공동원칙)

인간과 로봇은 상호간 생명의 존엄성과 정보, 공학적 윤리를 지켜야 한다.

3(인간 윤리)

인간은 로봇을 제조하고 사용할 항상 선한 방법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4(로봇 윤리)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순종하는 친구ㆍ도우미ㆍ동반자로서 인간을 다치게 해서는 된다.

5(제조자 윤리)

로봇 제조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로봇을 제조하고 로봇 재활용, 정보보호 의무를 진다.

6(사용자 윤리)

로봇 사용자는 로봇을 인간의 친구로 존중해야 하며 불법개조나 로봇남용을 금한다.

7(실행의 약속)

정부와 지자체는 헌장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유효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인류는 번도 가보지 않은 위에 있다. 로봇을 단순히 인간을 위한 도구로써 것인가, 새로운 종의 탄생으로 여겨야 하는가. 지능형 로봇이 등장함으로써 다양한 사회적 쟁점이 야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러봇랩은로봇 윤리 헌장 의미와 중요성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녹여내고 있다. 러봇랩은 신원백, 이설, 홍현수로 이뤄진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으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장르의 미디어아트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술 자체가 재료이고, 동시에 소재가 되기에,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BUDDHA I> 아이디어와 동일 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VACUUM TUBE> 시리즈가 있다. 인터랙티브 영상 작품인 <VACUUM TUBE I> 모든 전자 기술의 초석이 진공관의 점멸을 통해로봇 윤리 헌장텍스트 데이터를 컴퓨터의 가장 작은 데이터 단위인 비트 단위로 8채널로 이뤄진 각각의 진공관 영상에 시각화했다. <VACUUM TUBE II> 역시 진공관 안에 로봇 윤리에 대한 내용이 담긴 텍스트를 데이터화해 전기에너지로 표현하는 인터랙티브 오브제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실제 인간과 구별할 없게 되었을 , 우리는 무엇을 인간이라 혹은 인간이 아니라고 믿을 것인가, 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인터랙티브 영화 <LOVOT> 인공지능 시대에 나타날 있는 새로운사랑 형태와 가치에 대해 질문하는 동시에, 러봇랩은 이를 통하여 재차 인간과 로봇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재생시킨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라는 매체를 매개로, 인물들의 감정선에 빠져드는 스토리 구성으로 로봇 윤리에 대한 숙고를 유도한다.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구분이 흐릿해지는 미래 환경에서는 분명 우리가 감정을 맺는 관계에도 변화를 예상할 있다. 러봇랩은 우리가 이미 1999 소니에서 판매했던 애완견 로봇아이보 일본 사회에 불러일으켰던 이슈에서 이를 간접 경험했다는 기억을 상기시킨다. 당시 100 정도 판매됐던 아이보는 인공지능 수준이 그야말로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고령화된 일본 사회에서 외로운 독거노인들이 10 넘게 키우듯 로봇을 반려하며, 고장 로봇을 위해 장례식을 치러줄 정도였으니까. 한편, 인터랙티브 영화 <LOVOT> 인격을 획득하거나 그렇지 못한 로봇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이는 반대로 인간의 가치를 되묻는 일일 테다. 생명이 없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 새로운 감정의 교류, 이전에 없던 윤리적 문제들. <LOVOT> 설정은 전혀 허황하지도, 미래의 고민도 아닌, 당장 우리의 눈앞에 놓인 현실의 이야기로 들린다.

시간이 다가왔다. 인간과 로봇의 공존이 확실시되는,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윤리 규범을 논해야 시간. 발생 가능한 위험으로부터 우리 모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하고, 사용하는 인간들의 행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고,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로봇 윤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찌감치 2007 정부가 나서 고민했던 일이고,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기반으로 예술활동을 펼치는 러봇랩이 끊임없이 부각하고자 하는 가치이다. 인공지능을 갖춘 붓다 로봇이 인간에게 메시지를 전하며 미완의로봇 윤리 헌장 응시하는 동안, 우리 또한 잊지 말고 그를 되새겨야겠다. 인간과 로봇, 평화로운 공존을 그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