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영감_김기준 X 건축가 맹필수] From 〈Where the movement stays〉 to 〈How (innovatively) the movement stays〉

2022.3.10

<Where the movement stays>에서 크리에이터 김기준은 도심의 주요 거점에 있는 주차장의 면적, 주차장 부근의 자동차 이동량, 속도 등을 분석하여 3D 데이터 스케이프로 소개한다. 더불어, 서울과 베를린에서 사는 거주자들의 일상 속 모빌리티 양상을 심층 영상 인터뷰를 통해 제시한다. 도시 디자인을 공부했고, 노들섬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수의 도시 공간 설계에 참여했던 건축가 맹필수는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도시의 맥락 속에 모빌리티
<Where the movement stays>의 크리에이터인 건축가 김기준은 상호 보완적인 두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모빌리티와 이를 수용하는 도시공간에 대한 통시적이며 이성적인 경험(DATASCAPE PARKING 2006 – 2020)과, 공시적이며 감성적인 경험(Mobility x Space, Berlin x Seoul)을 종횡으로 엮어 제공하고자 한다.

<Datascape Parking 2006-2020> 에서 크리에이터는 최근 15년간 서울의 주차장 현황과 변화에 대한 삼차원 매핑을 통해 도시 속에서 모빌리티가 움직이는 공간뿐만 아니라 그들이 머무는 공간 또한 그에 비례하여 엄청나게 늘어나야 한다는 것을 포착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드러낸다.

 

<Mobility x Space, Berlin x Seoul>에서 크리에이터는 영국의 건축팀 앨리슨 마가렛 스미슨과 피터 데넘 스미슨 (Alison & Peter Smithson), 미국의 도널드 애플야드(Donald Appleyard), 덴마크의 얀 겔(Jan Gehl) 로 이어져온 ‘Urban Street Study’의 전통적인 관찰 방식을 따라 현재 서울과 베를린에서 유사한 성격을 가지는 도시가로공간들 (광화문 x 브란덴부르크, 강남 x 쿠담, 성수 x 쉔하우저, 이태원 x 존넨알렢)을 이동하며 촬영한 영상과 소리를 병렬 배치하고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여러 모빌리티들이 서로 다른 지리적, 문화적 맥락을 통해 축적되어온 두 도시의 공간들이 가지는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크리에이터가 포착하였듯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모빌리티는 근대 이후 우리 도시공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요소 중 하나이다. 삶터와 일터, 쉼터가 공간적으로 분리되고, 그 사이를 꾸준히 이동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되면서 과거 사람이 다니던 도시의 작은 길들은 마차, 자전거, 전차에 이어 현재 지상의 자동차와 지하철을 수용하기 위해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고 새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내 다시 가득 찼다.)

 

증가한 모빌리티의 수요를 각자 처한 맥락 속에서 어떻게 수용하고 머물게 하는지에 따라 각 지역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되었다. <Mobility x Space, Berlin x Seoul>에서 크리에이터 김기준이 보여준 바와 같이, 베를린의 브란덴브루크와 같은 유럽의 역사 도심 지역에서는 차량 통과를 막거나, 최소화하기도 하며, 서울의 광화문/사대문 안, 쿠담 거리처럼 차량의 통과는 가능하되 (아쉽게도 광화문에는 여전히 월대공간 바로 앞으로 8차선이나 되는 도로가 위치한다.) 주차 공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1970년 새로이 계획한 서울의 강남지역이나 그 이후의 만들어진 여러 신도시들처럼 사방으로 펼쳐지는 넓은 차도의 그리드와 깊은 지하주차장으로 모빌리티를 최대한 수용하고자 하는 방법도 있으며, 성수나 이태원처럼 기존 도시 구조에 혼동되도록 두는 경우도 있다.

 

보이지 않게 도시를 달린다
일터가 모인 도심지역지상뿐만 아니라 주거지에서도 모빌리티가 머무는 주차장의 위치와 크기는 공간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신축 아파트 단지와 주상복합은 집에서 엘리베이터로 직접 연결되는 넓은 지하주차장으로 모든 차량을 수용하고, 지상부에는 보차가 분리된 조경공간 편의시설을 채워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한다. 반면,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은 시대가 바뀌며 증가한 차량들을 이중, 삼중으로 세워야 하는 주차장과 진입도로들로 지상 공간들이 채워지면서 지금 사람들이 요구하는 충분한 환경을 만들기 어렵게 된다. 소형 다세대, 다가구 주택 집합지역에는 차가 다닐 수 있는 최소한의 너비를 가지는 골목과 필로티 주차장으로 필요한 주차대수를 채우기 급급하여 그나마 작은 녹지나 편의시설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며, 아예 차량 진입이 되지 않아서 주차나 소방차의 진입이 불가능한 노후 주거지 또한 존재한다. (가회동, 익선동, 을지로와 이태원 경리단길 일대와 같이 작은 스케일의 길과 건물로 구성된 동네들이 차량 진입과 주차가 어려운 조건을 바탕으로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걷기 좋은 도시 공간으로 재구성되어 인기를 얻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여전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모빌리티를 어디에서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는 현재의 도시와 건축을 혁신하는 중요한 화두이다. 많은 대도시들이 초기에는 차량을 위한 도로를 지상, 지하, 고가 등 적극적으로 확장하였으나, 결국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이제는 지하철, BRT, 트램과 같이 승용차보다 훨씬 많은 양의 모빌리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중교통망과 이에 연계된 도시공간을 입체적으로 구축하며(최근 진행되고 있는 GTX와 영동대로 환승센터, 역세권 개발과 같은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 대중교통 지향 개발)가 이에 속한다) 지상부의 공간은 보행자를 위한 오픈스페이스로 복원하는 방향(청계천 복원, 경의선 숲길, 광화문광장 프로젝트가 이에 속한다)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이에 더해 이제는 전통적인 모빌리티인 자동차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를 어떻게 도시공간의 혁신으로 이끌어낼 지 상상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현재 발전되고 있는 자율주행기능을 통해 자동차들이 승객을 집이나 회사와 같은 목적지에 내려준 다음에 거리가 있는 주차장으로 자동으로 이동하여 퍼즐을 맞추듯이 서로 조율해가며 효율적으로 머물 수 있다면, 크리에이터 김기준이 보여준 것과 같이 많은 양의 주차공간이 모든 곳에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남는 주차공간을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치환할 수 있다면, 현재와 같이 쓸 수 있는 건물들을 철거하여 높은 아파트나 주상복합으로 신축하는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더욱 친환경적인 도시로 가꾸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동 가능하면서도, 다른 사물들과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고, 다양한 전자/기계 기술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공간이라는 자동차의 특성은 업무, 여가, 주거 등 때와 장소에 따라 사람이 필요로 하는 여러 기능을 탄력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의 자동차는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의 개념을 넘어 그 자체가 머물기 위한 공간이 되어 도시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빌리티와 공생하는 법
나에게 <Where the movement stays> 프로젝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Mobility x Space, Berlin x Seoul> 인데, 서울의 성수와 함께 보인 Schönhauser Allee에서 새가 우는 소리가 들렸을 때다. 그러고 보니 주로 자동차의 흐름, 걸어 다니는 사람들만 보이는 서울에 비해 베를린의 가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작은 공원의 나무 아래 벤치에, 혹은 노천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새소리와 나무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도시공간과 모빌리티의 혁신 과정 안에 자연과 여가, 이동을 함께 머물게 할지는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이다.

 


맹필수 (건축가, 교수)
건축 및 도시 설계 회사인 mmk+의 대표이며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조교수이다. 미국 뉴욕 주의 건축사이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을 선호하며 서울의 공간 건축과 뉴욕 퍼킨스 이스트만에서 도시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특히 mmk+는 40년간 도심 속 외딴섬이었던 노들섬을, 공연장과 마당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건축사로 유명하다.

김기준 (건축가)
건축사무소 Atelier KI JUN KIM의 대표 건축가다.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오브제 디자인에서 도시공간 계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도시라는 공간과 변화하는 모빌리티 개념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대한 리서치를 이어가며 이번 <Where the movement stays> 작품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