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 NOTE]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액체 도시

2022.3.3

도시는 쉼없이 움직인다. 자동차와 사람들이 건물 사이를 오가고, 수도와 전기 같은 인프라가 땅속에서 흐른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도시는 거대하고 정적인 오브제일 뿐이다. 건축가 임상우는 도시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호환해 움직이며 미래의 변화에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 시스템 ‘흐르는 도시(Liquid City)’를 제안한다.

 

LAB NOTE Summary: 고착된 도시의 한계
도시 아래에는 시간이 묻혀 있다. 오래된 유물부터 상하수도 시설, 통신 장비같은 인프라까지 고스란히 적층돼 있다. 새로운 건물을 위해서는 건물을 허물어야 하고, 바닥에 깔린 인프라를 보호해야한다. 이런 제약들이 도시를 점점 경직되게 한다. 고착된 도시는 새로운 기술 발전에 유연한 대응이 점점 힘들어진다. 건축가 임상우는 모빌리티와 건축이 연동된다면 더욱 유연한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중력에 의한 위치 에너지를 통해 이동하고 바람, 물, 햇빛과 같은 자연을 담아낸 친환경 시스템이 도입된 도시, 이 시스템에 적합한 새로운 모빌리티까지 기대해본다.
건축가 임상우는 이상적인 도시 시스템을 ‘흐르는 도시(Liquid City)’로 명명하고 새로운 도시 개념을 애니메이션으로 소개한다. 추상적인 이미지의 손 스케치와 임상우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흐르는 도시의 개념을 설명한다. SF영화에서 보이는 암울한 미래의 거대도시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에 반응하는 유동적인 시스템의 〈Liquid City〉는 새로운 도시 모빌리티의 시스템을 제안한다.

 

Title
Liquid City(흐르는 도시)
자연 에너지와 변화 가능한 모빌리티의 연동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도시 시스템

 

Observe
“기존 도시계획은 서구의 문명 아래 차량과 기계시대의 미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도시는 전체를 새롭게 계획할 수 없고, 도시는 기존 인프라들이 적층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도시는 오브제(object)가 아니라 하나의 체계(system)이다”

강북은 골목길이 많습니다. 즉 계획된 도시가 아닌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이 길이 되어 만들어진 도시죠. 걷는 사람을 위한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강남은 블록으로 구역을 나눠 만든 철저한 계획 도시입니다. 900m x 900m 크기의 도시 블록은 인도와 도로가 포함된 전면도로로 구분됩니다. 블록 안 골목으로 들어서면 차량과 사람들이 혼재되어 서로 눈치보며 통행하죠. 도시는 여전히 기계, 즉 자동차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통행보다는 교통의 편리함이 우선이고, 전력과 수도를 용이하게 공급하기 위해 도시가 설계되었습니다. 효율을 중심에 둔 도시계획의 유연함은 사람 중심의 도시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죠.

 

Question
“우리의 도시에 동양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와 함께하는 새로운 모델의 도시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연과 함께 서정적인 감각과 감성이 가득한 사람과 함께하는 도시라면 어떨까?”

건축가 임상우는 즐거운 상상을 합니다. 놀이공원의 모노레일처럼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는 레일이 있으면 어떨까? 건물 사이로 부는 빌딩풍을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할 수 없을까? 동네 언덕에서 눈썰매를 타듯이 지대의 높낮이를 이용해 미끄러지듯 이동할 수 있지 않을까? 리퀴드 시티는 도시의 요소들을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시도입니다. 자연적인 시스템이 녹아든 도시는 유연하고 가변적으로 바뀝니다. ‘자연’스러운 시스템이 갖춰진 도시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동 방식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정적이기도 하죠.

 

Objective
“흐르는 도시에 새로운 체계(system)를 서정적으로 표현해 정신적 감각적이고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순환하는 미래 도시의 메시지 공유한다”

 

Hypothesize
“서구적 방식의 생각은 상승하는 선형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축적된 이성적 생각 위에 세워진 도시는 서구의 이상도시(Ideal)를 기반으로 한다. 동양적 방식처럼 순환하는 자연의 가치는 과거의 것이 아니다. 이러한 순환의 가치는 우리에게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만들어지는 산업적 바탕은 도시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된다. 기술의 진화가 밝은 미래를 담보로 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오래된 미래를 통해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정신적이고 동양적 미래도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야 되지 않을까?”

고산 윤선도의 고택 이름은 ‘녹우당(綠雨堂)’ 입니다. ‘푸른 비가 내리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고택 앞 은행나무 고목에서 푸른 잎이 비처럼 떨어져 내린다는 데서 당호 이름이 나왔다는 유례가 있습니다.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노래한 곳으로 유명한 담양 ‘식영정(息影亭)’은 ‘그림자가 쉬어가는 정자’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의 오래된 건축물은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지었고, 이름에 그 의미를 담았습니다. 리퀴드 시티가 서정적인 손 스케치와 임상우의 말로 흐르듯 그려진 이유도 도시와 자연이 공존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Methodology
도시계획에 대한 리서치 및 철학적 설정
미래도시에 대한 아이디어 및 스토리 제작
-‘바람 부는 사각형’과 생각을 바탕으로 보여주는 출발
-스케치 목업=손 스케치를 통한 감각적 스토리 공유
-모빌리티, 자연과 함께 블록 시스템 스토리 동영상 제작

건축은 사람이 만드는 것 중에 가장 큰 물건입니다. 건물을 만지기보다는 바라볼 때가 더 많죠. 촉각보다는 시각을 자극하기에 굳이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건물이 네모난 또 하나의 이유는 명료성 때문입니다. 자하 하디드의 DDP처럼 둥근 건물은 사람의 눈을 속입니다. 가까이 있는 건 더 크게, 멀리 있는 건 더 작게 보이는 착시를 일으킵니다. 임상우의 리퀴드 시티를 온전하게 전하는 방법은 명징한 결과물을 전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임상우는 모형 대신 추상적인 이미지를 모은 애니메이션으로 리퀴드 시티를 표현했습니다. 결과 대신 도시를 생각하는 과정으로서 표현한 거죠.

 

작가 소개
임상우는 경희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정림건축 주거설계본부, 디자인실에 다년간 실무를 쌓았으며 코마건축에 수석 디자인 팀장으로 근무했으며, 대한민국 건축사(KIRA)이다. 2013년에 프랑스 정부 초청 건축가인 제10회 장 프루베 – 김중업 Scholarship으로 프랑스 파리의 Atelier Zündel Cristea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2016년 건축 콘텐츠 디자인 그룹 임상우닷컴을 설립하고 건축사사무소 스튜디오 임상우닷컴, 임상우닷 플래닝, 임상우닷 메이킹의 통합적 도시, 건축, 공간 및 시각 디자인 활동을 하고 있다. 건축 외에 도시, 공간, 제품, 공공예술, 공공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수상했으며, ‘날씨의 멋지음’ 동아시아의 미학을 화두로 작업중이다. 2017년 서울시와 UN(United Nation)에서 선정하는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인 Citypreneurs에 선정되었다. 또한 2018년 한국 디자인 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디자인 전문기업으로 등록되었다. 주요 작업으로는 TERU 레스토랑, LATTE RESIDENCE, 삼성동 근린생활시설 FRAME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