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01NE FUTURE CLUB <데이터X사운드> 5주간의 활동 후기록

2020.12.7

작가와 관객이라는 프레임이 허물어지다 By. 언해피서킷 리더

제로원과 함께 한 올 한 해는 나에게는 유난히 특별한 해였다. 제로원이 기획한 여러 프로그램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노력하였고, 퓨처클럽도 그 중 하나였다. 특히 퓨처클럽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대중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제로원이 올해 처음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고민이 있기도 하였다.

이번 퓨처클럽에서 나는 <창백한 푸른점을 향해>라는 타이틀의 워크숍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이는 우주 탐사선 보이저호가 지구로 보낸 전파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오디오 비주얼라이제이션하는 과정을 참가자들과 함께 실습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2019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처음 구상하고 진행했던 프로그램이다. 아시아문화전당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전의 내용을 더욱 보완하고 무엇보다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들에게 준비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실질적인 기술의 활용 방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동시에 이 과정 안에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에 대한 철학을 담아내고자 하는데 가장 집중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작업에 대해 다양한 편차의 경험을 지닌 참여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워크숍을 만들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결과적으로는 참여자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아 개인적으로 뿌듯했던 기억이 남는다. 뿐만 아니라 이 워크숍을 보다 견고히 준비하는 과정과 또 참여자들의 질문들을 통해서 나 스스로가 새롭게 배워가는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작품을 통해서만 이 아닌 이러한 워크숍 활동을 통해 작가가 대중에게 다가갈 때 비로소 작가와 관객이라는 프레임이 허물어지고 결과적으로 더욱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생겨난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던 것이 워크숍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아무리 작가가 워크숍을 공들여 준비한다고 해도 참여자들의 열의가 없다면 그 워크숍은 온전히 진행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적극적으로 워크숍에 참여하며 작가의 생각에 귀 기울여주고 좋은 질문들을 던져주었던 모든 참여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감상자 입장에서 나아가 실제 창작자가 돼보며 잠자고 있던 나의 감각을 깨운 시간 By. 강채원 멤버

융합 예술과 아트 & 테크놀로지는 20대 초반부터 이어진 꾸준한 저의 관심사입니다. 하지만 4~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해당 분야의 창작자와 기술자, 감상자가 한데 모여 서로의 작 업을 선보이고 자유롭게 네트워킹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자리 잡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다 보니, 이미 분야가 활발한 유럽이나 미국의 사례들은 찾아볼 수 있어도 한 국의 최신 동향은 접하기가 어려웠고,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으면 관련 작업을 감상하거나 경험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퓨처 클럽 오리엔테이션 날, 제로원 팀의 이노베이터께서 말씀해 주신 내용을 기억합니다. “제로원은 감상자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 작업자에게는 자유로운 창작 환경과 비즈니스 기회를 지원함으로써 융합 예술의 미래 가능성을 더욱 넓게 펼쳐 주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입니다.” 1년여 전 제로원 데이를 통해 제로원을 처음 알게 된 후, 저는 몇 년간 가지고 있던 개 인적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퓨처 클럽을 통해 감상자의 입장에서 나아가 실제 창작자가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상하는 사람일 때 제로원 데이가 선발된 크리에이터의 작업을 경험하고 최신의 동향과 지 식을 나눌 수 있는 ‘즐길 거리’ 였다면, 참여자의 입장에서 퓨처 클럽은 접근성을 보다 높여 일 반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미래지향적 인사이트를 만드는 ‘만들 거리’입니다. 퓨처 클럽 데이터X사운드는 4주차 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데이터로 나만의 사운드를 만들다”라는 주제 아래, 제로원의 크리에이터인 박성민, 언해피서킷, 이강일, 박성민 작가님이 매주 다른 배경지식과 도구들을 사용하여 프로그램을 이끌어 주셨습니다. 퓨처 클럽 멤버들 중에는 디자인과 개발을 전공한 저 말고도 미생물 연구자, 국악가, 미디어아티스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대학생, 큐레이터, 연극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모두 다른 직업과 배 경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특별한 각자의 관점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매주 다른 프로그래밍 관련 툴 Python, Anaconda, Sonic-Pi, OS Kernel, Max 등)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정제하거나 이미지를 가공하는 과정들이 있었는데요. 누군가 부족하더라도 서로가 가진 능력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도와 협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기억에 남았던 과정은 언해피서킷 리더님의 프로그램입니다. 융합 예술이나 미디어 아트에 관심이 많은 사람 중에 우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보이저호에서 송출한 실제 데이터를 받아와 정제하고, Max를 통해 데이터를 변수화하여, 입출력 값과 이펙트를 조정해가며 사운드를 출력했습니다. 그리고 보이저호가 수집한 우주 이미지를 가지고 레이아웃과 색상 값을 변화시켜 멋진 오디오 비주얼라이제이션도 만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시작 전 간단한 천체물리학 세미나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책이나 강의를 통해 얻는 일방향적인 지식 습득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익힌 내용을 응용하여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왜 고등학교 때 이과를 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즐거웠던 경험입니다.

퓨처 클럽에 참가하기 전 제로원을 생각하면 저는 다음과 같은 키워드를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VR, 웹 경험, 인공지능, 데이터 사이언스, 사운드, 도시, 인스톨레이션, 미디어 아트… 융합 예술에 관련된 기술 중심의 단어들입니다. 퓨처 클럽에 참가한 뒤, 지금은 위에 덧붙여 몇 가 지가 더 생각납니다. 창의력, 상상력, 공유, 가능성. 분야가 열매를 맺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와 그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 없이는 무르익기 어려운 의미들입니다.

제로원 퓨처 클럽은 사람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문제의식, 그리고 최신 기술을 합성해서 섬세한 디지털 경험을 창조하는 즐거움을 주었고, 기술이 시대 정신이 된 시대에 잠자고 있던 감각을 깨우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퓨처 클럽을 통해서,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했던 사람들 또한 창작자로 발돋움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의 통찰을 실제 생활에 녹여낼 수 있는 튼튼한 교각 역할을 해 주는 플랫폼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