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과 재배의 현장

2018.9.12
황문정
<파종과 재배의 현장>, 2018
공간설치
로봇청소기, 버블머신, 팥, 표지판, 아스팔트 아크릴, 모터, 시멘트
가변크기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야생의 장소가 된 것처럼 보이는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에 파종과 재배의 풍경을 만들어 본다. 때때로 파종기를 단 로봇청소기가 돌아다니고, 허공에는 공기 방울을 뿜어내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한다. 파종기가 달린 로봇청소기는 공간을 배회하며 시멘트 바닥에 씨앗을 뿌리고, 다시 청소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곳곳에 모종처럼 화분에 심긴 도로 표지판들은 마치 도시의 식물처럼 자라나고 있다. 이따금 작동하는 스프링클러는 공기 중에 사라지는 비눗방울을 내뿜는다. 이곳에서의 파종과 재배는 생명의 움을 틔우는 대신, 증발하는 운동만 반복하고 있다. 기계의 바쁜 움직임은 문명이 세워지고 허물어지는 과정을 투사하듯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